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황금빛 내 인생'이 종영했다. 주말 저녁 가족들을 TV 앞으로 불러모으는 지상파 TV 주말드라마의 역할에 충실했던 '황금빛 내 인생'이 52회로 6개월여 대장정의 막을 내린 것이다.

12일 방송된 '황금빛 내 인생' 마지막회는 예상대로, 또는 예상과는 조금 다른 절반의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우선 아버지 서태수(천호진)은 위암을 극복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남은 가족들은 슬픔에 잠겼지만, 각자 일상을 통해 행복을 찾아갔다. 서지안(신혜선)은 핀란드 유학 생활을 이어가며 자신의 꿈을 좇고, 최도경(박시후)은 서지안 앞에 다시 나타나 새롭게 사랑을 시작해보자고 한다. 서지안도 이를 받아들인다.

   
▲ 사진=KBS 2TV '황금빛 내 인생' 포스터


끝까지 가장 관심을 모았던 서지안의 사랑과 서태수의 건강 문제는 이렇게 희비가 갈렸다. 나머지 가족들과 주변인물들은 대체로 모두 만족할 만한 삶을 살아간다. 저마다 인생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기를 기대하면서.

'황금빛 내 인생'은 출생의 비밀, 뒤바뀐 아이, 재벌가의 횡포, 재벌가 남자와 서민 여자의 우여곡절 사랑 등 막장 드라마적인 요소를 두루 갖췄지만 나름 성의있는 이야기 전개와 배우들의 연기 호흡이 어우러지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시청률도 고공 행진을 해 40%대를 자주 찍었고, 최종회는 45.1%의 최고 시청률로 유종의 미도 거뒀다.

막바지 극 전개에서 부각됐던 천호진의 병과 관련한 논란은 아쉬움을 남겼다. 자신이 암에 걸린 줄 알고 있다가 '상상암' 판정을 받고, 안심할 즈음에 다시 '진짜암(위암말기)' 판정을 받고 가족들 곁을 일찍 떠나고 말았다.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한국 의료진의 수준을 너무 무시한 설정이었다.

이런저런 논란을 떠나, 마지막회에서는 서글프게 다가오는 장면이 있었다. 천호진이 남긴 유산 때문이었다. 천호진은 가족들도 몰랐던 사망보험에 가입해 보험금을 유산으로 남겼다. 그는 가족 각자에게 돌아갈 금액까지 꼼꼼하게 미리 정해놓았다.

보험금이 적어서(물론 서민인 서태수 가족에게는 거액이었다)가 아니었다. 여주인공인 지안을 편애(?)해서(지안의 핀란드 유학 자금을 위해 아버지는 가장 많은 5천만원을 배정했다. 참고로 막내 아들 지호는 모아둔 돈이 있고 젊다는 이유로 1천만원만 배정했다)도 아니었다. 재벌가의 딸이 된 지수에게도 1천만을 용돈으로 물려준 세상 물정 모름 때문에 서글펐던 것 역시 아니었다.

자신의 죽음을 대가로 지급되는 사망보험금으로나마 가족들에게 아버지로서 마지막 위신을 세우고 간 천호진의 '현실스러움' 때문에 서글펐다.

소현경 작가가 어떤 의도로 사망보험금 얘기를 가족 각자에게 돌아갈 금액까지 세세하게 밝히며 마지막회에 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천호진이 남긴 유산이 오늘을 사는 많은 이 땅의 아버지들의 형편을 대변한 것 같아 서글펐다.

경제적 루저가 돼 아내에겐 예쁜 옷 한 벌 제대로 못 사주고, 자식들에게 공부할 돈도, 사업이나 장사의 밑천이 될 돈도, 집 마련할 돈도 변변히 못해줬던 아버지.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주원인이 됐을 암 발병. 결국 그렇게 얻은 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보험금으로 조금이나마 아버지 노릇을 하게 된 아버지. 그 아버지는 가족들에게 돌아갈 보험금 분배 명세서를 꼼꼼히 적으면서 어쩌면 생애 마지막으로 기뻐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드니 더 서글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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