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지상파 TV 3사 월화 드라마 시청률 판도를 보면 KBS2 '우리가 만난 기적'이 부동의 1위, MBC '위대한 유혹자'가 부동의 꼴찌다.

두 드라마에는 하나의 작은 공통점이 있다.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이면서 연기 경력이 많지 않은 청춘 스타가 각각 출연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만난 기적'에는 엑소 카이(김종인)가 나오고, '위대한 유혹자'에는 레드벨벳 조이(박수영)가 나온다.

드라마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있어 둘의 차이는 크다. 카이는 신비로운 신계의 영업팀 직원(현대판 저승사자) 아토 역을 맡았는데 조연이다. 조이는 총명하고 예쁜 팔방미인이지만 사랑에는 거부감을 갖고 있는 은태희 역을 맡았는데 점점 우도환(권시현 역)에게 빠져드는 주연이다.

   
▲ 사진=KBS2 '우리가 만난 기적', MBC '위대한 유혹자' 방송 캡처


작은 배역을 맡았지만 카이는 연기 칭찬을 많이 받고 있고, 조이는 사실상 투톱 주연을 맡아 연기 비판을 많이 받고 있다.

단순히 시청률이 높고 낮기 때문에 이런 평가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카이는 현재 보여줄 수 있는 만큼의 연기를 딱 역할에 맞게 해내고 있다. 조이는 현재 보여주기 힘든 연기를 힘겹게 소화해내고 있다.

한 회에 몇 장면 등장하지 않는다고 해서 카이의 존재감이 없지도 않다. 주인공 김명민의 죽음을 착각해 영혼을 뒤바꿔 놓는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신?)이 카이며,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좌충우돌 양념 연기를 해야 하는 카이다. 23일 방송에서는 카이가 계단에서 구를 뻔한 김환희(송지수 역)에게 손을 내밀어 구해주는 장면으로 김환희뿐 아니라 시청자들을 심쿵하게 만들었다. 한 마디로 짧지만 강렬한 연기였다.

조이는 주연으로 계속 얼굴을 내비치다 보니 연기력에 대해 더 엄정한 잣대로 평가를 받는 측면이 있다. 23일 방송에서 조이는 부모들의 악연으로 우도환과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아픔을 표현하고, 뺑소니 사고의 전말을 기억해내 김서형(명미리 역)을 찾아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라며 압박하는 연기로 시선을 끌었다. 극 초반과 달리 연기력이 많이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카이와 조이는 비교될 수밖에 없다. 카이는 잘 나가는 드라마의 명품 조연이 됐고, 조이는 1%대 굴욕적인 시청률에 허덕이는 드라마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상당 부분 짊어져야 하는 주연이 됐다.

연기 경험이 적은 아이돌 스타를 드라마에서 활용하는 좋은 예와 나쁜 예다. 아무리 옷이 예뻐도 몸에 맞고 안 맞고에 따라 입었을 때 차이는 크다. 몸에 맞는 옷 고르기, 연기자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싶은 아이돌 스타들이 드라마 출연을 결정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포인트다. 물론 아이돌 스타를 캐스팅하는 제작진 쪽에도 해당되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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