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11일 법정관리 철회
살았지만 대내외 경영환경 불확실
재무 상태 부실·선가 인상은 호재
"중형선 수주로 경쟁력 확보할 것"
[미디어펜=박유진 기자] STX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지난 11일 STX조선 노사가 제출한 자구계획안을 수용하고 법정관리 신청을 철회할 뜻을 밝혔다.

자구안에 담긴 인건비 40% 이상의 감축안이 실행된다는 전제 하에 생존을 받아들인 것이다. 

12일 STX조선해양에 따르면 자구안에는 향후 경영 정상화를 위해 고정 인건비 40% 이상을 절감하는 대책이 담겼다. 각종 자산 매각 방안 외에 통상 임금 삭감 5%, 5년간 6개월씩 무급 휴직, 300%, 등이 제시됐다.

   

이번 조치로 STX조선은 청산 위기를 피했지만 조선업종의 경영 환경이 불확실 해 정상화까지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법정관리 조기 탈출에 성공한 STX조선해양은 지속적인 체질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무 상태가 여전히 부실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연결 기준 STX조선해양의 완전자본잠식률은 289.5%다. 이 기간 매출액은 3958억원을 기록했지만 원가 등에서 4870억원의 손실이 발생해 결론적으론 117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는 과거 대비 손실이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회복 가능성이 엿보인다. 다만 조선산업의 불황이 지속돼 경영 정상화로 이어지기까지는 미지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조선 업종은 수주 불황 등이 겹치며 관련 산업이 위기에 빠져있다. 일본과 중국 등 경쟁국과의 경쟁으로 저가·적자 수주가 이어지는 등 수주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선가·환율 하락도 지속돼 어려움이 큰 상태다.

이 경우 수주 실적에 영향을 주는 선가는 최근 회복세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이후 내림세를 걷다가 지난해부터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STX조선은 향후 중형선을 중심으로 고부가가치가 높은 LNG, LPG 등의 가스선 수주에 나선다는 계획인데, 건조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선박의 선가는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 경상남도 창원시에 위치한 STX조선해양 도크 모습/사진=미디어펜 DB


중형 탱크선(MR), 벌크선(Panamax), 가스선(LPG·LNG), 화물선(Container) 등은 STX조선 인도 실적 중에서 비교적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선박 중 하나다.

STX조선해양에 따르면 4만~8만t급의 중형 탱커선(LR1, R) 부문의 인도 실적은 LR1(Long Range 1, 6만~8만t급) 73척, MR(Medium Range 4만~6만t급) 208척으로 각각 세계 1~2위 수준이다.

반면 지난해 초 1120원대를 웃돌던 원·달러 환율이 이날 4시 28분 기준 1066원까지 내려간 점은 신규 수주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달러로 선박을 주수하는 조선산업은 환율 하락에 민감하다.

기존까지 자구안 수용을 놓고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 등이 중단돼 신규 수주가 불가피했던 것도 문제다. 현재 STX조선의 수주 잔량은 RG 발급분만 11척이다.

이는 건조 중에 있지만 올해 11월이면 모두 인도가 끝난다. 당장 새로운 수주 영업에 나서야 하는 것인데, 대형 조선사 또한 수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추가 수주는 장담하기 힘들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까지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정도만 1년치 일감이 남아 있는 상태로 나머지는 연말까지의 일감을 확보해둔 곳이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STX조선은 현재 5만t급의 PC선 옵션분 4척에 대해 RG 발급을 대기하고 있다. 이 경우 채권단인 산은이 RG 발급 여부가 실적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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