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우량 기업들의 상장 통로였던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의 상장 폐지가 잇따르고 있다. 증시 진입 수단으로 한때 인기를 누렸지만 코스닥 상장 방법이 다양화 되면서 스팩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스팩의 상장 폐지 소식이 연이어 들리고 있다. 일단 올해 들어서만 9개 스팩이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해 문을 닫았다. 반면 스팩과의 합병에 성공해 코스닥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방산장비 제조기업인 유니맥스정보시스템, 스테인리스 강관 제조업체 유에스티 등 단 2곳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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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연합뉴스 |
스팩은 상장 후 2년 6개월 내에 합병 대상 기업을 찾아서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청구서 제출을 완료해야 한다. 기한 내에 청구서를 제출하지 못할 경우 관리종목 지정 1개월 뒤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한때 우량 기업들의 증시 등용문으로 각광 받던 스팩의 침체에는 ‘코스닥 활성화 정책’이 존재한다. 이미 이전 박근혜 정부 때에도 2015년 기술특례 제도 개편을 통해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의 코스닥 상장을 늘려온 추세다. 새 정부 들어 작년에는 코스닥 문턱이 더욱 낮아졌다. 심지어 적자 기업도 성장성이 있을 경우 상장할 수 있게 하는 ‘테슬라 요건’이 도입된 것.
이제 코스닥 상장보다 스팩으로 인한 증시 진입이 더욱 까다로워진 모습마저 감지된다. 상장폐지 기간에 무리하게 합병을 시도하다가 거래소의 상장 승인을 받지 못했거나, 합병 대상 기업이 상장을 철회하는 스팩이 급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올해 첫 상장폐지 스팩인 미래에셋3호스팩의 경우 리얼야구존과의 합병을 시도했다가 작년 10월 합병상장예비심사에서 미승인 통보를 받고 결국 청산 절차를 밟았다. 지난달 상장폐지된 교보5호스팩 역시 작년 9월 합병 대상 회사인 나무기술의 사정으로 합병 절차가 무산됐다. 스팩들이 대거 상장했던 3~4년 전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스팩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도 점점 부정적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스팩이 상장 폐지될 경우 주주에게는 공모가 수준의 원금과 이자를 돌려준다. 이 말은 공모가 이상 가격으로 스팩을 사들여 수익을 노렸던 투자자들의 경우 손해를 봐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최근 상장폐지된 케이비드림3호스팩과 교보5호스팩은 상장 직후인 2015년 각각 2590원, 2340원까지 올라 공모가 2000원을 한참 웃돌았다.
지난달 30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돼 있던 교보5호스팩과 케이비드림3호스팩이 상장 폐지된 가운데,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28일 유진스팩3호에 대해서도 ‘이달 4일까지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상장 폐지 절차를 밟는다’고 알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팩이 2009년 제도 도입 이래 비상장 기업들의 코스닥 상장 수단으로 큰 인기를 얻었지만, 당분간은 스팩의 침체기가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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