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전통적인 브로커리지 수익모델의 한계에 봉착한 증권사들이 대안으로 선택했던 채권투자 수익모델마저 한계에 봉착했다. 이에 각 증권사들은 새로운 수익원 찾기에 나섰다. 특히 항공기금융을 포함한 대체투자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새로운 젖줄 역할을 하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수익모델이 계속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해외 부동산, 사회간접자본(SOC), 대체투자 등에 대한 관심이 제고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양적 측면에서 증권사들의 성장세는 뚜렷하다. 작년 국내 55개 증권사가 기록한 당기순이익 규모는 3조 5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2016년 2조 1300억원 수준을 달성했던 데에서 무려 60% 이상 성장한 모습이다. 

브로커리지 수익모델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은 투자금융(IB)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문에서 수익을 창출하며 위기를 ‘기회’로 바꿔냈다. 작년 상반기까지 시장금리가 떨어지면서 운용(트레이딩) 부문에서 대규모 수익이 난 점도 주효했다.

그러나 최근 증권사들은 새로운 고민에 봉착해 있다. 지난 2~3년간 증권사들의 이익을 책임졌던 채권과 PF 부문의 한계가 슬슬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미국발 금리인상 흐름에 따라 채권 평가이익의 감소세가 뚜렷해졌다. 

국내 증권업계 선두권인 한국투자증권의 경우를 보면 작년 1분기 1716억원에 달했던 한국투자증권의 트레이딩부문 순영업수익은 4분기 995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대우는 채권 보유량 잔고를 265조원에서 218조원으로 줄이는 모습을 보였다. 부동산 PF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메리츠종금증권 역시 기업금융자산 규모가 작년 3분기 하락세로 돌아선 상태다. 

결국 한때 ‘대안’으로 각광받던 새 수익모델마저 한계에 다다른 모습이다. 이에 증권사들은 빠르게 새 수익원에 눈을 돌리고 있다. 먼저 눈에 띄는 건 해외 부동산 투자다. 지난달 4일 미래에셋대우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코스모폴리탄 호텔에 무려 1000억원의 메자닌(mezzanine) 투자를 집행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연초 미국 워싱턴DC에 소재한 중형 오피스 빌딩 센티넬2를 2000억원에 매입하는 거래를 성사시키며 해외 부동산 투자로의 방향성을 명확히 했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혁신’으로 평가받던 항공기금융이나 선박금융 같은 대체투자 역시 점점 ‘상식’적인 투자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KB증권은 작년 말 약 300억원 규모의 선박 투자를 집행하며 대체투자 비중을 늘렸다.

한국투자증권 또한 작년 말 DB금융투자와 공동으로 대만 항공사가 보유한 보잉777 항공기를 약 1800억원에 매입했다. 이 항공기의 현금흐름을 선순위 1000억원·중순위 600억원 등으로 구조화해 내놓은 상품에 국내외 기관들은 뜨걱운 관심을 보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아야 하는 증권사들의 발걸음이 더욱 바빠졌다”면서 “해외 부동산이나 대체투자 분야 수익창출 노하우를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가 업계의 새로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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