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5년 넘게 감소세를 보이던 증권사 임직원 숫자가 작년 증시 호황과 증권사들의 호실적에 힘입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내용을 자세히 보면 정규직은 줄고 계약직 숫자가 늘어 정부의 ‘견제’를 받을 확률이 오히려 높아졌다는 평가다. 신입사원들을 길게는 2년간 비정규직으로 쓰는 사례도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 증권사 임직원 수가 6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됐다. 이는 증시 호황에 따른 주요 증권사들의 사상 최대 호실적 여파로 분석된다. 하지만 내실을 놓고 보면 정규직 직원은 줄고 계약직 직원과 임원이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 사진=연합뉴스


작년 말 기준 증권사 임직원 수는 3만 5889명으로, 전년 대비 190명 늘었다. 연말 기준 증권사 임직원 수가 증가한 것은 2011년 이후 무려 6년 만이다. 2011년 말 4만 4055명을 나타낸 증권사 임직원 숫자는 2016년 말 3만5699명까지 계속 줄어들었다. 증권사뿐 아니라 금융권 전체가 직원들을 줄이는 추세를 보였다.

이 와중에 증권사 임직원이 작년 늘어났지만 늘어난 것은 정규직이 아니라 계약직이었다. 정규직 직원은 여전히 감소세를 보여 작년에도 30명 줄어든 2만 6375명을 나타냈다. 반면 계약직 직원은 7948명으로 80명 증가했다. 이밖에 비등기임원이 124명 증가한 759명을 기록했고, 경영이사(128명)와 사외이사(130명)가 각각 2명, 1명 감소했다.

한편 작년 말 기준 임직원 수가 가장 많은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로 4659명에 달했다. 뒤를 이어 KB증권 3012명, NH투자증권 2859명, 한국투자증권 2580명, 신한금융투자 2374명, 삼성증권 2268명 등의 순서가 이어져 대체로 업계 순위와 일치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안타증권(1694명), 하나금융투자(1612명), 대신증권(1568명), 메리츠종금증권(1439명), 한화투자증권(1024명) 등은 1000명이 넘는 채용 규모를 보였으며, 외국계 회사들은 일본계 미즈호증권 11명, 프랑스계 크레디아그리콜아시아증권서울지점 12명, 중국계 초상증권 17명 등의 규모를 나타냈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업계 위상에 걸맞은 채용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신입사원들을 최장 2년간 계약직으로 고용하고 있어 일부에선 비판적인 시각이 나오기도 한다.

신입사원들을 계약직으로 사용한 뒤 정규직 전환하는 것은 미래에셋대우와 합병하기 전 대우증권의 채용관행이었다. 합병 이후에도 이 관행이 이어져 작년 하반기 채용한 43명의 대졸자 신입사원들도 일단 계약직으로 분류돼 있다. 

신입에 대한 계약직 채용의 문제로는 크게 두 가지가 부각된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신입사원들에게 맞지 않는 고용형태라는 점과 최근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와 맞지 않아 ‘견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계약직이나 비정규직을 무조건 악(惡)으로만 규정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계약직 채용기간이 최장 2년이나 된다는 점은 신입사원들로서는 불안요소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는 ‘형식상 계약직이긴 해도 실질적인 대우는 정규직과 다르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채용공고에 명시된 것보다 계약직 채용기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는 점, 정부가 계약직 채용을 줄이고 정규직 채용을 늘리는 방향을 정책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점 등은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다.

한편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올해부터 신입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다"면서 "상반기 업무직 공채도 전원 정규직으로 채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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