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 KBS 본부가 강규형 전 이사의 강제 해임 과정에서 '법인카드 사적 사용' 등과 관련해 현 야당 측 이사들을 고발했다가 강 전 이사만을 제외하고 모두 소 취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KBS 공영노조 성명서에 따르면 강 전 이사 등 야당 측 이사 6명 중 4명을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한 언론노조 KBS 본부가 강 전 이사를 제외하고 야당 측 이사 3명의 고발을 모두 취하했다.

이는 강 전 이사가 이사회 참석 방해 과정에서 폭력을 휘두른 성재호 전 위원장 등 핵심 노조원들을 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한 소를 취하하지 않은 데 대한 압박 차원으로 풀이된다.

앞서 강 전 이사는 제3자를 통해 쌍방(강 전 이사와 언론노조원들)이 소송 취하를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의를 받았지만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언론노조 KBS 본부는 강 전 이사만 제외하고 야당 측 이사에 대한 소송을 취하했다.

이에 대해 강 전 이사는 22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너무 빤한 일들을 한다"며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들 같다. 이런 행동들이 어떻게 평가받을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고소한 KBS 언론노조 조합원들에 대해서는 "자기기만(self deception)을 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폭력을 쓴 적이 없다며 항변하는데, 거짓말이 언제까지 갈지 궁금하다"며 "그게 폭력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 왜 그 장면을 제외하고 유튜브에 영상을 올렸는지 모르겠다. 한심하다"고 지적했다.


   
▲ 지난해 강규형 전 KBS 이사의 이사회 참석을 방해한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 KBS 조합원(왼쪽·위 웃고 있는 이진성 기자 外)들의 모습. 사진=유튜브


앞서 강 전 이사는 이사회 참석 과정에서 KBS 언론노조 조합원 70여명에게 집단 린치를 당한 뒤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은 바 있다. 언론노조 측은 이후 소셜미디어에 폭행 장면이 삭제된 편집본 영상을 올리며 "폭행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이후 원본이 공개되며 폭행 사실이 드러났다.

강 전 이사는 "양승동 사장의 청문회에서는 박홍근 의원을 동원, 폭력이 아니라면 강규형 교수가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협박도 일삼았다"면서 "폭력을 안 했다면 염려할 것 없지 않나. 근데 뭘 그렇게 염려하는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 사진=KBS



▲ 이하 KBS공영노조 성명서

강규형 뺀 야당 이사 소송 취하, 무슨 꼼수인가

언론노조 KBS 본부가 강규형 전 KBS 이사의 강제 해임 과정에서 이른바 '법인카드 사적 사용' 등과 관련해, 현 야당 측 이사들을 고발했다가 최근 강규형 전 이사만을 제외하고 모두 소 취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 KBS본부는 당시 강규형 이사 등 야당 측 이사 6명 가운데 4명을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해 KBS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확인한 바에 따르면 강 전 이사를 제외하고 야당 측 이사 3명의 고발이 모두 취하된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법인카드 사용 건인데 왜 강규형 전 이사만 소 취하에서 제외됐을까.

강규형 전 이사는 언론노조 성재호 전 위원장 등 핵심 노조원들을 '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고소를 해놓은 상태다. 고소 이유는 이사회에 참석하지 못하게 언론노조원들이 강 이사를 막는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했다는 것이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특수 상해죄로 언론노조 KBS본부 측 피고소인들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특수 상해는 폭행과는 달리 죄가 인정되면, 벌금형 없이 바로 재판으로 넘겨지는, 처벌이 무거운 죄다. 집행유예 등의 실형이 선고되면 당사자들은 사규에 따라 해직된다.

강 전 이사는 제 3자를 통해, 쌍방(강 전 이사와 언론노조원들)이 소송 취하를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이사가 이를 거부했다고 한다. 그러자 강 전 이사만 제외하고 야당 측 이사에 대해 소송을 취하한 것으로 보인다. 강 이사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 이유는 특수 상해죄가 처벌이 무거운 데다, 피고소인 일부가 이런 상황에서 해외 특파원으로 가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강 이사가 고소를 취하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특파원 발령 등을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것인가.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언론노조의 행태는 '치졸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우리는 이러한 결정에 분노를 금치 못하는 바이다.

당당하게 조사를 받고 죄가 있다면 벌을 받아라. 이런저런 꼼수를 부려 법망을 피해 가려고 하지 말라.

또한 이참에 야당 이사들에게도 경고한다.

도대체 강규형 전 이사를 제외하고, 자신들만 소송 취하 제안을 받은 이유가 무엇인가. 언론노조에게 어떤 합의를 해 줬기에 소송을 취하해준 것인가. 그 내용을 밝혀라.

야당 이사들은 동료이 사가 강제 해임되어도 자신들만 살면 그만이라는 말인가. 이인호 전 이사장이 사퇴할 때 동반사퇴를 거부했다면, 양승동 체제가 잘못되어가는 것을 막거나 최소한 견제해야 하지 않는가.

양승동 체제가 노조 중심의 경영에다, 편파 왜곡 보도 시비가 끊이지 않는데도 야당 이사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여당 이사일 때도 제대로 역할을 못하더니, 야당 이사가 되고 나서도 아예 수적 열세를 핑계 삼아 사측의 전횡을 그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지켜만 보겠다는 것인가.

야당 추천 이사답게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라. 야당 이사인지 여당 이사인지 구분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공영방송 KBS 바로 세우기에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행동하기 바란다.

지금 KBS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반드시 역사가 심판을 내릴 날이 온다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란다.


2018년 5월 21일 KBS 공영노동조합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