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외국인 등기임원 선임이 왜 불법인가요? 다른 나라에서는 자국 사업에 참여하는 임원진의 국적이 이렇게까지 문제가 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외국인이어서 안 된다는 것은 또다른 차별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산업부 최주영 기자
정부가 조현민 대한항공 전 전무의 ‘불법 등기이사 재직’ 건으로 저비용항공사 진에어의 면허 취소를 검토중이라는 소식을 들은 한 외항사 직원의 말이다. 물론 그가 외국계 항공사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내국인보다는 외국인 임원과 접촉하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최근의 상황에 비춰보면 이 같은 발상이 그리 이상한 것도 아니다.

글로벌 항공사들이 외국인 경영자 등 임원을 적극 활용하는 데 비해 우리 기업들은 그렇지 못하다. 해외 항공사들은 외국인 인재 영입에 활발하게 나서고 있다. 로노 두타 전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사 CEO, 라케시 강왈 전 유에스항공 회장의 국적은 모두 인도였고, 델타항공에는 현재 일본계, 인도계, 유럽계 등 수많은 인종의 경영진들이 활동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항공업종 관련 외국인의 투자나 지분 소유에 대한 장벽이 높은 편이다. 항공사업이 국가 기간산업인 점을 들어, 항공기는 국가비상사태가 벌어졌을 때 정부에 징발될 수 있는데 외국인이 경영권을 쥐면 국제적 이해 상충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동안 신생 항공사들이 항공업과 무관한 주주 구성과 외국계 자본 배후설 등이 불거지며 숱하게 허가가 반려된 것만 봐도 그렇다. 

우리나라가 자국산업을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외국 자본에 날을 세우고 있는 사이 해외에서는 이들을 적극 영입하거나 활용해 그들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호주의 대표 항공사인 콴타스항공은 외국인 소유권 지분 제한 한도를 늘리고 있으며 싱가포르항공과 중국 동방항공 등은 양 항공사간 제휴의 일환으로 간부진을 교환 파견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직된 사고에 갇혀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세상사 질서 유지를 위해선 법률이 필요하지만 법률로써 시시콜콜 금하는 일이 많다 보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생각이 앞서 무엇을 해보려는 마음이 움츠러들기 마련이다. 심지어 외국인이라고 해서 다르겠는가. 

항공사업이야 말로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한 국제적 시각과 안목이 필요로되는 업종인 만큼 이 부분에 대한 규제 완화가 필요해 보인다. 외국인 등기이사에 대한 적법성을 따지는 것이 현 시점에서 구시대적 발상으로 비춰질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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