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까지 하는 '따이공'들 국산 화장품 집중 구매, 어디론가 물품 넘겨...순수 관광객, 내국인들에 피해 관광활성화에도 전혀 도움 안돼
   
▲ 롯데면세점 본점 앞에는 아침 일찍부터 수백명의 사람들이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따이공'이다./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국가로부터 면세 사업권을 취득해 외국 방문객 및 내국인 해외 출국자들을 대상으로 외국의 유명 브랜드 상품 및 토산품을 면세로 판매하는 사업." 

국내 한 면세점 사업자의 사업보고서상에 적힌 면세점 사업의 특성이다.

사전적 의미대로 면세점은 외화획득이나 관광 활성화, 내·외국인 여행자의 편의 등을 도모하기 위해 공항이나 시내 등에 허가권을 가지고 면세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최근 해외여행을 앞두고 시내 면세점을 방문한 이가 있다면 이 말에 고개가 갸우뚱해질 것 같다. 

언젠가부터 서울 시내 면세점은 물품을 구매하려는 외국인들(대부분이 중국인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매장 오픈 몇 시간부터 줄서는 것은 기본에다 심지어 노숙까지 하는 외국인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사드 여파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도 없는데 면세점에 관광객들로 미어터지면 좋은 게 아닌가라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쇼핑을 하는 사람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그들은 순수한 관광객들이 아니다. 커다란 캐리어를 들고 다니며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토산품(국산품)만을 집중적으로 구매한다. 

특히 국산 화장품들이 그들의 집중 공략 대상이다. 그들은 롯데면세점 본점에서 물건을 구매하면 신세계면세점, 신라면세점, 두타면세점 등을 투어하며 국산 화장품만을 집중 구매한다. 그들이 정말 국산 화장품이 좋아서 그렇게 많이 구매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면세점에서 물품을 구매한 후 가는 곳은 면세점 주차장이다. 거기서 그들은 누군가에 돈을 받고 구매한 물품들을 건네고 그 자리를 떠난다. 국산품은 현장에서 바로 수령 가능하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에게 물건을 건네받은 사람들은 차에 물건을 싣고 어디론가 떠난다. 그 제품이 국내서 다시 유통이 될지 아니면 해외로 나갈지는 알 수 없다.

   
▲ 롯데면세점 본점 매장 앞에는 국산 화장품을 구매하기 위해 노숙을 하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사진=미디어펜

외국인들이 국산 면세물품을 구매해 얻는 수익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 경쟁만은 매우 치열하다. 서울 시내 면세점 앞은 매장 오픈 전부터 수백 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심지어 그 전날 밤 10시쯤 되면 롯데면세점 본점 스타애비뉴 앞에는 이불을 깔고 노숙을 하는 외국인들도 흔히 볼 수 있다. 외국인 노숙자들을 연상케 한다.  
 
그 물건을 구매한 고객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중국 보따리상(따이공))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왜 한국에 왔고 치열하게 한국산 물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중국 보따리상들이 직접 구매한 물건을 중국 현지로 가져가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면세품들이 다시 국내에 유통되고 해외에 밀수출된다면 유통 생태계의 큰 교란을 가져올 수 있다.

중국 보따리상들은 누구일까. 그들은 한국에 체류하는 출국행 비행기 티켓이 있는 중국인들일 수 있고, 단기로 입국해 물건만 구매하고 바로 떠나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들이 누군가의 지원을 받고 비행기 티켓을 끊고 호텔에 투숙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나마 사드 여파로 관광객들이 줄어 힘든데 따이공들이라도 있으면 좋은 게 아닌가라고 반문할 수 있다. 물론 면세점들의 매출은 늘어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산품을 집중 구매하면서 면세점들의 영업이익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면세점들도 고가의 명품 브랜드의 판매가 늘어야 이익도 많이 남는다.  

또 순수 관광으로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런 한국 면세점들의 풍경을 보고 면세 쇼핑을 기피할 수 있다. 내국인들의 피해도 매우 크다. 해외여행을 앞두고 시내 면세점이나 인터넷 면세점에서 화장품을 구매하려고 보면 죄다 '일시품절 상품입니다', '재입고 알림' 등을 볼 수 있다. 내국인들이 출국할 때 국산 화장품을 미리 구매하는 건 '로또 당첨'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 서울 시내 한 면세점 지하 주차장에서는 따이공들이 구매한 국산 물품들을 누군가 차에 싣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그들이 저렴한 면세 쇼핑만 하는 것은 관광산업 활성화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면세점 관계자들이나 관세청도 이런 현 상황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알고 있으면서 손 놓고 있는 그들에게 면세점의 본질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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