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보편화될 4차 산업혁명시대가 도래하면서 일자리에도 변화가 닥쳐올 전망이다. 지난해 말 출범한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경우 2022년까지 128조원, 2030년까지 최대 460조원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데이터 과학자 등 약 80만명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할 것으로 봤다. 따라서 기술 발전만큼 유연한 일자리를 만드는 구조적 노동 플랫폼 조성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노조 우선주의, 정규직 과보호, 근무형태의 획일화, 연공서열제 등의 노동 시스템으로는 지능화, 융-복합화로 대변되는 새로운 노동패러다임에 적응할수 없다. 이에 미디어펜은 '일자리 4.0시대'를 맞아 정부와 기업, 근로자들이 고민해야할 노동정책과 제도, 근로형태, 노사관계 등을 심층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퀀텀점프코리아 2020-1부] 4차 산업혁명시대, 일자리를 리뉴얼하라⑤
대한민국 노동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는 ‘법체계’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법체계가 ‘자유우선 법제도(Negative System)’가 아닌 ‘규제우선 법제도(Positive System)’로 돼 있어 ‘혁신’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이다.
자유우선 법제도는 법령에서 일일이 세부 내용을 규제하는 방식이고, 규제우선 법제도는 안 되는 것만 나열해 이를 제외한 것은 모두 허용하는 법체계다.
전문가들은 법체계만 바뀌어도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인들이 요구하는 ‘규제 완화’를 통한 ‘혁신’을 이루어지려면 결국 법체계가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대한민국 규제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선진국에서 신고나 등록사항으로 정하고 있는 것을 인허가 사항으로 규정하고, 진입규제를 통해 사전규제를 가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진국에 비해 사전규제가 과도하게 많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자유우선 법제도가 자리 잡을 리 만무하다”며 “우선 사전규제를 사후규제로 전화하는 입법정책을 논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많은 규정으로 이뤄진 복잡한 규제법은 핀테크 등 첨단산업을 꼼짝 못하게 묶어놓고 있다”며 “금산분리와 은산분리도 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세한 규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원칙이 중요하다”며 “‘원칙에 의한 규제’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세한 규정에 얽매이는 것이 아닌, 법체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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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동 법원 전경./사진=미디어펜 |
‘원칙에 의한 규제’는 특정 사업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 준수해야 할 규범을 ‘원칙’으로 정한 뒤, 각 사업자가 이 원칙을 바탕으로 자발적으로 노력하도록 하는 방식을 뜻한다. 법률에서는 ‘원칙’만 정하고 나머지는 시장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법은 현재 ‘규제우선 법제도’를 지향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기술규제조차 ‘규제’를 우선으로 적용한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 지금, 창의적인 기술을 규제하는 ‘규제우선 법제도’는 커다란 장애 요소로 꼽히고 있다. 신산업과 고부가가치 산업은 대부분 ‘기술 혁신’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규제완화’의 필요성을 절감, 국가와 법체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이를 실현할 주요 수단으로 ‘자유우선 법제도’를 지향하고 있다. ‘규제완화’라는 대의를 위해 자국의 법체계에 맞춰 ‘자유우선 법제도’를 도입키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규제우선 법제도’와 대비 되는 ‘자유우선 법제도’는 국민에게 주어진 권리를 보다 크게 보장한다.
전문가들 역시 법체계가 국민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최대한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동욱 변호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외 주요국들은 경제 회복을 위해 경쟁적으로 규제개혁을 추진해왔다”며 “자유우선 법제도의 도입이 가장 활발히 논의되는 경제 분야의 경우, 민간의 자율성과 효율성이 가장 중시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장규제의 경우 무조건적인 자유우선 법제도는 시장의 실패에 대한 방임적 자세가 될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이 모든 논의는 시장의 자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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