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정부 법인세 인상안, 글로벌 흐름에 역행"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일자리에도 변화가 닥쳐올 전망이다. 지난해 말 출범한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경우 2022년까지 128조원, 2030년까지 최대 460조원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강력한 규제로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본지는 '금융 규제 올가미를 벗고 글로벌 경쟁력 갖춰야 한다'는 주제로 금융업권의 규제 완화 목소리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퀀텀점프 코리아 2020] 시장자유 보장하는 미국‧일본, 한국과 격차 커진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문재인 정부가 내건 ‘혁신성장’이라는 구호가 점점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혁신성장의 핵심 과제라 할 수 있는 규제 완화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와 같은 한국의 모습은 미국 일본 등의 선진국의 현주소와 비교할 때 더욱 부각되는 면이 많다.

올해 3% 경제성장률을 낙관하고 있는 현 정부지만, 혁신성장이 정체되는 한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고성장은 힘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온다. ‘민간의 힘’을 신뢰하는 방향으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혁신성장은 경제성장의 중요한 한 축”이라고 지적하면서 “아쉬운 점은 규제혁파 쪽인데 이런 부분도 앞으로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미디어펜


지난 5일 기획재정부는 ‘혁신성장을 위한 8대 핵심 선도사업 지원 및 규제혁신 완화를 위한 대표과제’를 선정해 발표했다. 8대 핵심 선도사업으로는 Δ초연결 지능화 Δ스마트공장 Δ스마트팜 Δ핀테크 Δ에너지 신산업 Δ스마트시티 Δ드론 Δ자율주행차 등이 꼽혔다. 이미 작년 11월 정부가 혁신성장 전략회의에서 선정한 내용들이다. 

혁신성장은 문재인 정부의 4개(일자리중심경제·소득주도성장·공정경제 등) 경제정책 중 한 축을 담당하는 주요 이슈다. 그러나 정부 출범 1년이 지났음에도 혁신성장의 핵심 내용인 규제완화는 잘 이행되지 않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규제연구센터가 작년 말 경제전문가 489명을 대상으로 ‘규제개혁 정책’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이와 같은 내용이 잘 드러난다. 10명 중 무려 9명이 현재 한국경제의 상황에 대해 ‘서서히 끓는 냄비 속 개구리와 같다’며 부정적인 평가를 했기 때문이다. 특히 10명 중 8명은 규제개혁 성과가 일본에 비해 저조하다고 답변해 눈길을 끌었다.

최근 금융계 최고의 히트상품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세가 둔화된 것만 보더라도 국내 혁신성장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은 은산분리 규제를 받고 있어 자본금 확보에 난항을 겪는 상황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대표하는 한국의 핀테크 산업 역시 후발주자인 중국, 인도 등에 이미 추월당했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 일본 등 경제선진국과 한국 정부의 가장 큰 차이는 ‘혁신성장’을 내세우면서도 기업의 연구개발(R&D) 세금혜택을 오히려 줄이는 등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말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이 의결되면서 올해부터 대기업의 일반 R&D 비용(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율은 30%에서 25%로 오히려 줄었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들은 최근 잇따라 R&D 조세감면을 강화하고 있다. 물론 한국 정부도 방어논리를 펴고 있다. 2022년까지 중소기업 전용 R&D 예산을 지금보다 2배 이상 늘어난 2조원으로 확대한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조세감면 등 간접지원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법인세 문제 역시 글로벌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18일 한국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10대 기업의 소득 대비 실제 법인세 납부비중(유효법인세율)이 지난해 미국 10대 기업의 유효법인세율을 처음으로 역전했다. 작년 한국 10대 기업의 유효법인세율은 21.8%를 기록한 반면 미국 세율은 18.3%에 그쳤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공약으로 감세 정책을 내세워 당선됐다. 이에 따라 올 초 35%였던 법인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2%)보다 낮은 21%까지 낮췄다. 일본 아베 정부 역시 법인세 최고세율을 기존 30%에서 세 차례에 걸쳐 23.4%까지 낮춘 데다 현재 추가 인하를 추진 중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오히려 글로벌 대기업들의 법인세를 높이려는 추세다. 자연히 국내기업들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는 결국 정부가 목표한 경제성장률과 ‘혁신성장’에도 방해가 될 것이 필연적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혁신성장은 경제성장의 중요한 한 축”이라고 지적하면서 “아쉬운 점은 규제혁파 쪽인데 이런 부분도 앞으로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우리 정부의 규제혁파 상황이 지지부진함을 인정한 발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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