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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현장과 동떨어진 공정위의 항공사 보상규정 강화
외국은 천재지변·기상악화로 지연시 항공사 배상 책임 없어
최주영 기자
2018-03-09 10:14

[미디어펜=최주영 기자]"항공사들을 향한 공정위의 지나친 규제가 우려됩니다. 승객의 안전을 담보로 한 규제로 인해 비용이 발생할 경우 결국 추가 피해는 불보듯 뻔한 일입니다."


   
산업부 최주영 기자
항공업계 고위 임원의 말이다. 공정위가 최근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 개정안을 원안대로 의결하자 예상대로 항공사들은 볼멘소리를 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항공사 과실로 국내선과 국제선 비행편이 지연·결항되면 승객에게 최대 600달러까지 배상해야 한다. 항공사가 승객에게 배상하는 기준액을 현행보다 1.5~2배 상향한 점도 눈에 띈다. 


항공사들은 보상 규정 수위에 일부 지나친 부분이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나 그동안 항공사가 보상 책임을 면제받아 온 천재지변, 안전을 위한 점검·정비 등 사유에 대해서까지 입증 의무를 신설한 점은 해도해도 너무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소비자원에서도 천재지변으로 인한 보상규정을 따로 두지 않고 있고, 항공기 결함의 경우도 해당사의 귀책에 따라 일부만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천재지변이나 결함으로 발생하는 출발 지연에 대해 항공사에 과하게 책임을 묻기 시작하면, 위험을 무릅쓰고 비행기를 띄우는 사례가 더욱 빈번해 질 것이란 우려 또한 제기된다. 공정위의 이같은 처사는 항공사로 하여금 안전운항이 뒷전이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안전운항의 가장 기본적인 사안인 정비를 이유로 시간이 지연됐음에도 소비자에게 '피해 보상'을 하게 된다면 최종적인 피해는 승객에게 돌아갈 공산이 커 보인다. 


항공기가 제 시간 내 출발하더라도 완벽하게 정비받지 못한 채로 이륙했다가 사고라도 발생한다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승객은 정비를 제대로 못한 항공사에 책임을 물을 것이고, 항공사는 정시성 준수를 위한 조치였다며 해명할 수 있는 명분이 하나 생긴 셈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항공사의 출발 지연에 대해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조금만 늦게 출발하거나 회항한다고 하면 "항공편 지연으로 휴가를 망쳤다" "정신적 피해보상을 하라"며 항공사가 큰 잘못이라도 한 듯 몰아붙이는 태도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외국의 경우 항공사가 지연으로 인한 손해를 감수하고 회항을 결정하면 오히려 승객들이 이를 높이 평가하는 만큼 국내와는 다소 상황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항공사의 콘트롤이 가능한 상황에서 예기치 않은 딜레이와 항공편 취소가 있었을 경우에만 보상을 받을 수 있고 승객 또한 이견을 제시하지 않는다.


항공기 지연 피해를 걱정하는, 혹은 소비자의 거센 반발을 우려하는 공정위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승객의 안전을 담보로 한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는 장래에 소비자 피해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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