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환영 사장 진퇴는 이사회에 맡기고, 모든 의혹 진상조사위서 논의촉구

"일단 공영방송의 의무를 다하자. 보도제작 중단이나 단축은 공영방송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다.  시청자 곁으로 가야 한다."

KBS의 부장급 등 시니어들이 대거 참여한 공영노동조합이 28일 노조와 기자협회에 대해 파업을 중단하고, 현장으로 돌아올 것을 호소하는 목소리를 냈다.  공영노조는 KBS의 시니어를 중심으로 구성된 KBS 제3노조로 공영방송 이슈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면서 노사 상생을 추구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공영노조는 이날 발표한 <KBS 임직원과 동지 여러분께 호소합니다>라는 성명서에서  세월호 참사보도 문제로 "사상 초유의 방송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방송제작 거부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공영노조는 "6.4 지방선거 방송과 월드컵 방송 준비에 매진하고 있어야 할 KBS가 방송 중단의 위협 속에서 휘청거리고 있다"면서 "방송의 공정성과 보도의 독립성을 둘러싼 많은 논란이 있지만, KBS가 가장 최우선적으로 지켜야 할 것은 방송"이라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청와대의 개입설, 길환영사장의 뉴스제작 편집 간여의혹, 보도부실 및 오보문제 등에 대해 진상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노사양측에 제안했다.  KBS사태 진상조사특별위원회는 사측으로부터도 독립적이고, 사내 모든 노동조합과 협회 구성원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권위를 갖춘 제3의 기관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이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당사자는 응분의 책임을 지게 하자는 게 공영노조의 주장이다.

   
▲ 세월호 희생자들을 교통사고 사망자수와 비교해 물의를 일으킨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보직해임되면서 길환영사장이 사사건건 뉴스제작에 간여했다고 주장했다. 노조와 기자협회등은 이를 근거로 제작거부에 들어가는 등 파행이 일고 있다. 길환영사장은 김전국장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모함이라며 불법파업주동자와 가담자에 대해서는 사규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공영노조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공영방송의 의무는 다하자며 방송인은 시청자의 곁으로 가자고 호소했다. 다만 길사장의 퇴진문제는 이사회에 맡기고, 모든 의혹은 진상조사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하자고 제안을 했다. 김시곤 전 국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길사장의 동시퇴진도 요구하고 있다.

최대 현안인 길환영사장의 퇴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사장 진퇴문제는 사내 최고의사결정기구기인 이사회에 맡기자는 입장이다. 이사회에서 어떤 결론이 나든 따르자는 게 공영노조의 입장이다.  

현재 KBS1, 2노조와 기자협회, 보직부장단등은 세월호 참사보도와 관련해 길환영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뉴스및 프로그램 제작을 거부하고 있다.  길환영사장은 노조의 퇴진주장은 팩트에 입각하지 않은 정치적 선전선동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번 파업의 책임자들을 사규에 따라 엄중문책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보도국 보직부장단과 직능별 조합원들에 대해서는 엄중문책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보직부장들의 경우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보도데스크로서 직접적인 책임이 있음에도, 파업에 참여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시각이다. 이번 사태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직능별 조합들의 파업참가자들도 일벌백계로 다스리기로 했다. 길사장측은  "노조와 기자협회 보직부장단들이 김시곤 전보도국장의 무책임하고 일방적인 주장만 믿고 파업을 벌이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길환영사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KBS바로세우기에 적극 나서겠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법과 원칙을 지키면서 불퇴전의 각오로 노조의 떼법과 정치파업을 다스리고, 공영방송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KBS로 환골탈태시키겠다는 것이다. 사측은 "파업주동자에 대해서는 징계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공영노조의 성명서 전문이다.>

  KBS 임직원과 동지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KBS는 현재 사상 초유의 방송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 온 공든 탑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6.4 지방선거 방송과 월드컵 방송 준비에 매진하고 있어야 할 KBS가 방송 중단의 위협 속에서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이런 위기의 배경으로 방송의 공정성과 보도의 독립성을 둘러싼 많은 논란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KBS가 가장 최우선적으로 지켜야 할 것은 방송입니다. 방송 종사자로서 방송을 지키고 시청자의 곁으로 가야 합니다.

공영방송 KBS는 영원해야 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첫째, KBS는 국민에게 공영방송을 중단 없이 제공할 의무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공영방송은 국민의 방송으로서 지속적으로 존재해야 민주주의에 필요한 공정한 민의 수렴과 선거 방송이 가능한 것입니다. 그런데 6. 4 지방 선거를 앞두고 보도나 방송 제작이 중단 내지 단축될 우려가 커졌습니다. 벌써부터 보도 부문은 파행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둘째, KBS는 국가의 헌법적 기능을 하는 기관입니다. 아시다시피 KBS는 국가 기관은 아니지만 민의를 수렴하는 헌법적 기능을 수행하는 공영방송입니다. 혹자들은 혼동하여 국영방송이니 관영방송이니 하지만 그것은 공영방송의 본래 의미를 잘 몰라서 하는 주장들입니다. 공영방송 KBS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참여 권한을 위임받아 대행하는 국가적 기관입니다. 다시 말해서, KBS는 민주적 국민의 형성과 유지 발전에 꼭 필요한 방송입니다.  

셋째, 공영방송은 방송의 보편적 임무를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임박한 6.4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현명한 주권 행사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KBS는 기본적 정보를 시급히, 지속적으로, 차질없이 제공해야 합니다. 또한, 월드컵과 같이 국민적 관심사가 매우 큰 체육경기의 보편적 시청권확보를 위해서도 한시바삐 월드컵 중계방송 준비에 매진해야 합니다

우리 KBS인들은 KBS이사회 결정을 존중합시다. 더 이상의 소모적인 논란과 갈등은 접고 현재 논의되고 있는 사장의 책임 문제는 KBS이사회의 결정을 존중합시다현재 KBS의 최고 의사결정기관은 KBS이사회입니다. KBS이사회의 신중한 판단에 따른 결정이 내려지면, KBS의 모든 주체는 그 결과를 존중하고 따라야 합니다. 방송은 국민 모두의 방송이므로 어느 특정 집단이나 노동조합의 입김에 휘둘려서는 안 됩니다. 이제는 제작거부와 같은 극단적 행동을 자제하고,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과 공정성을 위한 발전적 방안 마련과 제도 정착에 매진합시다.  

국가기간 공영방송 KBS의 구성원들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상급의 합리적 이성이어야 하고, 거기에 걸맞은 행동을 해나가야 합니다. 방송의 공정성, 보도의 독립성과 관련해 갖가지 의혹과 논란이 야기됐을 때부터 합리적 이성 집단답게 우리 모두 머리를 맞대고 차분하게 진상을 규명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습니다. 일이 이렇게 악화된 데는 KBS에 종사하는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KBS공영노동조합은 <진상조사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합니다. <KBS사태 진상조사특별위원회>는 사측으로부터도 독립적이고, 사내 모든 노동조합과 협회 구성원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권위를 갖춘 제3의 기관이어야 합니다. 이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당사자는 응분의 책임을 지게 합시다. 우리 모두 차분히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 이성을 총동원해 당면 현안을 헤쳐 나갈 방안을 강구합시다

다시 강조하지만 KBS는 헌법적, 국가적 차원의 기관이며 어떠한 명분과 이유에서든 한 시도 국민을 위한 방송을 중단해서는 안 됩니다. 공영방송을 위한 뜨거운 열정과 차가운 이성을 갖고, 그 어떤 어려운 상황이 오더라도 방송 현장을 굳건하게 지켜 나갑시다. 한시바삐 비이성적 판단과 집단 논리의 수렁에서 벗어나 방송 현장으로 제각기 돌아와 공영방송 KBS를 지켜냅시다. KBS이사회의 결정을 존중하고, 만시지탄이지만 우리 모두 지혜와 합리적 이성을 총동원해 당면한 현안을 헤쳐 나갑시다

이제 제작거부를 중단하고 돌아오십시오. 모든 의혹은 진상조사특별위원회를 통해 규명합시다. 공영방송 KBS는 영원해야 합니다. [미디어펜=이의춘기자 jungleelee@mediap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