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금고 은행 유치전 가열…평가기준 두고 '불공정' 논란도
김규태 기자
2018-04-25 17:56

[미디어펜=김규태 기자]104년간 우리은행이 독점해오던 시금고를 복수로 운영하기로 밝힌 서울시 방침에 따라 시중은행들 간의 유치전이 가열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복수금고 경쟁 입찰을 좌우할 배점 평가기준을 두고 불공정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입찰에 선정된 복수의 두 은행은 내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서울시 예산과 기금 관리, 세입금 수납과 세출금 지급 등 세금 관련 업무를 맡는다.


서울시 올해 연 예산은 31조 8000억 원 규모로, 2018년 새로운 금고은행 선정에 나서는 인천시·전북도·제주도·세종시 등 다른 광역자치단체 4곳의 연예산 22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시금고은행은 정부 교부금에 지방세, 기금을 끌어들일 수 있고 세출 등 출납 업무로 수익을 거둘 수 있어 기존 우리은행을 비롯한 주요 시중은행 다수가 눈독을 들이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지난 18일 내년부터 일반-특별회계와 기금 관리를 분리해 각 제1금고, 제2금고가 담당하는 복수금고 체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다른 자치단체들은 모두 1금고-2금고 복수금고제를 운영해온 점을 감안해, 서울시는 경성부였던 지난 1915년부터 조선경성은행(우리은행 전신)에게 시금고를 맡겨온 단수금고제를 내년부터 복수금고제로 전환하기로 정한 것이다.


서울시는 "독자적 수납시스템인 이택스(Etax)를 사용하면서 새로운 금융기관들이 시금고 선정평가에서 기존 시금고 은행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지역사회 기여실적 부문에 서울시민 중 서민에 대한 금융지원실적 등을 포함해 평가하는 등 시금고로서의 공익성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참가를 희망하는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실시했고 이달 25일부터 30일까지 4일간 제안서를 접수 받고 있다.


서울시는 금고지정 심의위원회의 평가를 거쳐 5월 중 1-2금고 금융기관을 선정해 금고업무 취급약정을 체결할 방침이다.


1금고는 돈을 입출금하는 일종의 통장 역할이며, 2금고는 돈을 일정기간 넣어두는 예금 성격이다.


'서울특별시 금고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라 금융 및 전산분야 전문가 등 민간전문가, 시의원 등으로 구성된 금고지정 심의위는 참가 금융기관들에 대해 대내외적 신용도·재무구조 안정성(30점), 금고업무 관리능력(25점), 시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18점), 시민의 이용 편의성(18점), 지역사회 기여·시와의 협력사업(9점) 등 5개 분야 18개 세부항목에 대해 평가한다.


   
서울시는 지난 18일 내년부터 일반-특별회계와 기금 관리를 분리해 각 제1금고, 제2금고가 담당하는 복수금고 체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사진=서울시 제공


제안서를 제출해 평가에 참가할 시중은행들의 관심은 '배점 평가기준'에 쏠려 있다.


'서울시 금고지기' 자리를 두고 주요 시중은행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입찰 경쟁에 도전하는 시중은행들에게서 평가항목 배점이 기존금고인 우리은행에게 유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평가항목에 대한 배점과 평가기준이 모호하고 변별력이 크지 않아 제대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느냐는 문제 제기다.


시 관계자는 금고지정 평가 기준과 관련해 4년 전 입찰 공고에서의 경쟁은행 간 점수 차를 언급하면서 "점수차가 크진 않았다"며 "점수항목별로 배점 편차를 순위별로 주게 되어있는데 항목별 1~2등에 큰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이러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기존금고에 유리한 '수납시스템 구축운영능력'·'시와의 협력사업' 등 항목에 대한 배점을 축소했다고 밝혔지만, 배점이 가장 큰 재무건전성 항목에 대해 재무상황이 좋지 못한 은행과 좋은 은행 간의 실질적인 배점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금고 경쟁에 참가하는 은행 모두 해당 평가 기준에 따르면 만점처리된다"며 "대내외 신용도나 재무구조는 어느 은행이나 엇비슷하다"고 전했다.


이뿐 아니다.


서민 금융지원실적 등 '지역사회 기여' 항목 또한 은행별로 관련 실적을 제출하겠지만 자체적인 은행별 실적 기준이 다른데 이를 심의위원회가 어떻게 평가할지 의문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가 서울시민에 대한 서민 금융지원이라고 밝혔지만 객관적인 평가 범위와 기준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서 언급한 서민금융은 40가지를 넘을 정도로 서민금융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기준이 없는 실정이다.


다른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재무지표 항목 0.1%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배점 평가기준을 짠 것으로 보인다"며 "1~2점 차이로 당락이 좌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쟁에 참가하는 모든 금융기관이 평가방식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정량적으로 설득력을 갖추고, 구체적이고 명확한 평가기준을 적용해야 심사 결과 발표 후 파문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시는 앞서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시금고가 지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평가 방침을 밝혔다.


시중은행들이 25~30일간 제안서 제출 시기에 벌이는 눈치작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시 심의위원회가 어디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된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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