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볼 패싱'으로 논란을 일으킨 두산 베어스 포수 양의지가 KBO(한국야구위원회)의 징계를 받았다.

KBO는 12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양의지의 지난 10일 대구 삼성전 당시 투수의 연습투구를 받지 않고 뒤로 흘려 구심의 부상을 초래할 수 있었던 행동을 한 것에 대한 상벌위원회를 열었다. 상벌위는 양의지가 고의성을 갖고 비신사적인 행위를 했다고 판단하지는 않으면서도 벌금 300만원과 봉사활동 80시간의 제제를 결정했다.

애매한 징계다.

   
▲ 사진=두산 베어스


양의지는 삼성전 당시 7회말 수비를 앞두고 구원 투수 곽빈의 연습 투구 때 공이 날아오자 포구하지 않고 일어서며 옆으로 피했다. 양의지를 그대로 지나친 공은 바로 뒤에 있던 정종수 구심을 살짝 비켜갔다. 공이 정종수 심판원에게 맞기라도 했다면 부상을 초래할 수 있었던 위험한 장면이었다. 김태형 감독이 곧바로 양의지를 불러 질책하는 장면이 TV 중계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앞서 7회초 공격에서 양의지는 타석에 들어섰다가 구심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불만을 나타낸 바 있다. 그리고 곧이어 '볼 패싱'이 나옴으로써 양의지의 고의성 여부가 논란이 됐다. 

양의지는 고의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순간적으로 볼이 안보여 포구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경기 감독관과 심판원은 경위서를 통해 고의성 여부를 떠나 부상을 초래할 수 있었다는 의견을 냈고, KBO는 양의지를 상벌위원회에 회부해 이날 심의를 했다.

KBO 상벌위원회는 리그 규정 벌칙 내규 7항에 의거, 양의지에게 제재금 300만원과 유소년야구 봉사활동 80시간의 제재를 부과했다. 벌칙 내규 7항은 '감독, 코치 또는 선수가 심판 판정 불복, 폭행, 폭언, 빈볼, 기타의 언행으로 구장 질서를 문란케 하였을 때 유소년야구 봉사활동, 제재금 300만원 이하, 출장 정지 30경기 이하의 처벌을 내릴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양의지가 판정 불복을 했다면 그에 대한 징계를 내렸을텐데, 스트라이크 판정 당시 양의지는 고개를 갸웃하며 인상만 썼다. 흔히 있는 선수들의 의사 표현이었다.

양의지가 포구를 하지 않는 것으로 판정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거나 구장 질서를 문란케 했다면 징계 사유가 된다. 그럴 경우 역시 고의성이 중요한데, 상벌위는 이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았다.

양의지에 대한 징계 사실을 보도자료로 알리면서 KBO는 "고의성 여부를 떠나 그라운드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다. 앞으로 이러한 상황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향후에도 엄중히 대처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고의성 여부를 떠나'라고 표현하면서도 징계를 결정했다. 만약 앞으로 경기 중, 또는 경기 전후 훈련에서 '고의성 여부를 떠나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수비 훈련을 하던 선수가 타구가 너무 강하게 날아와 무섭다고 피했는데, 하필 뒤에 있던 심판이나 다른 선수에게 맞았을 경우에도 징계를 해야 한다는 것인지 애매하다.

차라리 징계를 결정했다면 "양의지 본인은 고의성을 부인했지만 정황상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각심을 심어주고 재발 방지를 위해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발표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다. 양의지를 상벌위에 회부한 것 자체가 고의성이 있다고 봤거나, 해명이 거짓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던 것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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