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에 따라 최대 367억달러 수출 피해 발생 가능
FTA 확대 및 CPTPP 가입 등으로 미·중 의존도 줄여야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세계경제를 혼돈속으로 몰아 넣고 있다. 보복관세를 주고 받는 등 통상갈등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대항하는 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내년 초 발효를 앞두고 있다. 중간자적인 한국도  '가만히 있을 수 만은 없는' 상황에 처했다.  미·중 수출 의존도 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적 관계도 고려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다.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복마전속에서 대한민국은 과연 어떠한 선택을 해야 국가경제에 도움이 될지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산업통상자원부가 미중 무역분쟁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주장한 가운데 이상적인 시나리오에 매몰되지 말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5%, 수출에서 1·2위를 차지한 중국과 미국 수출 비중은 각각 24.8%·12.0%에 달했다.

이에 따라 양국 중 한쪽에서만 통상 리스크가 발생해도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강할 수 있어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및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등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진면 산업연구원 산업통계분석본부장은 지난 12일 개최된 미중 무역분쟁 관련 업계 간담회에서 '세계산업연관표'를 사용해 정량분석한 결과 미중 상호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의 대중·대미 수출이 각각 1억1000만달러·9000만달러 감소하는 등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 미·중 무역갈등 관련 시나리오/사진=한국무역협회


그러나 이는 무역갈등과 관련된 시나리오 중 가장 이상적인 것이며, 시나리오 이외의 국면이 전개될 경우 예측치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한국무역협회는 앞서 미국이 5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선에서 갈등이 마무리되면 한국의 총 수출은 1억9000만달러(0.03%) 감소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그러나 보고서가 발표된지 얼마 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1000억달러 규모의 보복관세 검토를 지시하는 등 양국이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어 얼마든지 다른 상황이 전개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동 보고서는 중국이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완화시키기 위해 반도체 등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 등을 수용할 경우 미국 공장의 설비 가동률이 증가하면서 40억달러 가량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시진핑 국가주석/사진=연합뉴스


이밖에도 양국이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벌이고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 장벽이 높아져 관세가 10%포인트 인상되는 경우 글로별 교역량이 6% 감소, 한국은 최대 367억달러(6.4%)의 수출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및 중국과 수출경합도가 높은 품목 등 반사이익을 누리는 경우가 있지만 전기기기·중간재 등 중국으로 수출하는 제품 중 미국으로 재수출되는 품목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통상의 흐름을 읽고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국내 산업경쟁력 제고에 성공해도 '의문의 1패'를 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각)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해 무역법 제301조를 근거로 5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 관세 부과·중국 기업의 투자 제한·지재권 관련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을 지시하는 메모랜덤에 서명한 바 있다.

중국은 미국이 전자기기·기계·자동차·항공·철강재 등 1333개 대중 관세 부과 리스트도 발표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4일 대두·자동차·항공기 등 5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 106개에 대해 25% 보복관세 도입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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