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가 이윤택 연출가의 성폭력을 도왔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19일 오후 방송된 JTBC '뉴스룸'에서는 손석희 앵커가 연극 연출가 이윤택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한 익명의 제보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제보자는 이날 '뉴스룸'에서 이윤택의 안마 요구를 거부하면 불이익이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안마를 거부하면 소위 말하는 극단 안의 '캐스팅 룰'이라는 게 이루어진다"면서 "단원을 모두 모아 (안마를 거부한 여자 단원을) 마녀사냥 하듯 했다. 단원의 안 좋은 점을 이야기한 뒤 다시 캐스팅보드에 작품명과 역할명을 적으면서 그 전에 캐스팅되어 있었던 역할들을 다 배제하는 작업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날 이윤택뿐만 아니라 연극계가 성추행 문제를 조직적으로 방관·조력해왔다는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손석희 앵커가 "그 얘기도 맞냐"고 묻자 제보자는 "저는 오히려 선배들 때문에 더 큰 2차적 상처를 받았다"며 입을 열었다.


   
▲ 사진=JTBC '뉴스룸', 연합뉴스


제보자는 "제가 '이윤택 선생님이 안마를 원하는 데 들어가라'라고 얘기하는 것도 여자 선배님이었다"면서 "그리고 아까 기자회견에서 김소희 대표가 '아무런 잘못이 없다', '그걸 모르고 있었고, 오히려 막았다'고 얘기를 했지만, 김소희 대표는 제가 있었던 2000년 중반부터 2010년까지 기수가 높은 선배였다. 안마를 조력자처럼 시키고 후배들을 초이스하는 역할을 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저에게 '과일을 들고 선생님 방으로 가서 안마를 하라'고 했을 때 제가 거부했다. 그랬더니 그 과일을 들고 있던 그 쟁반으로 제 가슴팍을 치면서 '어쩌면 이렇게 이기적이냐. 너 하나 희생하면 다 편해지는데 왜 너만 생각하냐. 빨리 들어가라'고 종용했다"면서 "그게 더 저에게는 더 큰 상처로 남았고 아직까지도 그 눈빛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회상했다.

한편 이윤택의 성추행 논란은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가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metoo'(Me Too·성추행 피해 고발 캠페인)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장문의 글을 게재, 10여 년 전 이윤택 연출가에게 당했던 성추행 전력을 폭로하며 시작됐다.

이후 이윤택이 예술감독직을 지낸 연희단거리패의 단원 A씨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이윤택으로부터 두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으며, 연극배우 겸 극단 나비꿈 대표 이승비 역시 SNS를 통해 이윤택에게 성추행 당한 사실을 추가 폭로했다. 배우 김지현 역시 이윤택에게 성폭행을 당해 임신했으며, 조용히 낙태를 했다고 고백했다. 이후에도 성폭행은 계속됐다고.

이윤택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명륜동 모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성추행 논란에 공개 사과했다. 다만 A씨 등이 주장한 성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강압이나 폭력에 의해 이뤄진 성관계가 아니었다. 성관계가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성폭행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윤택이 이끌던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대표 김소희는 이날 "이윤택의 행동이 성폭력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했다"며 극단 해체와 함께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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