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부터 자필서명 없이 통장 및 신용카드 발급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 시각장애인 2급 판정을 받은 A씨는 신용카드 발급을 위해 은행직원에게 신청서 대리작성을 부탁하고, 본인은 서명만 하겠다고 요청했으나 가입이 거절됐다. 뇌병변자애인 1급인 B씨 역시 자필 작성이 어려워 활동 보조인이 대신 신용카드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했으나 카드발급을 거부당했다.

   
▲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3일 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이룸센터에서 장애인 단체, 금융협회, 금감원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장애인 금융개선 간담회를 진행했다./사진제공=금융위원회
 

정부가 이처럼 금융이용 측면에서 소외됐던 장애인을 포용할 수 있도록 금융서비스 개선에 적극 나선다. 특히 보험가입과 신용카드와 통장발급 등 다양한 영역에서 빈번히 발생했던 금융상품가입의 차별적 요소를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3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금융감독원과 금융협회,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장애인 금융개선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장애인 금융개선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2008년 4월 ‘장애인 차별금지법’ 시행을 계기로 장애인의 금융서비스 이용에 차별적 요소를 없애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왔다. 그러나 정책이 다소 산발적이고 단편적으로 추진되면서 실제 수요자의 체감도가 낮고 금융이용도 여전히 저조하다는 지적이 컸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장애인 금융이용 제약 해소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금융감독원과 금융연구원, 인권위원회, 보건복지부, 장애인단체 등과 16차례에 걸친 실무회의를 진행해 지난해 9월 정애인 금융이용 제약 해소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오는 7월부터 자필서명 없이도 통장 및 신용카드 발급이 이뤄진다. 그동안 시각‧지체 장애인 등의 경우 스스로 신청서 작성 및 서명이 어려운 경우 신용카드와 통장발급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자필서명이 불가능한 지체장애인 등에게 녹취 및 화상통화 등 대체수단을 통해 서명 없이도 발급이 가능하도록 한다.

전동휠체어(전동스쿠터)에 대한 보험 상품은 이날부터 출시된다. 전동휠체어의 보급대수는 2013년 8965대, 2014년 9387대, 2015년 9962대, 2016년 1만242대로 매년 늘어난 반면 전동휠체어에 대한 보험이 개발되지 않아 사고발생시 절절한 보상이 곤란하다는 지적이 컸다.

2016년 4월 한국소비자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동휠체어 이용자의 35.5%가 사고경험이 있으며, 78.7%는 보험상품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날부터 출시되는 전동휠체어 보험상품은 전동휠체어, 전동스쿠터 등을 운행하다가 발생하는 불의의 사고에 대해 사고 상대방에게 대물‧대인보험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사고당 2000만원, 연간 1억5000만원 한도로 보상해주되 손해액의 20%는 보험 가입자가 부담하는 구조다.

또한 올해 중으로 장애인 사용 현금자동인출금기(ATM)를 개선한다. ATM 하부공간이 확보되지 않아 휠체어 앞부분과 ATM 하단부가 충돌해 ATM 이용에 곤란을 겪어왔다.

이에 따라 휠체어가 ATM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ATM 하단부에 무릎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과 좌우 공간을 각각 넓힌다. 아울러 숫자키패드 위치 및 순서배열, 카드‧통장 입출구 위치와 이어폰 꽂이 위치를 통일해 시각장애인의 혼란을 방지한다.

이와 함께 명의 도용 방지 방안도 도입된다. 금융사는 법원의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 관련 정보를 알 수 없어 명의도용 대출 피해가 일어나기도 했다. 실제 성년후견 판정을 받은 지적장애인 명의를 도용한 대출이 이뤄져 추심부담에 시달린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올해 중으로 신용정보원을 통해 성년후견 등의 정보를 금융회사와 공유해 불법대출을 방지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올해 추진할 과제를 차질없이 완료할 수 있도록 추진 실적을 점검하고, 장애인 금융개선 TF를 통해 추가 개선과제 및 건의사항을 발굴할 것”이라며 “주기적으로 장애인 금융이용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