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어른'이 된 손예진이 정해인과 결별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일 때가 좋았다. 하지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최종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18일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손예진 정해인의 이별과 재회(?)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런데 드라마 전개가 어찌 된 일인지 시청자들이 기대했던 방향이 아니고, 답답한 쪽으로 흘렀다.

윤진아(손예진)는 집을 나와 독립했지만 이 사실을 서준희(정해인)에게 미리 알리지 않아 뒤늦게 안 준희는 서운해 했다. 진아는 사내 성추행 고발의 역풍을 혼자 맞아 좌천성 승진으로 본사를 떠나 물류센터 과장으로 가게 됐다.

진아의 생일날,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하던 중 엄마(길해연)는 진아에게 준희와 이별을 종용하며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하라고 다시 강요했다. 자리를 박차고 나온 진아는 준희를 만나고, 준희는 목걸이 선물을 하며 함께 미국으로 가자고 했다.

하지만 진아는 "예전에 나였다면 지금 당장 가자고 해도 따라나섰을 거야. 그런데 지금의 나는 너무 커버렸어. 서준희가 날 어른으로 만들어놨거든"이라고 말하며 거절을 했다. 이별이었다.

   
▲ 사진=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방송 캡처


세월이 흘렀다. 진아 동생이자 준희의 친구인 윤승호(위하준) 결혼식이었다. 진아가 만나는 새로운 남자친구도 결혼식장에 와 있었다. 준희가 나타나 이런 진아의 모습을 봤다. 진아는 준희를 외면했다.

마지막 한 회만 남겨두고 이야기가 갑자기 점프를 많이 했다. 손예진과 정해인의 위태로우면서도 귀엽고 가슴 설레는 사랑 얘기에 몰입해 있던 (많은) 시청자들은 고구마를 삼켜 답답하뎐 상황에서 뺨까지 맞은 느낌이 됐다.

특히 손예진의 알 듯 모를 듯한 행동에 시청자들의 후기는 불편함, 실망감이 대다수다. 그럴 거면 왜 정해인을 사랑했나, 그 정도 어려움도 예상하지 못했나, 회사에서는 당당히 부당함과 맞설 것처럼 하더니 왜 꼬리를 내렸나, 그 사이 새로운 남자나 만나고 속물이다 등등.

손예진에게, 정해인에게, 또는 둘의 사랑에, 부럽거나 공감해 드라마를 열심히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배신감을 느낄 만했다. 심지어 '이런 막장 드라마였으면 그동안 안봤을 것'이라는 시청자 평도 있었다.

나이가 꽤 됐고 사회 생활도 꽤 한 손예진이 갑자기 '어른'이 됐다며 정해인과 뜨겁던 관계를 싸늘하게 정리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이제 없어졌다.

하지만, 손예진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봤다. 

엄마(퇴직해 집돌이가 된 남편은 안중에 없는)의 극심한 반대는 흔들림 없는 상황이다. 집을 나와 독립까지 했는데 계속 반대하니, 정해인과 미국으로 가서 아예 부모 자식의 연을 끊어버릴까?

정해인과 미국으로 가는 것이 사실 보통 문제가 아니다. 가족과의 결별뿐만 아니라 모든 관계와의 결별이다. 그동안 쌓아온 경력, 인간관계를 다 무시하고 정해인 얼굴만 보고 떠나버릴까?(직장에서 발령 받아 가는 정해인과 달리 손예진은 미국행에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직장에서는 손예진이 부당한 인사 이동에 대해 저항 한 번 안하고 받아들이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회사 측의 치밀하고 집요한 공작에 지원군들은 모두 자기 보신을 위해 등을 돌리거나 잡았던 손을 놓은 상태였다. 손예진 혼자 투사가 되어 머리에 띠 두르고 거리로 뛰어나가야 했을까?(평범한 직장인 손예진은 연예인도 검사도 아닌데 누가 관심이나 가져줄까)

사실 손예진은 '답답한 고구마'가 아닐 수 있다. 이 시대를 사는 그냥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일 뿐이다. 많은 '어른'들이 현실적으로 다양한 어려움들을 만나고 겪고 있다.

아직 한 회분 결말이 남아 있다. 손예진과 정해인이 어떻게 될 지 봐줘야겠다. 그래도 드라마니까, 현실이 아니니까, 우울하고 씁쓸함보다는 희망적인 메시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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