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전두환-노태우 경호병력 철수 결정은 큰 실수
좌파의 연희동 사저 침투 땐 어떤 일 벌어질지 몰라
   
▲ 조우석 언론인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테러가 급기야 현실이 되는 건가? 6년 전 개봉했던 그 끔찍한 영화 '26년'의 저주가 되살아나는 건가? 경찰청장 이철성이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경호 병력을 내년까지 전원 철수하겠다고 밝힌 21일 뉴스를 보며 들었던 가슴 철렁한 예감은 우선 그것이었다.

관객 300만 명을 끌어 모았던 영화 '26년'이 담고 있는 내용은 광주사태 이후 26년 뒤 시민들이 이른바 학살 주범 전 대통령을 단죄한다는 것이다. 조폭, 사격선수, 경찰관 등 젊은이 셋은 광주사태 희생자의 2세들인데, 그들이 '그 사람'을 제거하는 대담한 행각에 들어간다는 스토리다. 물론 연희동 사저 침투를 통한 테러가 저들의 구상이다.

생존인물, 더구나 전직 국가수반을 린치의 표적으로 삼은 영화 내용이 끔찍할 뿐인데, 그럼 경찰청장의 이번 결정은 예상되는 그런 행위를 방조 내지 선동하겠다는 건가. 이철성은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간접 살인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건가. 만화가 강풀 원작의 '26년'이 그저 픽션의 세계라고?

아니다. 정치인 박찬종은 그 영화 개봉 1년 뒤 MBN-TV에 출연해 "전 전 대통령이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동학운동 때처럼 국민이 죽창 들고 연희동 사저를 찾아갈 것"이란 발언을 내뱉었다. 한 때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던 자의 광기어린 언행이 그러했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전두환 추징법 제정 전후인 2013년 무렵 여의도 국회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가?

전 대통령에 대한 경호 병력 철수와 국립묘지 안장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의원 입법이 줄줄이 추진됐다. 특정인을 겨냥한 처분적 법률 입법이 헌법주의에 대한 명백한 훼손임에도 법조계 누구도 개탄의 목소리를 낸 바 없다. 이철성 자신이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대도 경호 인력을 내년까지 전원 철수하겠다고? 그가 과연 정상인가? 핑계를 댄 건 청와대 국민청원이라지만, 그것도 우습다. 군 인권센터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등 3개 단체는 좌파 단체 일색이다. 그들의 국민청원 논리는 이렇다. "법의 단죄가 이뤄진 지금까지 군대를 동원해 국민을 살해한 이들을 혈세로 경호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 영화 '26년' 스틸 컷.

한마디로 가소롭다. 현대사의 분수령인 1980년대에 대한 운동권적 인식으로 똘똘 뭉친 좌파 단체들의 균형감각 없는 주장이 결코 국민의 목소리일 리 없다. 정말 걱정되는 이철성의 인식인데, 그는 어제 회견에서 "두 분 모두 연로하시기 때문에 경호는 큰 필요성이 없다고 본다"고 했다.

외부의 있을 수 있는 위협 앞에 아무런 대응능력이 없는 90세 가까운 전직 국가수반을 방치하겠다는 발상이야말로 어불성설의 극치다. 그러면서도 경찰 경호는 법률에 의한 것이니 법 개정이 맞다며 정치권에 공을 넘기는 노회함까지 보였다. 그것이야말로 그가 경찰 수장(首長)으로 무자격자임을 새삼 보여줬다. 세상이 알 듯 그는 박근혜 정부 시절 경찰청장에 임명됐다.

그럼에도 수명 연장을 위해 문재인 정부에 이렇게 노골적으로 협조하는 건 사람에 대한 신뢰 자체가 무너지는 계기가 아닐 수 없다. 기억해두라. 국민 정서는 간단치 않다. 어제 SNS에서 종일 시끄러웠다. 경찰병력이 철수하면 애국 청년들이 조를 짜서 연희동을 지킬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60대 시니어 애국경호 병력도 운용할 수 있으니 교대로 경호업무를 진행하자는 의견도 등장했을 정도다. 왜 이럴까? 우릴 분노케 하는 건 이 정부의 ‘제멋대로 경호’ 탓도 있다. 전두환-노태우 경호병력을 전원 철수하겠다면서 김대중 부인 이희호 씨에 대해서만은 청와대 경호실에서 계속 경호하는 건 또 뭔가? 세상에 이런 이중 잣대가 어디 있는가?

상황이 그러하니 며칠 전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김외숙 법제처장과 주영훈 대통령경호처장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좋다. 이 상황에서 내 판단은 이렇다. 정말 문제는 경호병력 철수 시비의 차원을 넘어 1980년대에 대한 정당한 인식이 필수란 점이다.

신군부의 80년대를 향해 침을 뱉고, 전두환을 악마라고 손가락질하는 운동권적 인식부터 문제다. 때문에 나는 1980년대 재인식 없이 올바른 현대사는 없다고 강조해왔다. 왜 80년대 재인식이 중요한가? 386운동권이 태동한 게 당시이고, 그걸 기점으로 70년대 반정부 투쟁을 하던 재야세력은 반체제-반대한민국을 외치는 운동권 세력으로 완전 탈바꿈했다.

단언하지만 80년대는 저주 받아야 할 시기가 아니며, 전두환 역시 악마가 아니다. 그 정반대가 맞다. 지난해 나온 <전두환 회고록>대로 무역수지 흑자, 한국형 원자력도 높이 평가해야 하고, 다양한 규제 해제(연좌제 금지, 통금 해제, 교복자율화)는 개방사회의 시작을 알렸다. 

지금 우리는 2% 경제성장에 목매고 청년실업과 사회양극화에 신음하지만, 그때는 안 그랬다. 신군부가 ‘포스트 박정희’의 연착륙에 성공한 결과 86~88년 3년 연속 10% 이상의 고도성장을 이뤘고, 물가는 3% 미만으로 안정됐다. 모두가 중산층이고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에 살았다. 그걸 이념의 안경을 쓰고 왜곡-곡해하는 게 바로 운동권이다.

그리고 또 하나. 광주5.18이 정권욕에 사로잡힌 신군부가 저지른 학살극이란 것도 근거 없다. 그건 오래 전 12.12 검찰 수사 등에서 확인된 얘기다. 이런데도 이런 걸 다시 뒤집고 1980년대를 저주하더니 급기야 당시 전직 국가수반을 위험에 처하게 한다? 사람들은 이제 그런 농간에 지쳤다. 대체 국가와 사회를 어디로 끌고 갈 건가를 묻기 시작했다. /조우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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