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올 시즌 프로야구 10개 구단 가운데 새로운 감독 체제로 시즌을 맞은 팀은 한화 이글스, LG 트윈스 두 팀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현재 순위표를 보면 한화가 3위, LG가 4위(kt와 공동)에 올라 있다.

지난해 한화와 LG는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했다. 한화는 8위, LG는 6위로 시즌을 마쳤다. 시즌 도중 김성근 전 감독과 결별한 한화는 이상군 감독대행 체제로 남은 시즌을 끌고간 후 한용덕 감독에게 새로 지휘봉을 맡겼다. LG는 양상문 전 감독이 단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류중일 감독을 사령탑에 앉혔다.

   
▲ 사진=한화 이글스, LG 트윈스 홈페이지


시즌 전 판도 예상에서 한화나 LG는 후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한화는 하위권 전력으로 분류됐고, LG도 '강'보다는 '약' 쪽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개막 초반만 해도 이런 일반적 예상은 들어맞는가 했다. 두 팀 다 10경기 이상 치를 때까지 7~9위를 오락가락했다. 1주일 전인 4월 9일 순위표에서 한화는 7위, LG는 8위였다.

지난 한 주 동안 한화와 LG는 급상승세를 탔다. 한화는 KIA와 주중 3연전을 싹쓸이했고, 삼성과 주말 경기는 2승 1패 위닝시리즈를 챙겼다. 주간 성적 5승 1패가 7위에서 3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LG도 SK전에서 2승 1패로 우위를 차지했고, kt에는 3연승을 거뒀다. 역시 5승 1패의 주간 성적으로 8위에서 4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상대팀에 따른 일시적인 상승세일 수 있고, 승차가 크지 않아 연패 한두 번만 해도 순위는 곤두박질칠 수 있다.

그럼에도 두 팀은 새 감독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한용덕 감독과 류중일 감독은 경력에서는 차이가 있다. 한화 레전드 투수 출신인 한용덕 감독은 2012년 잠시 한화 감독대행을 맡은 적은 있지만 코치로 오랜 생활을 했고, 지난 시즌까지는 두산에서 코치로 활동했다. 즉, 정식으로 감독 지휘봉을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 초보 사령탑이다.

삼성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인 류중일 감독은 삼성에서 코치 생활을 하다 2011시즌부터 감독으로 승격했다. 감독 첫 해부터 삼성을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으로 이끈 것을 시작으로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이미 명장 소리를 들어본 화려한 감독 경력을 자랑한다.

경력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두 감독 모두 '준비된 사령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용덕 감독은 두산에서 투수코치로, 수석코치로 김태형 감독을 보좌했다. 두산이 삼성의 바통을 이어받아 최근 수 년간 한국시리즈 진출 단골 멤버가 된 데는 한용덕 코치의 지도력이 적잖은 힘이 됐다.

즉, 류중일 감독이나 한용덕 감독(코치로서이지만)이나 최근 지도했던 팀에서 전력을 최강으로 만들고 우승을 시키는 경험을 충분히 해본 것이다.

새로 팀을 맡다 보면, 혹은 처음 감독 자리에 오르다 보면 이런 저런 시행착오를 겪게 마련이다. 문제는 그 시행착오를 얼마나 빨리 극복하고 자신의 구상대로 경기 운영을 하면서 팀 체제를 정비하는가이다. 

한화와 LG가 개막 초반 하위권으로 처지며 문제점을 드러낼 때 걱정어린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한용덕 감독이나 류중일 감독은 선수들을 믿고 뚝심있게 밀어붙이기도 했고, 때로는 과감한 결단력을 발휘하기도 하며 가라앉았던 팀 분위기를 살려냈다.

특히 한화와 LG는 지난 시즌 후 선수단 정리 작업에 박차를 가하면서 많은 진통을 겪은 팀이다. 외부 영입도 별로 없었다. LG가 김현수를 영입하기는 했지만 당장 1군에서 뛸 수 있는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내보내며 세대교체에 힘을 쏟았다. 한화는 아예 자체 전력 강화를 기본 목표로 정해 FA 시장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고, 외국인선수도 메이저리그 경력이나 몸값보다는 발전 가능성에 주안점을 두고 젊은 선수들을 데려왔다.

이렇게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시즌을 시작한 한용덕, 류중일 감독이 일찍 팀의 틀을 짜맞추고 있는 모양새다.

초반 한 고비를 넘긴 두 감독이 앞으로 독수리호와 쌍둥이호를 얼마나 요령있게 몰고가며 목표로 한 곳으로 항해를 이어갈 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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