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당당한 모습 보인 구본무 회장, 후배 기업인 귀감 돼
'인화' 내세우다 보니 기업 '역동성' 떨어져…이런 점 극복해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고 구본무 LG 회장은 평생 ‘정도 경영’을 고집했다. 특히 기업을 경영하는 동안 정치권과 거리를 두기 위해 노력한 덕에 고인은 물론 LG그룹 역시 불미스러운 구설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한국의 권력 구조 상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기업인으로서 보여줬던 당당한 그의 모습은 후배 기업인들에게 귀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LG가 치열한 경제 현장에서 ‘인화 경영’만을 강조하는 것은 독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제기됐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온화한 사람’으로 기억된 구 회장의 성품은 기업 경영 방식에도 고스란히 녹아들어갔다. 사람 중심 경영인 ‘인화’를 추구한 그는 임원들이 특정 부서가 당장 성과를 내지 못해도, 기다려주고 쉽게 내치지 않는 방침을 고수해왔다.

또 온화한 성품임에도 소신을 굽히지 않는 그의 모습은 다방면에서 화자가 되고 있다. 특히 구본무 회장의 소신 있는 면모는 지난 국정농단 사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구 회장은 2016년 12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다른 기업인과 달리 국회의원들의 질문을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답변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20일 당시 구 회장의 모습을 회고, “개인적인 친분은 없지만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장에서 만난 분은 이 시대의 큰 기업인이었다”고 강조했다.

당시 집권당인 새누리당 소속 위원이었던 하 의원은 구 회장에게 “앞으로도 명분만 맞으면 (정부의 요구에) 돈을 낼 것”이냐고 물었다. 구 회장은 “연금이나 불우이웃 돕기 같은 일에는 앞으로도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 2011년 1월 구본무 회장이 글로벌CEO전략회의에서 최고경영진과 대화하고 있다./사진=LG 제공


이어 하 의원은 “앞으로 정부에서 (재단에) 돈을 내라 하면 이런 자리(대통령 면담)에 나올 것이냐”고 질문하자 “국회가 입법으로 막아 주십시오”라고 당당히 답변했다. 정부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는 기업인의 고충을 꼬집은 것이다. 

당시 그의 답변은 ‘소신발언’, ‘사이다 발언’으로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됐다. 

실제로 그는 ‘정경유착’을 지양했던 것으로 유명했다. LG그룹이 삼성, 현대, 효성, SK 등 국내 주요 기업과 혼사를 맺는 일은 잦았지만, 정계·관가와의 혼사가 없었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정계에 이렇다 할 인맥도 없고, 그런 것에 관심을 두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삼성, 롯데 그룹이 재판에 연루됐을 때에도 LG는 조용히 경영에만 신경 쓸 수 있었던 것도 구 회장의 소신과 무관하지 않다. 평소 정치권에 할 말을 하며 거리를 둔 덕분이라는 평가다.

다만 LG가 ‘인화경영’을 강조하는 것은 기업 본연의 역할과 배치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LG그룹이 ‘인화’를 앞세우다 보니 뒤쳐지는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인화를 강조하는 것이 기업에 독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인화’가 중요치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것만 내세우다 보면 다른 기업에 밀리게 된다는 조언이다.

조 교수는 “‘인화’를 강조하다 보니 그룹의 역동성이 저하된 측면도 없지 않아 있지만, 구본무 회장이 국회에서도 당당하게 소신 있는 발언을 한 것은 잘한 일”이라며 “기업이 앞장서서 ‘친기업’ 분위기를 만들며 사회 균형을 잡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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