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명 소설·영화 원작 '지금 만나러 갑니다'서 우진 역 맡아
"연애할 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우진 성격, 나와 너무 비슷해"
"손예진, 좋은 느낌 주는 배우…OK 사인 나도 재촬영 요구하더라"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또래 친구들은 아이와 가정을 꾸릴 나이지만, 경험해보지 못한 아빠의 모습이 영 어색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출연을 고사했지만, 지울 수 없는 연기 욕심과 행복하고 싶단 열망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로코킹에서 다시 멜로킹으로 돌아온 배우 소지섭의 이야기다.


   
▲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배우 소지섭이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51k 제공


"제가 아이를 키우는 모습이 상상이 안 되더라고요.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 민폐인 거잖아요. 그래도 고사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작품이라 하게 됐어요. 전작(군함도)이 너무 힘들었고, 촬영하면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는데 그것도 플러스 요인이 된 것 같아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감독 이장훈)는 1년 전 세상을 떠난 아내가 기억을 잃은 채 가족 앞에 나타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 소지섭은 아내를 떠나보낸 뒤 어린 아들을 홀로 키우는 우진을 연기했다.

지난 9일 '지금 만나러 갑니다' 개봉을 앞두고 미디어펜과 만난 소지섭은 작품의 따뜻한 감성에 가슴이 움직여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역 배우와 오랜 기간 촬영을 진행한 건 처음이지만, 촬영장의 '에너자이저'로 불리는 김지환 군과의 호흡에 기분 좋은 힘듦이 느껴졌단다.

"전 아이를 좋아하는데 대부분 아이들은 절 무섭다고 멀리하는 게 있어요. 지환 군은 캐스팅 후 처음 만났을 때 아빠라고 부르라고 했죠. 그 때부터는 좀 편하더라고요. 지환 군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절대 지치지 않는데, 같이 놀아주는 것도 기분 좋은 힘듦이었어요."

이장훈 감독의 모습은 아빠의 얼굴을 배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이 감독의 아내와 아이들이 놀러 온 현장에서 그가 어떻게 아이들과 부딪히고 스킨십하는지 유심히 지켜봤다.

"일하다 보면 힘든 경험들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이번 작품에서는 그런 기억이 별로 없는데, 감독님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현장을 너무 좋아하시기도 했고, 감독님의 기운을 고스란히 받았어요."


   
▲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배우 소지섭이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51k 제공


소지섭은 숙맥 같은 우진의 모습과 닮았다고 한다. 그는 "저 역시 재미있는 사람도 아니고 엉성하다"며 "연애할 때도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건 비슷한 것 같다. 다가가려면 한참 고민해야 하고, 뜸 들이고, 그러다 놓친다"고 고백했다.

"요즘 친구들의 사랑 방식은 잘 모르겠는데 제가 연애할 때만 해도 손 한번 잡기가 힘들었어요. 계속 고민하다가 집에 가고… 실제로 그랬던 기억들이 있어요.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건 비슷한 것 같아요."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로 시작해 '발리에서 생긴 일', '주군의 태양', '오 마이 비너스', 영화 '오직 그대만' 등 농도 짙은 멜로와 사랑스러운 로맨틱코미디를 오가며 수많은 여심을 울렸던 그다. 그런 소지섭이 "이번 작품이 마지막 멜로라는 생각을 한다"고 털어놓았다.

"복합적인 이유가 있어요. 멜로물은 시나리오도 없고, 관객분들이 잘 안 보다 보니 이게 마지막이지 않을까 생각하거든요. 이번에도 마지막이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유독 멜로라는 장르만 많이 뒤처지는 것 같아서 꾸준히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멜로라는 장르를 한정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있는 힘껏 애써준 손예진에게도 고마운 마음이다. 소지섭에게 손예진은 '상대 배우에게 좋은 느낌을 주는 배우'. 손예진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그의 완벽주의적인 모습에도 혀를 내둘렀다.

"기본적으로 감독님이 OK 사인을 주면 신 촬영을 끝내거나 한 번 더 찍어보는 정도인데, 손예진씨 같은 경우 자신만의 느낌이 있나 봐요. 그게 올 때까지 여러 번 다시 찍더라고요. 근데 스크린에서 보니까 무엇을 생각했는지 알 것 같더라고요. 본인이 철저하게 계산하고 들어가는 것 같아요."


   
▲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배우 소지섭이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멜로킹과 멜로퀸의 깊은 연기 내공이 고스란히 드러난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눈물을 쏙 빼는 정통 멜로의 미덕을 가져가면서도 일본 원작과는 달리 통통 튀는 웃음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소지섭과 손예진의 과거 회상 장면에서는 1990년대 뷰티 트렌드를 반영한 모습으로 빅 웃음을 선사한다.

"핑크색 자켓을 그렇게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실지 몰랐어요. 제가 코디해서 입은 건 아니고, 고창석 선배가 직접 코디해주셨거든요. 촬영할 때도 지나가는 분들이 '컬러 무스까지 뿌렸어. 이게 뭐지?' 하는 눈빛이더라고요."

극 중 소지섭의 죽마고우로 등장하는 고창석은 소지섭이 직접 출연을 제안했다. '영화는 영화다'로 호흡한 뒤 고창석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소지섭은 "영화 속 등장인물이 많지 않다 보니 관객분들이 유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밝혔다.

"다행히 잘 맞은 것 같아요. 우진과 홍구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도 웃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둘 다 20대를 연기해야 하고, 설정이 재밌었죠. 고창석 선배는 저와 친구로 나온다고 되게 좋아하셨어요.(웃음)"

현장이 즐거우니 연기에도 재미가 붙었다. 소지섭은 스크린에 다시금 욕심 생기게 해준 '영화는 영화다'를 터닝 포인트로, 오랜 연기 고민을 해결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20대 후반에 '도둑맞곤 못 살아'라는 영화를 처음 촬영했어요. 근데 스크린에서 제 얼굴을 보고 나니 영화를 못하겠더라고요. 부족하고 민망해서. 그래서 드라마에 더 집중했어요. 그랬다가 우연한 기회에 '영화는 영화다'를 하게 됐는데, 그 때부턴 극장에서 제 얼굴을 봐도 괜찮게 느껴지더라고요."


   
▲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배우 소지섭이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는 한마디 말이 아닌 눈으로 전달하는 감정에 포커스를 뒀다. 소지섭은 "감정을 폭발시키는 것보다 작은 디테일을 표현하는 데서 재미를 느낀다. 제 연기를 평가하긴 좀 그렇지만 예전보단 깊어진 것 같다"고 조심스레 자평했다. 

하지만 좋은 배우에 대한 답은 아직 내리지 못하겠다는 소지섭. 그는 "그 답을 찾으면 아마 그만두게 될 것 같다"며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은 있다"고 밝혔다.

"물론 좋은 사람에 대한 답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전 저와 함께했던 분들이 모두 잘 됐으면 좋겠고,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좋은 기운을 뿜는 사람이 됐으면 하는 거죠. 저도 꽤 긴 시간 슬럼프를 겪고 극복 중인데, 혼자 하는 것보단 같이 하는 사람들이 잘됐으면 좋겠어요. 어릴 땐 잘 몰랐는데, 어떤 작품의 주인공이라면 어떤 상황이 왔을 때 힘 있게 밀고 나가는 에너지가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러려고 노력합니다. 특히나 힘든 일이 있을 때, 분위기가 따라가거든요. 어릴 땐 내성적이고 말도 없이 가만히 있었는데, 그걸 알고 나선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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