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9억원 이상 신규 아파트 분양은 중도금 집단대출 어려워
시세차익 겨냥한 투기수요 줄어들 듯…''금수저'만 혜택" 지적도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최근 분양시장에 중도금 집단대출이 불가능한 단지가 속속 등장하면서 이른 바, '묻지마 투자'가 사라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계약자들이 자력으로 중도금을 충당해야 하는 만큼 자금부담이 커진 것이 사실이고, 이 때문에 당첨 후 시세차익을 겨냥한 투기수요는 어느정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투기 수요를 일시적으로 억제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 자금 사정이 넉넉한 '금수저'들 잔치로 전락해 집값 양극화만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6일 견본주택을 개관하고 분양에 들어가는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자이 개포'와 경기도 과천시 '과천 위버필드' 두 사업장 모두 중도금 집단대출이 진행되지 않는다.

두 단지 모두 '로또 청약 단지'로 불리는 만큼 수요자들의 관심이 많지만 중도금 대출 문제가 변수로 등장한 것이다.

   
▲ 오는 16일 견본주택을 개관하고 분양에 들어가는 '디에이치자이 개포' 조감도.이 단지는 중도금 집단대출이 불가능해 계약자가 자력으로 조달해야 한다/이미지 제공=현대건설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경우 가장 규모가 적은 63㎡(이하 전용면적)형 분양가가 9억원이 넘고, 과천 위버필드는 국민대표 평면인 84㎡의 경우 10억원대로 예상되는 상황. 

지난해 8. 2대책 이후 집단대출 규제 강화에 나선 정부는 9억원이 넘는 아파트에 대해 한국도시주택보증공사(HUG)의 중도금집단대출 보증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HUG의 중도금 집단대출 보증이 거절되면 시공사의 연대 보증을 통한 집단대출도 있기는 하지만 두 단지 모두 시공사의 보증을 통한 중도금 대출이 되지 않는다.

디에이치자이 개포 시공사인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건설‧GS건설‧현대엔지니어링)은 당초 시공사 보증으로 해당 단지의 중도금 60% 가운데 40%를 대출하는 방안을 검토했었지만 결국 중도에 포기했다.

9억원 이상 아파트에는 중도금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는게 정부의 입장인데, 민간기업이 정부와 엇박자를 내는게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과천 위버필드 역시 시공사 보증을 통한 중도금 대출이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도금 대출이 사실상 막히면서 분양대금 마련이 변수로 작용한 것. 계약금 10%만 가지고도 청약에 나섰던 과거와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때문에 청약을 신청해 당첨이 됐다고 하더라도 중도금 등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을 경우 계약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 1월 분양을 한 '과천 푸르지오써밋'의 경우 당첨자 중 22%에 달하는 128가구나 계약을 포기했는데, 대부분 중도금 등 자금조달 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천의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도 "앞서 분양한 과천 푸르지오 써밋은 대출의 문턱을 높지 못하고 분양 대금 마련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이 계약을 포기했다"며 "과천에서도 전용면적 84㎡ 이상의 아파트는 시세가 10억이 넘어 중도금 대출이 제한되는 만큼 현금 사정이 좋은 수요자 위주로 청약을 권한다"고 말했다. 

중도금 등 정부의 대출 규제가 '묻지마 투자'를 제어하는 효과로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출규제가 결국에는 강남 등 인기 지역에 대한 수요자 폭을 줄여 시장의 양극화만 심화 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수요가 넘쳐나는 강남의 경우 신규 아파트 분양가가 9억 이하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결국 이들 지역에서 신규 아파트 분양을 받기 위해서는 7억원 이상의 여유 자금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서민들 중 이 같은 현금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이어 "정부의 잇단 대출 규제는 결국 강남 등 인기 지역은 서민들이 진입할 수 없는 성벽을 쌓은 꼴”이라며 "현금 보유량이 충분한 중산층 이상 자산가들끼리 경쟁하며 집값이 더 올라갈 수도 있다"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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