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KBS 기자협회는 '어느 언론사에서 생긴 일'이라는 제목으로 고발한 KBS 보도국 내 성폭력 사건에 대해 언론의 핵심 역할에 대한 기대를 무너뜨릴 수 있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고 밝혔다.

기자협회는 24일 성명서를 통해 "가해자로 지목된 기자는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며 사건을 회피하고 사과 요구에 성실하게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사건을 보고받은 고위 간부들은 감사나 징계 청구 등 정식 절차를 밟지 않고 '조용한 처리'를 종용했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피해자가 불가피한 침묵을 원했지만, 기자들은 동료의 고통을 가십으로 삼아 사실상 2차 가해의 동조자였다는 진술도 나왔다"며 "사회 각계의 비리와 부조리를 비판하는 기자, 그리고 기자들로 구성된 보도국에서 이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면, 이는 처참한 수준의 윤리의식을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협회는 "6년 전 사건에 대한 증언이다. 그러나 피해자의 고통은 진행 중이다. 사내 성폭력에 대한 보도국의 인식은 당시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징계 시효가 지났다는 형식 논리는 감사를 미룰 하등의 이유가 되지 못한다. 회사는 이 사건의 진실을 정확히 밝혀 낼 수 있도록 철저히 감사하고, 사실로 밝혀진다면 관련자를 엄중히 처벌하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사건이 보도국 내 성폭력을 근절하는 계기가 되도록 사측의 대처를 주시하고 대책 마련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라고 밝혔다. /아래는 KBS 기자협회 성명서 전문이다. 

   
▲ KBS 기자협회는 24일 '어느 언론사에서 생긴 일'이라는 제목으로 고발한 KBS 보도국 내 성폭력 사건에 대해 "회사는 이 사건의 진실을 정확히 밝혀 낼 수 있도록 철저히 감사하고, 사실로 밝혀진다면 관련자를 엄중히 처벌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KBS

[기자협회] 보도국 내 성폭력, 엄중한 감사와 자성을 촉구한다

보도국 내 성폭력, 엄중한 감사와 자성을 촉구한다

감시와 비판은 언론의 핵심 역할이다. 이를 올곧게 수행하기 위해서 기자와 언론사는 사회 다른 부문보다 더욱 엄격한 윤리의식이 요구된다. 그러나 전 비정규직 직원이 '어느 언론사에서 생긴 일'이라는 제목으로 고발한 KBS 보도국 내 성폭력 사건은 이 같은 기대를 무너뜨릴 수 있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증언에 따르면, 가해자로 지목된 기자는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며 사건을 회피하고 사과 요구에 성실하게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건을 보고받은 고위 간부들은 감사나 징계 청구 등 정식 절차를 밟지 않고 '조용한 처리'를 종용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피해자가 불가피한 침묵을 원했지만, 기자들은 동료의 고통을 가십으로 삼아 사실상 2차 가해의 동조자였다는 진술도 나왔다. 사회 각계의 비리와 부조리를 비판하는 기자, 그리고 기자들로 구성된 보도국에서 이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면, 이는 처참한 수준의 윤리의식을 보여준 것이다.

6년 전 사건에 대한 증언이다. 그러나 피해자의 고통은 진행 중이다. 사내 성폭력에 대한 보도국의 인식은 당시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징계 시효가 지났다는 형식 논리는 감사를 미룰 하등의 이유가 되지 못한다. 회사는 이 사건의 진실을 정확히 밝혀 낼 수 있도록 철저히 감사하고, 사실로 밝혀진다면 관련자를 엄중히 처벌하라.

기자협회는 사내 성폭력에 대한 기자들의 자성을 촉구한다. 성폭력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명백한 범죄행위이며, 의도와 상관없이 '관행'과 '조직' 논리로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다. 기자협회는 이 사건이 보도국 내 성폭력을 근절하는 계기가 되도록 사측의 대처를 주시하고 대책 마련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2018.2.24. 
KBS 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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