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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영택 산업부장 |
[미디어펜=송영택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회담을 갖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이 판문점 선언에는 북한의 핵 폐기에 대한 절차와 시기,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것은 하나도 담겨 있지 않다. 단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이다.
즉 공동의 목표에 대해서 인식을 같이한다는 것뿐이다. 언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북한의 핵을 폐기한다는 합의가 없다. 이런 측면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면 비핵화에 대한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공동선언’, 6자 회담에 따른 2.13, 9.19 합의 등 9개에 달하는 앞선 선언만도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많은 비핵화 관련 공동선언과 합의사항을 어기고 핵폭탄을 실험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해 온 것은 북한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마치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나섰다며 흥분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면서 당초에는 양 정상 회담에서는 경협재개는 주요 의제가 아니라고 연막을 피더니 정작 판문점 선언에는 국민에게 의향도 물어보지 않고 많게는 수백조가 들어갈 경제적 지원을 약속했다. 또한 서해안의 북방한계선(NLL)을 모호하게 만들 수 있는 ‘평화수역’ 설정, 심리전의 하나인 대북방송 중단, 민간 차원의 전단 살포 중지 등을 약속했다. 나아가 정전 협정 당사자가 아님에도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협정 체결에 나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김정은은 할아버지 김일성, 아버지 김정일 시대와는 다르다는 ‘인지부조화’ 현상
을 나타내고 있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교수는 미국 외교전문지에 “평화협정이 체결된 뒤에는 한반도에서의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기고해 주한미군 철수 주장에 군불을 때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 미군이 철수하면 대한민국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금이 미군보다 먼저 철수할 것이라는 사실은 불 보듯 뻔하다.
남북 정상회담에 앞서 김정은은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핵개발의 전공정이 과학적으로, 순차적으로 다 진행되었고 운반 타격 수단들의 개발사업 역시 과학적으로 진행되어 핵무기 병기화 완결이 검증된 조건에서 이제는 우리에게 그 어떤 핵시험과 중장거리,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도 필요 없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북부 핵시험장도 자기의 사명을 끝마쳤다”고했다.
이어 “핵시험 중지는 세계적인 핵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며 우리 공화국은 핵시험의 전면 중지를 위한 국제적인 지향과 노력에 합세할 것”이라며 “우리 국가에 대한 핵위협이나 핵도발이 없는 한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와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핵 보유국으로서 앞으로 국제적으로 핵 군축 협상에 나서겠다는 선언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그나마 위안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의 역할이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5월 회담을 앞두고 지난 3월 전격적으로 안보보좌관에 임명됐다. 볼턴은 북한 핵 폐기에 대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CVID)’ 원칙을 고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선폐기 후보상’ 리비아식 모델을 선호하고 있다.
특히 볼턴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리비아처럼 미국과 다른 조사관들이 검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첫 회담에서 북한 전략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북한을 시험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도움을 줄 수 있는 역사가 있다”면서 1992년에 남북한이 합의한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거론했다.
1992년 2월 19일 발효된 이 공동선언에는 △남과 북은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을 하지 아니한다 △남과 북은 핵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한다 △남과 북은 핵재처리시설과 우라늄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아니한다 △남과 북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검증하기 위하여 상대측이 선정하고 쌍방이 합의하는 대상들에 대하여 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가 규정하는 절차와 방법으로 사찰을 실시한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남과 북은 이미 1992년에 한반도의 비핵화에 대해 약속을 한 것이다.
볼턴의 주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6.15, 10.4 선언을 염두에 두면서 이번 ‘판문점 선언’
에 넣은 1조 1항의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들과 모든 합의들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관계 개선과 발전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나가기로 하였다”라는 합의문의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들과 모든 합의들'을 근거로 앞선 합의를 이행해 비핵화를 실행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비핵화 조건으로 미군의 한반도 전략자산 전개와 연계하자는 주장에 대해 “그런 약속을 한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한 볼턴은 “미국이 불가침을 약속하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고 밝힌 김정은의 발언에 대해 “비슷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어떤 구체적인 증거를 볼 때까지 말에 회의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러 합의 문구 중에 사소한 것을 찾아 역공을 가한 볼턴을 볼 때 북한 핵 폐기의 핵심을 간파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문재인 정부와 김정은은 '말의 성찬'을 통해 다수의 양국 국민을 속일 수는 있어도 국제적으로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미디어펜=송영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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