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남자 빙속 장거리의 대들보 이승훈(30)이 그렇게 바라던 매스스타트 금메달을 따냈다. 평창올림픽 대한민국 제5호 금메달을 이승훈이 해냈다. 그리고 그의 금메달 뒤에는 17살 든든한 후배 정재원이 있었다.

이승훈은 24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빙속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전에서 막판 폭풍 질주 끝에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는 이승훈을 위한 종목이나 마찬가지였다.

함께 결승까지 진출한 정재원은 8위에 그쳤다. 그러나 정재원은 이승훈의 금메달을 만들어준 최고의 페이스 메이커였다. 중반 이후 선두로 치고나가 경쟁 선수들의 힘을 빼놓은 뒤 이승훈의 막판 역전극에 든든한 발판을 놓아줬다.

   
▲ 사진='더팩트' 제공


이로써 이승훈은 올림픽에서만 총 5개의 메달을 따내 아시아 선수 가운데 최다관왕의 아성을 지켰다. 2010 밴쿠버 올림픽 1만m 금메달과 5천m 은메달, 2014 소치 올림픽 팀추월 은메달을 따냈다. 그리고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 다시 팀추월 은메달을 추가한 데 이어 마지막 종목이었던 매스스타트에서 감격적인 금메달을 보탰다. 금 2개, 은 3개로 순도도 높았다. 

이승훈은 매스스타트 세계 최강자답게 확실한 전략과 기량을 갖고 레이스를 운영해 나갔다. 이런 작전이 가능했던 것이 바로 함께 결승에 올라와 환상적인 호흡으로 이승훈의 금메달 골인에 발판을 놓아준 정재원의 존재 때문이었다.

이날 결승에서 이승훈은 초반에는 계속 중하위권에서 호흡을 가다듬으며 앞쪽 선수들의 움직임을 살폈다. 

이승훈과 달리 정재원은 초반 5위권 자리를 지키다 절반쯤 지나면서는 3위로 치고 나갔다. 그리고 4바퀴를 남기고는 선두로 나서 스피드를 끌어올렸다. 당연히 다른 선수들도 스퍼트를 했다. 이승훈은 중상위권에서 따라붙으며 앞선 선수들의 힘이 빠지기를 기다리며 기회를 노렸다.

마지막 두 바퀴를 남기고 이승훈이 드디어 폭풍 질주에 불을 붙였다. 이승훈이 선두권으로 나서는 순간 모든 힘을 이미 쏟아부은 정재원은 숨을 헐떡이며 굽히고 있던 허리를 폈다.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끝내고 뒤로 처진 것이다.

이승훈은 마지막 바퀴 코너링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한 뒤 남을 힘을 쥐어짜 그대로 선두를 유지한 채 결승선을 통과했다. 금메달 확정이었다.

관중들의 함성이 경기장을 떠나갈 듯 울리는 가운데 이승훈은 태극기를 들고 금메달 세리머니를 펼치면서 정재원에게로 갔다. 얼마나 힘들게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했는지 아직도 숨을 몰아쉬며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정재원의 손을 이승훈이 번쩍 치켜들며 '함께 따낸 금메달'의 영광을 나눴다. 아름답고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