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기업 해외진출 지원 및 글로벌 일자리 창출 강조
"코트라다운 코트라 만들도록 함께 혁신방안 마련해나가자"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이라크 내전이 벌어지던 2003년 말 가족을 요르단 암만으로 보낸 뒤 방탄조끼를 입고 시장개척하면서 방탄차 사달라고 했던 바그다드 무역관장의 사례를 들었다. 이런 '코트라맨'이 있는 한 한국 무역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한다."

권평오 코트라 사장은 2일 서울 서초구 코트라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지난 2011년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하고 지금 세계 6위의 수출 강국으로 도약한 비결은 불굴의 정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권 사장은 "코트라는 지난 56년간 한국이 무역·투자 강국으로 도약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도 "최근 좋지 않은 대외환경 뿐만 아니라 코트라를 향한 따가운 눈총이 있어 어깨가 무겁다"고 토로했다.

그는 "최근 고객만족도 평가에서 공공기관 최초로 4년 연속 S등급을 획득하고 경영평가도 최우수 등급을 받았지만, 최근의 현실을 보면 지금껏 이룬 성과에 안주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정부와 유관기관은 물론 고객사인 중소·중견기업마저 우리의 문턱이 높고 서비스가 원하는 수준 대비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이카루스의 역설'처럼 환경이 바뀌었는데 과거의 성과에 취해 날개가 녹아 추락하는 것도 모르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며 "과거의 업무방식을 답습한채 코트라의 정신을 잃은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 권평오 코트라 사장이 2일 서울 서초구 코트라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사진=코트라


권 사장은 "56년이 지나면 사람의 몸이 노화되고 부작용이 나타나는데 코트라도 마찬가지로 갑질·관료화 등 좋지 않은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평가 만능주의에 젖어 평가받지 않는 일을 외면하고 사명의식과 도전의식도 실종된 것이 아닌가"라며 날을 세웠다.

그는 "지난해부터 혁신선도그룹을 비롯해 스스로 혁신방안을 고민한 것은 다행이지만 아직 문제의식과 방안모색이 부족하다"며 "함께 머리를 맞대로 진정으로 코트라다운 코트라를 만들 수 있는 혁신방안을 찾자"고 당부했다.

이날 권 사장은 △중소·중견기업 해외시장 진출 지원 △글로벌 일자리 창출 △수출 품목 및 시장 다변화 △새로운 해외진출 기회 발굴 등 4대 핵심 정책과제를 선포했다.

그는 "소수 대기업과 주력품목을 통한 수출확대가 한계에 달했으며, 수출 낙수효과도 크게 감소했다"며 "혁신적 중소·중견기업의 수출확대가 수출증대와 고용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우선 "수출활동을 하는 중소기업의 비중이 독일과 미국은 각각 10.9%, 5.2%인 반면, 한국은 2.6%에 불과하다"면서 "중소기업 수출지원 대표기업으로서 책임을 통감해야 하며, 지원방식이 최선이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 고객서비스 본부를 해외시장진출 지원조직으로 전면 개편하고 창업·벤처기업 수출 및 수출 글로벌 중견기업으로 연결되는 수출 성장 사다리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자"며 단순 상품 수출을 넘어 해외투자·기술협력·외국기업과의 자본협력 등 고도화된 글로벌화를 집중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권평오 코트라 사장(오른쪽에서 5번째)이 2일 서울 서초구 코트라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일자리 창출에 대해서는 "그간 부수적 업무로 취급됐으나 해외 무역관의 네트워크 등을 활용, 해외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본업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24개 해외취업 지원무역관을 50개로 늘리고 해외창업무역관을 새로 지정, 관련 정보 및 행정지원 등을 돕고 외국인 투자도 고용효과가 높은 분야로 유치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조직운영과 사업관리 등의 혁신이 필요하며 행사성 프로그램을 성과와 내실 중심으로 바꾸고, 본사 인력을 감축해 해외와 지방으로 전진배치하는 등의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권 사장은 "눈치보기식 야근과 주말 출근 등의 구태를 없애고 '워라밸'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전자결제로 충분한거 보고하려고 줄서지 말고 보고서 치장하는데 시간 낭비하지 말고 창의적 아이디어 내는데 전념하자"고 꼬집었다.

이밖에도 주1회 이상 현장 방문·해외시장 및 바이어 정보 개방·성과 중심 인사관리·해외무역관장 20% 외부 개방·전문 분야 인력 채용·상임이사 등 주요 관직 대상 공모제 실시·혁신위원회 구성 등을 언급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 사람이 꾸는 꿈은 한낱 꿈으로 끝나지만, 만인이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며 "세계 일류 무역투자진흥기관의 꿈을 안고 오늘부터 혁신의 대장정을 함께 하자"고 주문했다.

한편 각 지역 무역본부의 환영메세지로 시작된 이날 취임식에서는 특히 특유의 흥겨운 리듬의 곡과 헨델의 '할렐루야'를 배경음악으로 넣은 중남미·유럽 본부가 눈에 띄었으며, 취임사 전후로 '혁신선포식' 및 꽃다발 증정 등의 행사가 이어졌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