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최승호 사장 체제에서도 '보복 유배' 인사가 되풀이 되고 있다는 MBC 내부의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MBC내 미디어 비평을 추진하는 공정방송감시센터(이하 MBC공감터)는 14일 "'배현진 논란'과 MBC', 그리고 사라진 기자들"이라는 입장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MBC공감터는 이날 입장문에서 "MBC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탄압은 '배현진 논란'의 미디어센터 6층 기자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승호 사장은 취임 첫날인 작년 12월 8일 오후 보도국 국·부장단 전원을 보직 해임하고 민노총 언론노조 파업에 참여했던 기자들로 그 자리를 속속 채웠다"며 "보도국에 입성한 새 간부진은 당일 뉴스데스크 리포트를 준비 중이던 일선 기자들에게도 즉시 업무에서 손을 떼게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MBC공감터는 파업 불참 취재기자의 얼굴이나 목소리는 단 한 컷도 나가서는 안 되는 분위기라며 "방송된 영상 중에 기자 얼굴이 들어가 있었다고 난리가 난 적도 있다"며 "방송에 출연할 권리는 오로지 파업에 참여한 민노총 소속 기자들만 가지고 있는 것인가? 갑오경장 때 폐지된 '반상(班常)의 계급'이 21세기 MBC에서 부활하는 시대착오적인 모습을 보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6·13 지방선거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MBC공감터는 "오는 6월 지방선거 때 MBC의 편파 보도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미투' 논란에 직격을 맞은 여권과 정권의 소방수를 자처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 나온다. 민노총 언론노조 소속이 아닌 기자들이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 중립적이고 균형 잡힌 공정보도가 나올 수 있을까? 아니 기대나 할 수 있을까?"라며 자조섞인 목소리도 담았다. 다음은 MBC공감터 입장문 전문이다. 

   
▲ MBC내 미디어 비평을 추진하는 공정방송감시센터(이하 MBC공감터)는 14일 "'배현진 논란'과 MBC', 그리고 사라진 기자들"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사진=MBC방송 캡처

'배현진 논란'과 MBC, 그리고 사라진 기자들

최승호 사장 체제에 되풀이된 '보복 유배' 논란

MBC 직원들도 그런 곳이 있는 줄 몰랐다. 보도국이 있는 방송센터에서 경영센터를 지나 회사 안내판에 '기기실'로 표시돼 있는 미디어센터 6층에 오르면 북쪽 창문을 따라 긴 복도가 이어진다. 복도 한쪽으로 조명기구와 검은 상자들이 줄지어 쌓여 있고 그 끝에 방이 하나 있다. 방 출입문 위에 걸렸던 '조명UPS실'이라는 간판은 지금은 '보도본부'로 바뀌었다. 여기에서 작년 12월 최승호 사장 취임 후 직무에서 박탈된 기자들 중 6명이 대기해왔다.

이곳이 사직한 배현진 앵커가 그동안의 고초를 말하면서 갑자기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회사 측은 기자 6명이 격리됐다는 사실은 외면한 채 '그 방이 지금은 사무실'이라고만 강변했다. 논란이 뜨겁다. 분명한건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란 점이다. 그리고 해당자는 마땅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파업 불참 기자?, MBC 뉴스에서 사라져

MBC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탄압은, '배현진 논란'의 미디어센터 6층 기자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승호 사장은 취임 첫날인 작년 12월 8일 오후 보도국 국·부장단 전원을 보직 해임하고 민노총 언론노조 파업에 참여했던 기자들로 그 자리를 속속 채웠다. 보도국에 입성한 새 간부진은 당일 뉴스데스크 리포트를 준비 중이던 일선 기자들에게도 즉시 업무에서 손을 떼게 했다.

당시 보도국에서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뉴스데스크 정파를 막아오던 취재기자 약 80명이 뉴스를 제작해오고 있었다. 그날 이후 이들 기자 80명은 단 한 명도 MBC 뉴스, 정확히는 8시 뉴스데스크에서 찾아 볼 수 없다. 인사발령이 이어졌다. 보도국장을 중계차PD로 보냈다 외부에 알려지자 다시 TV심의부로 보내는 일이 있었다. 청와대 출입기자도 중계차 PD로, 전직 시경 캡도 이 부서로 보내졌다. 보도국 부국장과 부장들을 스포츠국으로 보냈다.

파업에 불참한 기자들도 방송기자 업무가 아닌 곳들로 골라 배치했다. 새로운 부서가 생겨났다. 취재기자들을 난데없이 영상 편집을 하거나 전산화 부서 등으로 발령해, 그곳 책임자에게 "당신들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듣게 했다.

'배현진 논란' 최승호 체제의 인사 잔혹사

파업 불참 기자들을 MBC 뉴스에 못 나오게 하겠다는 듯, 최승호 사장 체제의 결정은 집요하게 집행돼 왔다. 배제된 이들은 익명으로 일을 한다. 보도국 뉴스투데이편집부에서는 파업 불참 기자들이 코너를 맡아 익명으로 뉴스를 취재하고 촬영하고, 원고를 작성하고, 편집하는 전 과정을 도맡아 한다. 그리고 그 원고를 기자 대신 리포터가 읽는다.

파업 불참 취재기자의 얼굴이나 목소리는 단 한 컷도 나가서는 안 되는 분위기다. 방송된 영상 중에 기자 얼굴이 들어가 있었다고 난리가 난 적도 있다. 방송에 출연할 권리는 오로지 파업에 참여한 민노총 소속 기자들만 가지고 있는 것인가? 갑오경장 때 폐지된 '반상(班常)의 계급'이 21세기 MBC에서 부활하는 시대착오적인 모습을 보는 격이다.

방송에서 배제된 MBC 기자 80명은 업무배제 리스트가 아닌가? 최승호 사장이 했으니 '좋은 블랙리스트'인가? 민노총 언론노조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뉴스에서 배제된 것이 사실이다.

MBC 보도는 어디로?...6·13 지방선거 보도 편향 우려

민노총 언론노조 소속의 파업 기자들만 뉴스를 제작하고 출연하는 작금의 상황에서 MBC뉴스의 균형은 철저히 무너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벌써 한쪽에선 편파의 극을 달리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권에 너그러운 대신 제1야당에게는 질타의 리포트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 기자회견 뉴스 꼭지를 대거 쏟아냈던 MBC뉴스데스크에서 이제는 연일 북한 김정은에 대한 미담이 줄기차게 이어진다는 비판이 들린다. 방송의 균형이 심각하게 무너졌다는 것이다.

오는 6월 지방선거 때 MBC의 편파 보도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미투' 논란에 직격을 맞은 여권과 정권의 소방수를 자처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 나온다. 민노총 언론노조 소속이 아닌 기자들이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 중립적이고 균형 잡힌 공정보도가 나올 수 있을까? 아니 기대나 할 수 있을까?

2018.3.14.
MBC노동조합 미디어 비평센터 공감터(공정방송감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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