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인사청문회는 향후 통화정책과 중앙은행의 독립성 문제‧가계부채 문제 등에 대한 질의가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추가 금리인상에 대해선 신중히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해선 한은의 중립성이 법적 측면이나 관행상으로도 크게 강화돼 온 만큼 이에 걸맞게 책임성을 높여나가겠다는 입장이다.
|
|
|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미디어펜 |
이 총재는 인사청문회에 앞서 모두발언에서 “당분간 수요 측면에서 물가상승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도록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리인상 가능성을 묻는 여야 의원의 질의에 대해선 시장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금리인상 시기를 언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현 금리수준이 높다, 낮다는 평가 역시 유보한다”고 답했다.
한미간 금리 역전에 대해선 “우리가 기계적인 대응을 하는 것은 아니다”며 “국제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과 가계부채 누증 등 금융안정 측면에서 리스크를 살펴가며 완화정도 조정을 신충하게 판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한국시간으로 22일 새벽 정책금리를 현행 연 1.25~1.50%에서 1.50~1.75%로 0.25%포인트 인상이 유력시된다. 현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1.50%인 것을 고려하면 10년 7개월 만에 한미간 정책금리가 역전된다.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외국계 자금의 이탈 가능성이 커진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 “한미간 금리역전에 따른 자금유출 우려가 제기되는데 그것부터 국제금융상 자금흐름을 좀 더 유념해 보겠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의 자율성과 독립성에 대한 문제도 지적됐다. 현 정부가 이 총재의 연임을 결정한 배경에는 청와대와 정부의 ‘말 잘 듣는 총재’를 선임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박근혜 정부 당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척하면 척’ 발언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에 이 총재는 “중앙은행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지켜야 하지만 일부에서 협조를 해야 가능하다”면서 “책임 있는 분의 발언도 신중하실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난 정부 때 휘둘렸다, 끌려다녔다는 평가에 저 나름대로 다른 의견이 있다”면서 “당시 상황은 정부 정책과 관계없이 완화기조로 끌고 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임 지명 배경에서 통화정책의 중립성과 자율성을 존중한다고 하는 임명권자의 설명이 있었다”며 “그렇게 하라는 뜻으로 알고 충실하겠다”고 강조했다.
취임 후 기준금리를 5차례나 인하하는 등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 가계부채 증가했다는 비판에 대해선 “당시의 상황에서는 금리인하가 불가피했다”며 “그래서 가계부채가 늘어난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부채 문제가 유념해야 할 수준까지 와 있다”며 “가계부채 증가율이 가계소득증가율을 넘어서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대중공업의 군산조선소 폐쇄와 GM공장 철수 발표 등으로 타격을 입게 된 전북‧군산지역 구제 방안에 대해선 “전북 군산에 400억~500억원 규모의 지원을 곧바로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현재 지역 자금 수요와 (금융중개지원대출 자금) 여유분의 여력도 감안해야 한다”며 “증액을 포함해 기준변경을 금통위원들과 진지하게 논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청문회를 통과하면 1974년 김성환 전 총재 이후 44년 만에 연임총재가 된다. 지난 1998년 이전엔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이 아니었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첫 연임 사례가 된다. 임기는 2022년 3월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