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수요·공급의 하모니…인위적 통제시 시장 혼란
정조 "쌀값 통제해야" vs 박지원 "다수의 백성 굶을 것"
[미디어펜=나광호 기자]"프랑스의 어린이들은 우유를 지금의 반값에 마실 권리가 있다."

1793년 1월 21일 루이 16세를 프랑스 파리 혁명광장 내 단두대에서 처형하고 집정관이 된 로베스 피에르는 생필품 가격을 안정화시키겠다며 '최고가격제'를 시행, 그 이상의 가격을 책정하는 업자들을 단두대로 보내 사형시켰다.

이같은 조치로 잠시 우유값이 하락하면서 시민들은 열화와 같은 지지를 보냈으나, 오히려 우유값이 폭등하면서 불과 1년 6개월 뒤 그 정책을 시행한 로베스 피에르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게 된다.

우유값이 높아지게 된 것은 우선 낙농을 하던 농민들이 우유를 파는 것보다 쇠고기를 파는게 이득이라고 판단, 소를 도살하면서부터다. 시장상황 대비 낮은 가격으로 우유를 파는 손해를 감당하지 않기 위한 낙농가의 자구책이 발현되면서 우유 재고가 급감,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로베스 피에르가 진상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건초 가격이 비싼 것이 원인'이라는 정보에 착안, 건초업자들에게 가격을 반으로 내리라고 명령하면서 문제가 심화된다. 

건초업자들이 건초를 팔아도 수익은 커녕 손해가 발생하게 되자 건초를 불태우면서 건초 값이 폭등해 우유 생산에 심각한 차질이 생겼고, 결국 이전보다 우유값이 높아져 서민들이 우유를 구경도 못하게 된 것이다.

   
▲ 노무현 정권 당시 시행된 분양가상한제는 전월세 대란 등 부작용을 초래했다(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미디어펜


우리 역사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조선시대 정조 때 한양에 기근이 들면서 곡물가가 크게 상승했으며, 한양에도 쌀이 모자라 쌀값이 폭등하면서 일부 상인이 쌀을 비싸게 판매하고 사재기까지 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이에 한성부윤(지금의 서울 부시장격)은 임금에게 곡물가격통제 및 구매량 제한을 골자로 하는 정책을 제청, 정조는 폭리를 취하는 상인을 처형하라는 교지를 내리고 대신들도 환영의 의사를 표명한다.

이때 연암 박지원이 "한양의 쌀값이 오르면서 전국의 상인들이 한양에 쌀을 판매하기 위해 상경하고 있으며, 그들이 도착하면 쌀값이 자연히 내려갈 터인데 이러한 조치를 시행하면 상인들이 지방으로 돌아가 결국 많은 백성이 굶어죽게 될 것"이라며 반대상소를 올리고, 정조가 이를 수용하면서 한양의 백성들은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된다.

부동산가격을 통제하기 위해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했던 노무현 정권 당시 상한선 이하로 소형아파트를 공급할시 손해가 발생할 것을 우려한 건설업체들이 중대형 아파트만 공급하면서 중대형미분양·중소형전월세 대란이 벌어진 바 있다.

최근에는 최저임금이 전년에 비해 16.4% 급등하고 근로시간 단축 시행이 다가옴에 따라 영세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고용을 줄임에 따라 실업률이 증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전체 임금 및 물가를 상승시키는 등 여러가지 문제점이 파생되고 있다.

위와 같은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가 시장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면 정책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작용을 낳게 된다. 수요와 공급이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게 되면 시장에 혼란이 발생하거나 제품 품질이 낮아지는 것을 넘어 거래 자체가 마비되는 재앙이 발생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