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기업 정부와 반기업 정부의 엇갈린 성적표…포퓰리즘 혹독한 댓가 치룰 것
70년 노조의 철옹성을 깨니 일자리가 늘었다. 법인세를 낮추니 기업들이 돌아왔다. 공무원 12만 명을 감원하여 공공부문 군살을 빼니 정부 가계부가 건전해졌다. 병들었던 경제가 제 호흡을 시작했다. 친기업정책을 밀어 붙이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프랑스의 얘기다.

마크롱은 "냉소주의자나 게으름뱅이에게는 양보하지 않겠다"며 포퓰리즘에 제동을 걸었다. "해고는 쉽게, 고용은 더 쉽게"를 외치며 노동개혁 추진에 어떠한 양보도 후진도 없다는 벼랑 끝 전술을 펼쳤다.

결과는 놀라웠다. 지난해 프랑스에 새로 생긴 일자리는 25만3500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다. 기업 파산율은 2016년 7.7%에서 4.6%로 뚝 떨어졌다. 0.9~1.1%를 맴돌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2%로 뛰었다. 7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당연시 되던 두 자릿수 실업률은 지난해 4분기 8.6%까지 떨어지며 한 자릿수를 회복했다. 15~24세 청년층 실업률은 1년 전보다 3%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2009년 이래 근 10년만의 성과다.

기업인들의 기가 살아났다. 기업가 정신이 살아나면서 공격적인 투자가 시작됐다. 지난해 프랑스 기업들이 참여한 인수·합병(M&A)에 참여한 규모는 2091억유로(약 278조원)다. 2007년 이후 최대 성과다. 기업이 M&A에 나선다는 것은 경기를 긍정적으로 전망한다는 뜻이다. 사업 확장에 자신감이 있다는 신호다.

마크롱의 개혁은 현재진행형이자 아직은 미완이다. 하지만 공무원의 철밥통을 깨고, 노동개혁을 밀어 붙이고, 기업의 기를 살리는 그의 리더십이 부럽다. 우리는 딱 그 반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일자리를 놓고 희망고문만 하고 있다.  

   
▲ 지난 5월 청와대 여민관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한 일자리 상황판 모니터를 보며 일자리 현황을 직접 설명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안갯속이다. 책상머리 정책과 현장의 괴리감은 커져만 가고 있다. 한숨소리는 높아만 가는데 보고 싶은 것만,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최저임금이 고용불안을 야기할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고용도 안정 추세를 유지하고 있고 곳곳에서 상생의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식당도 주유소도 셀프시대다. 그 많던 알바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일자리 정부를 내세운 성과로 정규직이 됐을까. 지표는 아니올시다다. 2017년 12월~2018년 1월 실업으로 인한 고용보험 순상실자 수는 16만18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8% 증가했다.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증가폭이다.

고용보험 순상실자가 증가했다는 것은 취업자보다 실업자가 늘어나 고용 사정이 나빠졌다는 의미다. 지난 연말·연시 제조업 분양의 고용보험 순상실자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550%, 건설업은 529% 증가했다. 1월 고용동향에서도 실업자는 1년 전보다 1.2%(1만2000명) 늘어난 102만명으로 집계됐다.

15~29세 청년 실업률은 1년 전보다 0.1% 상승한 8.7%를 기록했다. 체감 실업률은 11.8%로 1월 기준 가장 높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지켜주는 버팀목이라던 최저임금인상이 부른 역설이다.

알바는 구하기 힘들어서가 아니라 쓰기 힘들어서 '귀한 몸'이 됐다. 음식점, 도·소매업 등 자영업자의 삶의 질은 곤두박질쳤다. 슬금슬금 물가가 오르면서 도시락족까지 등장하고 있다.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 팍팍한 삶속에 국민의 유리지갑은 얇아져만 간다.

노동계획은 뒷전이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포퓰리즘적 친노동정책이 쏟아지면서 기업 숨통을 죄고 있다. 일자리는 늘리기는 고사하고 있는 일자리마저 줄여야 할 판이다. 세계적 호황에서 한국만 소외되고 있다.

정부는 대기업 귀족 노조 편을 든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란 요원하다. 법인세율은 낮추지 않고 높인다. 기업의 해외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공공 부문 군살을 빼기는커녕 공무원을 17만명이나 더 뽑겠다고 한다. 천문학적인 혈세가 투입될 것이다.

마크롱은 200여년 역사의 강성 노동조합을 '각개격파'로 무장해제 시켰다. 마크롱 취임 이후 노동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까지 4개월이 걸렸다. 민주노동동맹(CFDT), 노동총동맹(CGT), 노동자의힘(FO) 대표를 각각 따로 대통령궁으로 불러 개별 면담을 했다. 노조의 연대를 사전 차단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노동법 통과까지 마크롱과 총리·장관은 300시간에 걸쳐 100번이나 노동단체 대표들과 미팅을 가졌다.

마크롱식 개혁의 교훈은 인기를 좇지 않고 오로지 국가 미래를 보는 강력한 리더십이다. 고통이 따르지 않는 구조조정은 없다. 순간의 고통을 회피하려다 더한 댓가를 치루는 것을 우린 숱하게 봐 왔다. 노동개혁 없는 처방은 땜질에 불과하다.

노조공화국 '한국병'은 곪아만 가고 있다. 촛불 신앙과 인기만을 위해 영합한다면 그야말로 불치의 병으로 악화될 것이다. 걸핏하면 정치투쟁이요, 툭하면 파업인 한국의 귀족노조는 적폐대상이다. 마크롱이 부러운 것은 잘못된 노동시장을 갈아엎고 일자리의 정의를 세운 것이다.

비정규직 제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법인세 인상…. 캄캄하다. 17만 공무원의 밥그릇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미래세대의 부담이다. 인간다운 삶이 과연 돈 몇 푼으로 해결될까? 아랫돌 빼서 윗돌 괴고 위돌 빼서 아랫돌 괴는 하석상대(下石上臺)다.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인 동족방뇨(凍足放尿)다.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