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현장실사 통해 비리 확인시 수사의뢰
사기업 기업운영방식 간섭은 월권으로 볼 수도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채용비리 규제 칼끝이 금융권을 향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 채용비리를 들춰낸 것에 이어 제2금융권까지 채용비리 문제에 손을 쓰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은행과 달리 사기업이 대다수인 제2금융권의 채용비리 제재는 금융당국의 사기업에 대한 경영권 침해가 아니냐는 논란도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 사진=미디어펜


22일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 채용문화 개선과 채용비리 근절을 위해 채용비리 제보 접수를 위한 ‘금융회사 채용비리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공공기관과 은행의 채용비리가 확인되면서 제2금융권의 채용실태도 점검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됐다”며 “정부도 이러한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은행 외의 타 금융회사에 대한 채용실태 점검 필요성을 지난 국무회의에서 지적했다”고 말했다. 

금융회사 채용비리 신고대상은 △서류심사·면접결과 조작 △채용관련 청탁·부당지시 △채용 전형의 불공정한 운영 등이다. 

금감원은 구체적인 채용비리 증거 제출 등 신뢰할만한 제보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이 직접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채용비리 정황이 확인될 경우 수사기관에 수사의뢰 등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조여오는 금융권 채용비리 규제 압박에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실제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은행과 달리 사기업이 대부분인 제2금융권은 기업운영 방식부터 차이가 있다”며 “대다수 오너가 존재하고 있고, 인재채용 등의 사적인 경영활동까지 간섭을 해나간다면 기업 입장에선 기업 운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기업의 경우 오너가 기업을 이끌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이 있다”며 “어느 선까지 채용비리로 볼 것인가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합리적 수준 내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사기업의 특수성을 금융당국에서 이해해줬으면 좋겠다”며 “자율경영에 대해 금융당국에서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하고 조사를 진행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금감원 고위급 관계자는 사기업의 고충을 이해하지만 금융기관의 공공성을 무시할 순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금융기관은 인허가를 받는 기관으로서 공공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다만 오너가 있는 금융기관의 경우 공기업과 같은 수준으로 규제할 대상이 아님을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채용비리 문제의 경우 평판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감독당국도 무시할 수 없다”며 “내부 통제 수준에서 채용비리 검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2금융권 채용비리의 경우 ‘거짓말’에 이슈를 둘 것 같다”고 말했다. 가령 성적만으로 뽑겠다는 채용공고를 냈지만 성적이 아닌 다른 기준으로 뽑을 경우는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이에 관련업계 전문가는 금융당국이 채용비리 문제를 공공질서 회복이라는 명분을 이끌어내 기업의 동의를 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대학장은 “금융회사는 전국민 공유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존재해 공공기관의 성격이 있다”며 “금융회사에서 채용비리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면 공공질서를 훼손한다고 생각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기업의 경우 특별한 제재기관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금융기관에 한해 제재가 시작된다면 형평성상의 문제도 얘기 될 것”이라며 “경영권 침해나 자율적인 경영에 지나친 간섭 등의 오해도 살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채용비리가 국민경제나 공공질서를 훼손한다는 의미로 접근해 기업 자율성을 제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선을 명확히 그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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