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 단기금융업 인가 확실시…'한국형 골드만삭스' 되려면
금융당국이 최근 규제 강화 기조를 확실시 하고 있다. 여론을 고려했을 때 어느 정도의 규제는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지만 지나친 압박은 자칫 증권업계 자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디어펜은 5회에 걸쳐 최근 증권업계에 드러워진 규제의 양면성을 조명해 본다. (편집자주)

[증권가 규제칼날④]초대형IB 성공 ‘기업 자율성’ 확보에 달렸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국내 5대 증권사들이 초대형IB(투자은행)로 지정됐지만 추가적인 규제가 많아 효과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단기금융업에 대한 적극적인 인가를 포함한 규제 완화 없이 ‘한국형 골드만삭스’는 요원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초대형IB로 지정된 5개사 중 하나인 NH투자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가 확실시 되고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이날 NH투자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안을 상정해 처리한다. 금감원 심사를 통과한 만큼 업계 안팎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NH투자증권이 인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농협금융 산하 NH투자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가 확실시 되고 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23일 NH투자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안을 상정해 처리한다. /사진=농협금융


단기금융업 인가는 초대형IB의 핵심사업으로 손꼽힌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요건을 갖춘 증권사가 인가를 받으면 자기자본의 200% 이내에서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단기금융 인가가 없는 회사는 아무리 초대형IB 인가를 받았어도 단기어음 발행을 할 수 없다. 고객과의 접촉빈도 역시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 시점에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 하나뿐이다. 초대형IB로 인가를 받은 회사는 한투와 NH를 포함해 삼성증권‧KB증권‧미래에셋대우 등 3개나 되지만 각각의 사정 때문에 인가를 받지 못한 상태다. 이전 정부에서 ‘한국형 골드만삭스’를 청사진으로 내걸며 초대형IB 사업의 돛을 올렸지만 대통령이 바뀌고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업의 ‘실속’에는 근접하지 못한 셈이다.

드러내 놓고 성토하진 못하지만 정부에 대한 불만은 이미 팽배한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사들이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이라는 요건을 갖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그 과정에서 상당한 리스크를 감당한 회사들도 있다”고 짚으면서 “사업 자체가 이렇게 지연될 줄 알았다면 누구도 그런 위험을 감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일하게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의 입장에서도 단독 체제는 그다지 달갑지 않은 눈치다. 한투 측 한 관계자는 “업계가 서로 영향을 주면서 건전하게 경쟁하는 그림이 가장 바람직하다”면서 “NH투자증권을 비롯한 타사들의 단기금융업 인가가 신속하게 진행되는 쪽이 모두를 위해 이로운 길”이라고 말했다. 

애초에 정부가 제시한 비전을 믿고 사업 준비에 착수한 기업들로서는 금융당국이 모든 변수를 쥐고 있는 상황이 달가울 리 없다. 우여곡절을 거쳐 윤석헌 신임 금감원장이 지명됐을 때에도 다수의 증권사들은 그가 과거 초대형IB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는 사실을 알고 우려를 표명했다. 

막상 취임 이후 윤 원장은 초대형IB에 대해 다소 완화된 입장을 표명했다. 지난 18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2018년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전체회의’ 중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원장은 “초대형 IB 육성에 반대한다고 얘기한 적이 없다”면서 “가급적이면 직접금융을 활성화하는 쪽으로 가는 게 옳지 않나 생각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큰 틀에서 윤 원장이 초대형IB에 우호적인 의견을 냈다는 데에 업계는 안도하는 눈치다. 그러나 금감원장을 비롯한 당국의 목소리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야 하는 현재의 상황이 지나치다는 의견 또한 여전히 많다. 

금융계 한 고위 관계자는 “초대형IB의 취지는 준비가 된 기업들에게 최대한의 자율성을 주면서 국내 자본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데 있다”고 전제한 뒤 “지금처럼 당국이 금융회사들의 ‘목줄’을 쥐고 있는 방식이 이어진다면 자율성은커녕 금융사들의 기본적인 영업활동마저 위축될 소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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