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커미션캐리어·합작사 등 상생 행보
"국내는 적취율 35% 머물러" 대책 수립 필요
세계 7위 한진해운의 파산 이후 해운업계에서 ‘코리아 브랜드’의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 현대상선이 원톱 선사로서 재건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흑자를 내기에는 역부족인데다 오는 2020년 황산화물규제를 앞두고 세계적 해운선사들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어 국내 선사들의 경쟁력 회복은 요원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미디어펜은 세계 시장에서 국내 해운업계 위상과 자체 경쟁력 회복 방안은 무엇인지 4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미디어펜=최주영 기자]해양수산부가 지난 5일 발표한 '해운업 재건 5개년 계획'에 따르면 올해 7월 신설하는 한국해양진흥공사를 통해 국적 해운 선사에 벌크선 140척, 컨테이너선 60척에 대한 8조원 규모의 금융 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22년 매출액 51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해운업계는 국적선사 적취율 강화와 해운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 없이는 이같은 계획이 '유명무실'에 그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해외선 선·화주 상생제도 활발

이번 대책에서 가장 주목을 끈 부분은 국적선사 컨테이너 적취율을 끌어올리는 방안이다. 현재 국내 화주들 대부분이 국적선사가 아닌 해외선사에 화물을 실으면서 선사경영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컨테이너 선사들의 자국 화물 적취율은 2012년부터 작년까지 3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12년 29.5%, 2013년 31.2%, 2014년 30.9%, 2015년 31.3%, 2016년 31.0%다. 이는 일본에 비해 30%p 이상 낮은 수준이다. 

해수부 집계 결과 국내 선사의 자국화물 수송 비율은 컨테이너 38%, 탱크선 28%, 벌크선 73%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부산항 물동량에서 국적 선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한진해운 사태 이전 38%에서 지난해 말 기준 35%로 하락했다. ​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99.5%에 이르지만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많은 국내 수출입화물이 해외선사로 이탈을 가속하며 국적 선사들의 적취율 개선 또한 미진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외국 선사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61.9%에서 65.8%로 늘어났다. 지난 6월 기준 부산항에서 국적 해운사의 물동량 점유율은 1년 전 38.1%에서 34.2%로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활발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내 선사 선복량은 지난해 8월 105만TEU(한진해운, 현대상선)에서 올해 8월 39만TEU(현대·SM상선)로 62% 줄었다.

   
▲ 사진=SM상선 제공


이는 화주들에 대한 적극적인 유인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일본은 해사산업 재건 크라우딩 펀드, 커미션 캐리어, 보조금 등을 지급하고 있고, 중국은 대형 화주가 자본 투자를 통해 해운기업과 1개 합작회사를 설립하며 상생 행보를 펼치고 있다. 영국은 선박 거래 시 간접적 세제 지원으로 재투자를 촉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적 원양선사의 규모로는 해운동맹 가입 자체도 불투명하다고 입을 모은다. 해외에서는 해운·해사산업 지원을 통한 화주 보호 정책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국내의 경우 별다른 유인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실정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상운임이 화주에게는 비용 선사에게는 매출이라는 상충관계를 형성하다 보니 경기 사이클에 따라 서로 입장이 바뀌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다양한 정책을 통해 자국화물 수송 비율을 증가시키고 선사, 화주와의 상생을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는 의무운송제 재도입...업계 "실효성 추구해야"

우리나라도 지난 2월 ‘해상수출입 경쟁력 강화 상생위원회’를 발족하고 ‘전략물자 국적선사 우선적취권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국내화물 적취율이 지금보다 10%(현재 35%)만 올라가더라도 국내 해운사들의 경영개선에는 엄청나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제적인 규범과 기준에 부합되는 한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2000년 이후 규제개혁 차원에서 사라진 전략화물 국적선사 의무 운송제(한국형 화물 우선적취 방안) 재도입을 추진해 국적선사에 고정 화물량을 부여해 안정적인 운송을 돕겠다는 것이다. 남북분단 상황에서 원유, 석탄(무연탄유연탄), 철광석, 천연가스 등의 필수 전략화물에 대해서도 적취율을 높일 계획이다. 

다만 해수부의 주도로 이같은 제도가 당장 실현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을 남긴다. 화주들이 외국 선사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낮은 운임으로 우리나라가 이 부분에서 '파격적인 정책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향후 타국과의 국제적인 통상마찰을 피해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분야의 경우 향후 보호무역조치에 따른 해상 물동량 위축에 대비해야 하고 수출확대의 경우 FTA 재협상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외국 해운사의 항만이용 부담을 낮추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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