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백혈병 사과, 권오현 "중재기구 결정따라 합당한 보상"...반올림 "직접 협상하자"
삼성전자가 7년을 끌어왔던 '반도체사업장 백혈병' 문제에 대해 공식사과했다. 삼성전자가 '중재기구 결정에 따른 합당한 보상'과 산업재해 관련 소송 불참 등을 약속해 문제 해결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반올림)는 삼성전자의 발표를 환영하면서도 "직접 협상하자"는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
|
 |
|
▲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14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백혈병 피해 문제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사진=SBS 방송 캡처 |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14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전자가 성장하기까지 수많은 직원들의 노고와 헌신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고통을 겪으신 분들이 있다”며 “진작 이 문제를 해결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 마음 아프게 생각하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반도체사업장 백혈병 문제와 관련해 삼성전자 경영진이 공식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반도체사업장 백혈병 문제는 2007년 3월 삼성전자 기흥반도체 공장의 여성노동자 황유미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불거졌다. 황씨의 아버지는 3개월 뒤 산업재해 유족급여를 신청했다. 이후 같은 해 11월 반올림이 발족했고, 피해자들의 산업재해 신청과 행정소송 등이 잇따랐다.
권 부회장은 산업재해로 의심되는 질환으로 투병 중이거나 사망한 직원의 가족과 반올림,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지난달 9일 제안한 내용을 전향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권 부회장은 “당사자와 가족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제3 중재기구가 구성되도록 하겠다”며 “중재기구에서 보상 기준·대상 등 필요한 내용을 정하면 그에 따르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또 발병 당사자와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산재소송에 보조참가 형식으로 일부 관여한 것을 모두 철회하기로 했다.
하지만 반올림 측은 직접 협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올림은 대책회의를 연 뒤 “반올림을 교섭의 주체로 분명히 인정하고, 요구안에 성실히 답하라”고 밝혔다.
이어 피해 노동자·가족 등에 대한 고소·고발 취하, 각 사업장 화학물질과 안전·보건관리 현황 종합진단 및 결과 공개, 현행 퇴직자 암 지원제도 개선과 대상·지원조건 확대 등을 요구했다.
심상정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의 전향적인 입장 발표가 피해자와 가족들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어루만질 수 있기를 바란다”며 “삼성전자가 피해자 가족 및 반올림과 직접 대화를 해 문제 해결을 도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