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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 원가 공개 …시장경제 무지가 부른 반시장적 판결
시장가격은 원가와는 아무런 연관없어…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 형성
편집국 기자
2018-04-13 15:05

   
현진권 경제평론가
대법원에서 이동통신사 휴대전화 요금의 원가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런 판결을 한 이유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동통신은 공공재적 성격을 가지나, 통신비가 지나치게 비싸므로, 기업은 과다한 영업이익을 챙긴다. 따라서 합리적인 가격 책정을 위해 원가공개가 필요하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통해 우리나라 법관들의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 수준이 매우 낮음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시장경제 문맹' 수준이다.


경제학에 문외한 법관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경제학 원론 교과서에는 '원가'라는 용어가 없다. 경제학의 핵심내용은 시장가격이 어떻게 형성되는 가이다. 시장가격은 원가와 아무런 연관관계가 없다. 시장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그래서 시장가격은 같은 재화라고 해도, 시간과 공간에 따라 항상 변화하는 생명체 같은 것이다. 이런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므로, 시장가격은 원가를 기준으로 적정한 이윤을 붙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겐 이윤은 나쁜 것이며, 가능하면 원가에 근접할수록 '착한 가격'이라고 칭송한다.


원가에 의해 시장가격이 결정되면, 세상에 기업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대박을 꿈꾼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대박이란 원가보다 몇 배 이상의 가격으로도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구매하는 상품을 개발했을 때 현실화된다. 현 시대의 최고 대박상품으로는 스마트 폰을 들 수 있다. 이를 개발한 스티브 잡스는 비록 죽었지만, 말년에 그의 재산은 약 8조원 규모였다.


   
대법원에서 이동통신사 휴대전화 요금의 원가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법관 스스로 시장경제의 원리에 대해 너무도 무지하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사진은 지난 12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갤럭시 S9'·'갤럭시 S9+' 출시 행사에서 초저도 카메라를 체험하고 있는 모습./사진=삼성전자 제공


이 정도 재산을 모으려면, 스마트폰 원가의 수십 배의 시장가격으로 판매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러나 세상에서 누구도 스티브 잡스가 원가 이상의 폭리를 취했다고 비난하는 사람은 없다. 원가 이상으로 가격을 지불하고서도, 새로운 제품의 스마트 폰이 개발되었을 때 앞 다투어 서로 사려고 한다. 개발자는 대박 재산을 축적하고 소비자는 새로운 문명 상품을 즐기게 되는 일종의 '윈-윈 게임(win-win game)'인 것이다.


이런 시장경제의 원리를 모르는 법관들은 항상 원가를 가격책정의 기준으로 생각한다. 그런 다음의 사고는 원가에 과다하지 않는 영업이익 혹은 적정한 이윤을 추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다한 영업이익, 적정한 이윤 등의 논리를 펴지만, 구체적으로 물어보면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한다.


적정이니 과다한 등의 용어는 단지 듣기 그럴듯할 뿐, 구체적인 수준을 제시해 주지 못한다. 그래서 이들 용어로서는 절대 합리적인 가격수준을 제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이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법원은 이동통신비가 높다고 판단하지만 소비자들이 만족하고 소비하는 한, 절대 가격은 낮아지지 않는다. 거꾸로 법원에서 생각하듯이, 소비자들도 비싸다고 생각하면 소비를 줄일 것이고 그 결과 시장가격은 낮아지게 된다. 시장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동태적으로 변화한다. 그래서 가격에는 '시장가격'만이 존재할 뿐이다. 시장 이외의 형용사들은 모두 시장경제의 원리를 모르는 무식에서 나온 소리다.


착한 가격, 따뜻한 가격, 합리적 가격, 과다하지 않는 가격 등을 말한다. 가격 뿐 아니라, 이윤에도 적정수준은 없다. 이윤은 높을수록 좋고, 모든 기업가들은 높은 이윤을 얻기 위해 고심한다. 모든 기업가들이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고, 그들이 좋아하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기업가만이 성공한다. 간단히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기업가를 의미한다. 그들의 성공은 소비자들이 원가보다 몇 배 높은 가격을 자발적으로 기꺼이 지불함으로써 가능해 진다.


우리나라 법관들은 시장경제의 원리에 대해 너무도 무지하다. 대한민국이 시장경제라는 정체성을 가진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경제 분쟁을 판결하는 최고 권위의 대법원마저도 시장경제와는 무관한 원가라는 기준으로 시장가격의 합리성을 평가했다는 것에 실망이 크다.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누가 어느 권위 있는 국방부 직할부대 및 기관이 시장경제의 원리를 지켜줄 수 있을지 암울하다. /현진권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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