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기록한 24~25일 건너뛰고 26일 시행…막힌 지형에 느려진 풍속, 2차생성 속수무책
[미디어펜=김규태 기자]올해 들어 초미세먼지의 한반도 공습이 심상치 않다.

서울시의 경우 초미세먼지주의보 발령 횟수가 이미 지난해 한해 분량을 넘어선 가운데, 미세먼지 농도가 최악의 수준으로 내려앉은 24~25일을 건너뛰고 26일이 되어서야 수도권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되어 논란을 빚기도 했다.

25일 서울·경기는 2015년 미세먼지 관측 이후 최고 농도를 기록했고 인천은 지난 한달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지만, 하루전 평균농도 기록과 당일 농도 예보 수치를 기준으로 삼는 비상저감조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발령이 늦어졌다.

비상저감조치는 전날과 당일 서울·경기·인천 수도권 전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모두 '나쁨' 기준을 넘어야 하지만, 24일은 전날인 23일 농도가 낮았고 25일은 인천지역 당일 예보 수치가 '나쁨'을 넘지 못해 발령되지 못했다.

정작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26일은 오후에 들어서 풍향이 올라가 대기 정체가 풀리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지역별 편차는 있지만 조금씩 떨어졌다.

기상업계는 당국의 대기예측모델 정확도가 낮은 데다 풍향을 고려한 미세먼지 국내 누적량을 예측하는 시스템이 없고 전날 평균 농도와 당일 예측치를 기준으로 삼는 것에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고농도 미세먼지로 뒤덮였던 지난 24일부터 사흘간 시민들은 외출을 자제하고 일부는 고통을 호소했지만, 당국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광역단체들은 26일 올해 들어 4번째 비상조치인 정부·공공기관 직원 차량 2부제 시행 등 비상저감조치에 들어갔지만 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크다.

환경부는 지난 1월 수도권 비상저감조치에 대한 자체 평가에서 해당 조치에 따라 줄어드는 미세먼지 오염물질이 1.5%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했고, 미세먼지 2차생성에 대한 오염물질 규제 없이는 공염불이라는 학계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공장 및 자동차에서 직접 미세먼지로 배출되는 것보다 암모니아 등 가스 상태로 나왔다가 대기 반응을 거쳐 미세먼지로 뭉쳐지는 경우가 전체의 70%를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 25일 서울경기 지역은 24시간 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당 각각 99㎍(마이크로그램)과 102㎍을 기록했다. 이는 2015년 공식관측 이래 역대 최악의 수치였다./자료사진=연합뉴스


또한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시 이에 대한 중국의 영향은 학계에서 60~80%로 알려져있지만, 한반도로 넘어온 뒤 하루 이상 쌓여 2~3일 지속되는 경우는 태백산맥을 등진 '막힌 지형'과 느려진 풍속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환경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초미세먼지 관측망을 갖춘 전국 157개 기초자치단체 중 일평균 농도가 '나쁨' 이상으로 1년에 30일 이상 발생한 지역은 25개 시군구에 달한다.

이중 수도권 18곳을 제외하면 전북이 익산·정읍·김제·고창 등 4곳으로 가장 많다. 이외의 지역은 강원도 원주와 충북 청주 등으로 확인됐다.

서울은 25개 자치구 중 3곳에서 30일 이상 초미세먼지가 발생했고 경기도는 택지개발이 집중된 김포·고양·양주, 산업단지들이 입지한 평택·여주·동두천·파주·여주·안성에서 고농도로 일어났다.

전북의 경우 동쪽 노령산맥이 중국에서 오는 미세먼지 공기 흐름을 막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지만, 전북도 자체 조사에서는 도내 축산 악취를 새로운 원인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는 이에 대해 "미세먼지를 2차로 형성하는 암모니아와 휘발성유기화합물 농도가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봄철 풍속이 약해지는 것 또한 서해안에 쌓였던 중국발 오염물질들이 국내에 고농도로 유입되는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이에 대해 "기후 변화로 인해 시베리아 고기압 세력이 약화되면서 풍속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초당 3m이던 서울의 3월 평균 풍속은 지난해 3월에는 2.4m였고 올해 3월 1.9m로 더욱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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