2심 재판부 "국정농단 주범은 박 전 대통령과 그 위세를 업은 최순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뇌물 공여 대부분을 인정하지 않고 집행유예를 선고해, 오는 13일 1심 선고를 앞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최순실씨 재판을 비롯해 심리 마무리 단계인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지난 5개월간 사건을 심리해온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선고에서 뇌물 공여·횡령·재산국외도피·범죄수익 은닉·국회 위증 등 5개 혐의에 대해 "묵시적 청탁 등 뇌물공여 부분을 모두 불인정하고 승마 지원에 대해서만 직무관련성·대가성을 인정한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는 "포괄적·개별 현안에 대한 명시적·묵시적 청탁이 없었고 부정 청탁 대상으로의 승계 작업이 존재하지 않았다"며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특혜를 요구했거나 취득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전형적인 정경유착을 이 사건에서 찾을 수 없어 뇌물공여 부분을 모두 불인정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국정농단 주범은 박 전 대통령과 그의 위세를 업은 최순실씨"라며 "삼성은 수동적으로 뇌물을 주었고 이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소극적인 지원을 질책하는 등 강요했다"고 판단하면서 대통령-최순실 간의 승마지원 공모관계를 인정했다.

법조계는 '대가성 있는 뇌물죄가 성립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이번 판결이 기업인과 대통령 간 청탁-특혜 작업이 없었다고 인정한 면에서, 공통점이 상당한 신동빈 회장 재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았다.

검찰은 신 회장이 지난 2016년 3월14일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후 최씨 소유의 K스포츠재단에 45억원을 출연한 사실에 대해 면세점 사업권 재승인과 관련해 대가성이 있다고 보고 뇌물공여 혐의로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관건은 독대에 앞서 2015년 11월 롯데가 면세점 특허 경쟁에서 한차례 탈락한 이후로 신규 면세점 추가승인 가능성도 언론 등에서 꾸준히 거론되었다는 점에서 독대의 결과라고 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더욱이 신 회장 및 최씨에 대해 1심 선고를 내릴 재판부는 당초 지난달 26일로 선고 기일을 잡았으나 "검토할 기록의 양이 방대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선고를 2주 가량 늦췄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는 5일로 예정된 이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 결과를 참고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이재용 부회장 사건을 심리해온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5일 선고에서 "국정농단 주범은 박 전 대통령과 그의 위세를 업은 최순실씨"라고 판시했다./사진=연합뉴스

법조계는 이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박 전 대통령 재판에 더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판부가 "전형적 정경유착을 이 사건에서 찾을 수 없다"면서 "국정농단 주범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로 봐야 한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특히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대부분을 불인정하고 승마 사용만 인정하면서 박 전 대통령-최씨 간 승마지원 공모관계를 인정했고,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삼성의 소극적인 지원을 질책하고 강요했다고 판시한 점이 결정타가 될 것으로 보았다.

다만 재판부가 항소심에서 새로 드러난 0차 독대에 대해 인정하지 않아 박 전 대통령 청탁 특혜의 정황 증거로 쓰이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이 부회장 1심 재판부는 "공모관계가 인정되면 뇌물이 공무원에게 귀속돼 있지 않아도 상관없으며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할 필요도 없다"고 판단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내세운 최씨 강요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지원하게 된 것'이라는 삼성 변호인단 입장을 그대로 인정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이와 관련해 공모한 바 없다고 주장해왔지만 법조계는 뇌물을 받은 쪽의 형사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13일 최씨에 대한 1심 선고에서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경제적 공동체 및 공모관계에 대해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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