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여자 빙속 '팀추월 논란'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논란을 일으킨 당사자 김보름이 기자회견을 했다. '사과'를 위한 기자회견이었지만 결론적으로 이번 기자회견에도 '팀'은 없었다.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팀 백철기 감독과 김보름이 20일 오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 여자 팀추월 예선 경기에서의 노선영 왕따 및 경기 후 인터뷰 논란과 관련해 사과와 해명을 했다.

노선영은 불참했다. 백철기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심한 몸살에 걸려 참석할 수 없었다고 한다.

   
▲ 사진=연합뉴스


김보름은 레이스 과정에서 뒤로 처진 선수(노선영)를 챙기지 못한 잘못을 사과하고 논란을 촉발시킨 인터뷰에 대해 눈물을 흘리며 사과를 했다. 경기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백철기 감독은 왜 노선영이 레이스 막판 마지막 주자가 됐는지 설명을 했다. 노선영의 의견이 반영된 작전이었지만 실패를 했고, 그 책임은 감독인 자신에게 있다며 사과를 했다.

기자회견 내용 자체도 기대에 못미쳤다. 논란이 커지면서 불거진 '노선영 왕따설'에 대해서는 감독도 김보름도 명확하게 해명을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또 다시 '팀'이 실종됐다.

'팀'추월에서 불거진 문제를 해명하고 사과하는 자리를 마련했는데, 팀원인 노선영이 빠졌다. 막내 박지우가 함께 자리하지 않은 것은 배려 차원일 수 있겠지만, 노선영이 불참한 것은 아무리 건강상의 이유가 있다고는 했지만 '팀'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기자회견의 알맹이는 처음부터 빠진 셈이었다.

하루 종일 전국민이 울분을 토해내게 만들었던 대표팀 내부 불화 문제에 대해서는 끝내 속시원한 해명이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김보름은 경기 후 이날 기자회견에 나올 때까지 노선영과 대화 한 번 하지 못했다고 얘기해 찝찝함만 남겼다. 

이번 여자 팀추월 경기가 불러온 논란의 핵심은 '팀워크'였다. 팀으로 뛰는 팀추월 경기에서 레이스를 하면서나 경기 후 인터뷰를 하면서 '팀' 정신이 없었다는 점이 비난 여론을 폭발시켰다.

그런데 뿔난 여론을 진정시키겠다는 의도가 분명했던 기자회견마저 '팀' 정신을 보여주지 못했으니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아직도 대회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노선영-김보름-박지우로 이뤄진 한국 여자 팀추월 대표팀은 전날(19일) 열린 빙속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3분03초76으로 결승선을 통과, 7위에 그치며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3명의 선수 가운데 마지막 선수가 결승선을 통과한 기록으로 순위를 가리는 경기인 만큼 선수들의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했는데, 노선영이 마지막 레이스에서 홀로 뒤로 처지며 기록이 나빠졌다. 

이런 경기 장면도 보기가 불편했는데,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보름이 책임을 노선영에게 전가하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해 비난 여론이 폭발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서둘러 마련된 기자회견은 또 다른 비난만 더하고 말았다.

백 감독은 "선수들(김보름-박지우)이 매우 어리다. 여기(기자회견장)에 오는 데도 덜덜 떨면서 못 오겠다고 말했다. 많은 경기를 잘 치를 수 있게끔 도와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지만 바라던 대로 되는 분위기는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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