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의 주인공 파흠에게는 자신이 묻힐 한 평 남짓의 땅만 필요했지만, 재생에너지에게는 그렇지 않을 전망이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오는 2030년 20%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광주광역시(501.19㎢) 이상의 부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태양광과 풍력발전 설비를 각각 30.8GW·16.5GW 추가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여의도 면적의 168배에 달하는 489.1㎢이 필요하지만, 바이오 등 기타 설비를 합하면 이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는 부지 확보 문제에 대해 염해농지·간척지·해상 등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발전소 설비 구축에 필요한 부지 과소측정 및 주민 반발 등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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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광 패널(왼쪽)·부안 풍력발전기./사진=한화큐셀·미디어펜DB |
700~800MW 규모 풍력단지 조성에 여의도만큼의 면적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이는 3MW 풍력발전기를 빼곡히 설치하는 경우에나 가능한 '이론상' 수치로, 실제로는 더 넓은 부지가 필요할 뿐 아니라 소음 등의 문제로 거주지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확보해야 하는 것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자체 이격 거리 규제 완화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소규모 발전사업을 시행할 때도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대규모 발전사업 역시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명이 다 된 폐태양광 모듈 매립지 및 간헐성 문제 완화 설비 구축에 필요한 부지도 필요하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태양광 모듈 제조사 평균 품질 보증 기간인 25년을 기준으로 하면 폐 모듈은 지난해 33.7톤에서 2030년 1868톤으로 늘어나지만, 2040년에는 8만5220톤으로 급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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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사진=산업통상자원부 |
이에 대해 △재활용 없는 전량 매립 △알루미늄 프레임 등 재활용 가능한 부품을 제외하고 매립 △물질 자원화 공정 등을 거쳐 폐 모듈 재활용 등의 시나리오가 제시됐지만, 결국 추가적인 부지가 필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재생에너지는 기상 상황 등에 따라 발전을 못하는 등 간헐성 문제가 있어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이 필요하지만, 이번 이행계획은 신규 설비 확보를 위주로 구성돼 백업설비에 투입될 부지가 충분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2016 남호주에서는 태풍이 상륙해 전력생산의 35%를 차지하는 풍력발전기가 일제히 멈춰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했으며, 대만에서도 지난해 8월 발전소 1기 가동 중단으로 4시간 가량 전력 공급에 차질이 발생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8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2030년 최대 전력 사용량은 100GW에 달할 것"이라며 "재생에너지가 20%를 담당하기 위해서는 20GW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하지만 재생에너지 발전 효율을 고려하면 이행계획의 3배에 달하는 설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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