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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고다이라-최민정·김아랑…승자의 눈물과 패자의 미소
선의의 경쟁 아름다운 마무리…메달보다 값진 올림픽의 진정한 감동 선사
편집국 기자
2018-02-19 16:20

   
이철영 굿소사이어티 이사·전 경희대 객원교수
어제 평창올림픽 여자스피드스케이팅 500m경기에서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 선수는 올림픽 신기록으로 자신의 첫 올림픽금메달을 따냈고, 이상화 선수는 그에 0.39초 뒤진 기록으로 은메달을 땄다. 어제 금메달을 딴 일본의 고다이라 선수와 은메달을 딴 이상화 선수는 올림픽정신을 감동적으로 보여준 진정한 승자들이었다.

 
항상 듬직하고 차분한 모습으로 전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빙속여제(氷速女帝)' 이상화 선수는 작년 무릎 부상과 오른쪽 다리 수술 등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우리 집'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겠다는 꿈을 키워왔다. 경기 후 그녀는 "'수고했다, 고마웠다'란 말을 가장 듣고 싶다"며 눈물을 쏟았다. 이 모습을 보던 국민들도 함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가 금메달을 놓쳐서가 아니라 만감이 교차했을 그 순간에 흘린 그녀의 눈물에 공감해서였을 것이다.

 
경기가 끝난 후 두 선수는 어깨동무하고 트랙을 함께 돌면서 서로 존경과 격려의 덕담을 나눴다. 고다이라가 먼저 "넌 내가 존경하는 선수"라고 했고, 이상화는 "500m와 1000m를 모두 잘 타는 네가 자랑스럽다"고 답했다고 한다. 고다이라 선수가 기쁨의 환호를 자제하는 모습으로 이상화 선수의 어깨를 감싸고 위로하며 담담하게 트랙을 돌며 함께 관중에게 인사하는 모습은 참다운 올림픽정신의 상징이었다. 이들의 아름다운 모습은 전세계인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으며, 한일 양국간 냉기에도 훈훈한 온기를 불어넣기를 기대하는 마음이다.

 
고다이라 선수는 지난 밴쿠버올림픽에서 12위, 소치에서 5위를 하며 이상화 선수의 올림픽 2연패 위업에 가려 큰 빛을 보지 못했으나 지난 2014년 '스피드스케이팅 강국' 네덜란드에 유학한 후 기량이 급상승하여 최근 이 종목에서 24연승을 기록하면서 이번 올림픽에서의 금메달을 예감했었다. 어제 이 두 선수의 선의의 경쟁과 아름다운 마무리는 올림픽정신과 인간미를 보여준 감동의 드라마였다.

 
이 경기에 앞서 17일에 있었던 여자쇼트트랙 1500m경기에서는 500m경기에서 아쉽게 실격 당했던 최민정 선수가 압도적인 기량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민정은 결승 마지막 3바퀴를 남겨둔 상황에서 폭발적인 스퍼트(spurt)로 선두로 올라선 후 2위와 1초에 가까운 격차를 벌리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경기에서 은메달을 딴 이상화 선수. /사진=이상화 인스타그램


최민정의 압도적인 레이스에 대해 UPI는 "최민정의 마지막 2바퀴는 마치 기어를 변속한 것 같았다"며 "최민정이 1위로 올라서고 결승선을 통과할 때까지 그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올림픽 주관방송사인 미국의 NBC도 "최민정이 경쟁자들을 눌러버리며 지난 13일 여자 500m 실격의 아픔을 이겨냈다"고 보도했다.

 
이날 같은 경기에서 4위를 차지한 대표팀 맏언니 김아랑 선수가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후배 최민정 선수를 따뜻한 미소로 격려하는 모습은 아름다운 '패자의 미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아랑 선수에 대한 구설수가 심상치 않다. 김아랑 선수의 헬멧 뒤의 빨간색 선 위에 그려진 노란 '세월호리본'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념적, 정치적 성향을 상징 또는 표명하는 아이콘으로 쓰이는 '세월호리본'을 유독 김아랑 선수가 올림픽 출전 헬멧에 부착한 것은 IOC 규정 위반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매우 부적절하고 경솔한 처신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IOC 규정에 따르면 선수의 경기 장비에 국가정체성과 관련한 정치적 메시지나 슬로건 등을 표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우리나라 남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의 골리(goalie)인 귀화선수 맷 달튼이 이순신장군처럼 골 문을 든든히 지키겠다는 뜻에서 이순신장군 동상 그림을 마스크에 새겼으나 IOC가 '정치적'이란 이유로 사용을 불허했고, 미국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리들의 헬멧에 그려진 '자유의 여신상' 그림도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가 뒤늦게 허용된 바 있다. 이와 같은 문제에 관한 국내언론들의 침묵은 무지 또는 무개념 탓일까?

 
어제(18일) 국내 모 일간지의 기사 "노란리본 새겨진 헬멧 쓰고 4위… 성공한 '문재인 덕후' 김아랑 화제"라는 기사를 보면 그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김 선수의 밝은 미소는 아름다운 '패자의 미소'로 칭찬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여자 쇼트트랙 맏언니 김아랑 선수가 문재인 대통령과 찍은 인증샷이 재조명되고 있다."라며 시작되는 이 기사는 김 선수가 문대통령과 임비서실장과 각각 찍은 사진과 함께 "김아랑이 노란 리본을 달고 출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마음까지 훈훈한 선수'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얼굴도 마음도 예쁜 선수다', '마음만큼은 금메달감이네' 등의 찬사가 이어졌다."라며 찬사 일색이다.

 
기우일지 모르나 김아랑 선수가 문제의 헬멧을 계속 쓰며 다른 종목에서 메달을 딴 후 IOC 규정 관련하여 문제가 제기된다면 선수 개인뿐 아니라 우리나라 이미지에도 큰 타격이 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도 우리 체육당국이 소위 윗전 눈치나 보며 방관하고만 있어서 될 일인가? 위의 기사에서 보듯이 우리 언론들조차도 눈치 살피기 외에 다른 문제들에는 전혀 무지, 무감각, 무관심한 것 아닌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북한 실세들의 방한(訪韓)과 북한의 대규모 공연단과 응원단 동원, 한반도기와 인공기 문제 등으로 '평양올림픽' 소리를 면치 못하고 있는 평창올림픽이 큰 탈 없이 잘 마무리되길 기원한다. /이철영 굿소사이어티 이사·전 경희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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