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환영 KBS사장 노조에 파업철회 촉구 특별담화
KBS경영진이 세월호 참사보도 문제와 관련해 양대노조와 기자, PD 들의 파업과 제작거부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길환영사장은 2일 양대노조에 대해 파업을 즉각 철회하고 제작에 복귀할 것을 촉구하는 특별담화를 발표했다.
길사장은 이번 담회에서 KBS에 대한 보도및 인사, 외압논란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기위해 사장이 참여하는 특별공정방송위원회를 노조에서 제안하면 수용하겠다고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다. 길사장은 이어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왜곡된 주장의 진위여부도 반드시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길사장은 "양대노조가 국민의 희생을 볼모로 불순한 정치투쟁과 여론몰이를 벌이는 것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국민들은 지금 파업세력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길환영 사장은 이어 하루 앞으로 다가온 6.4지방선거 보도와 월드컵 경기에 대해 만전을 기해야 한다면서 노조가 파업으로 골든타임을 놓치면 씻을 수 없는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길사장은 양대노조는 협박과 왜곡된 주장과 파업을 거둬들이고, 제작현장으로 복귀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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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환영 KBS사장이 2일 파업중인 양대노조에 대해 국민의 희생을 볼모로 한 제작거부 정치투쟁을 접고 제작현장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하는 특별담화를 발표했다. |
다음은 길사장의 특별담화 전문이다.
존경하는 사원 여러분, 먼저 지난달 9일 기자회견에서 시작된 사태를 조기에 신속하게 수습하지 못하고, 불법적인 제작거부와 파업으로까지 치닫게 된 데 대해, 사장으로서 사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그동안 KBS를 성원해 주신 시청자 여러분께도 KBS 내부의 혼란과 갈등으로 방송에 차질이 있게 된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사원 여러분,
우리 KBS는 방송개시 87년, 공영방송 41년의 역사 속에 각고의 노력으로 신뢰도와 영향력은 물론 열독률까지 1위라는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으로서의 자랑스러운 명성을 만들어 왔습니다. 여러분들의 보이지 않는 열정과 희생 덕분입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불과 몇 주일 만에, KBS는 불공정하고 정치권의 외압에나 시달리고, 심지어는 공영방송이 필요한가라는 말까지 서슴없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공영방송 KBS와 여러분 모두의 자존감에 깊은 상처가 나서 많이 힘들어하는 것에 제 가슴 또한 아픕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잠시 돌이켜 보겠습니다. 얼마 전 전남 장성 요양원 화재로 안타깝게도 수십 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대형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시간 현장에 있어야 할 우리는 어디에 있었습니까? 이틀 후면 6.4 지방선거고, 보름 후면 세계적인 관심사인 월드컵이 시작합니다. 이 중요한 이벤트를 위해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모두 아시잖습니까? 그런데도 우리는 정치적 외압, 공정성 시비로 가장 중요한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시청자본부에서 발표한 시청자 의견을 집계한 결과, 약 80%의 시청자분들이 이제 시청권 침해행위를 접고 방송을 정상화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말씀드리는 김에 외부 얘기를 더 하겠습니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불난 집에 부채질 한다는 말처럼 연일 KBS를 자극적인 취재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심지어 지난주에 한 신문사는 우리의 방만경영을 비판한다면서 ‘송출스위치 한번 올리고 연봉 1억원을 받는다’는 식으로 비아냥 거렸습니다. 물론 이런 명백한 허위날조에 대해서는 단호히 법적대응을 하겠지만, 일반적인 국민정서는 우리하고 온도차가 크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특히, 이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더욱 악화될 경우 우리로서는 정말 억울한 일이지만, 방만 경영을 해소한다는 명분하에 외부로부터의 공기업 개혁 논의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됩니다.
존재하지도 않고 사실도 아닌 소위 ‘청와대 보도개입’과 ‘청와대 인사개입’이라는 허상을 만들어 내부적으로 서로서로에게 큰 상처와 고통을 주는 사이에 우리 스스로 신뢰도와 영향력, 공정성의 공든 탑을 무너뜨리고, 외부언론이 이를 악의적으로 확대 재생산하는 개탄스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원여러분,
이제는 이번 사태로 누구보다 큰 상처를 입은 시청자들에게 속죄하고 보답할 때입니다. 이제는 잃어버린 KBS의 위상과 자부심도 회복해야 합니다. 국민들이 인내를 가지고 언제까지 기다려주지는 않습니다. 지금 우리 앞에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6.4지방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와 있습니다. 유권자들이 올바른 자치단체장들을 뽑을 수 있도록 자질을 제대로 검증해 보도해야 합니다. 또한 국민의 눈과 귀가 집중된 월드컵이라는 국제적 스포츠 행사를 가장 경쟁력 있게 치러야 할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가 있습니다.
국가 대사를 앞두고 벌어지는 불법적인 정치 파업과 악의적으로 왜곡된 일방의 주장으로는 국민이 주인인 KBS를 침몰시킬 수 없습니다. KBS는 그 어떤 정치세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돼 있고 어떤 정파적 이익에도 치우치지 않는 지위와 임무를, 주인인 국민들로부터 부여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사장에 취임한 이후 그 어떤 정파적 이익이나 권력에 굴복한 적이 없습니다. 청와대로부터 전화를 받고, 정치권의 압력을 받았다는 주장은 허무맹랑한 소설에 불과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사실이 아니며 악의적으로 왜곡된 주장을, 그것도 수차례의 해명과 간절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합리적인 의심이나 사실 확인을 위한 노력, 진지한 검증 없이 여론을 끊임없이 호도하고, KBS를 흠집 내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5월 9일 이후 전 보도국장의 돌출발언으로 야기된 청와대 외압설등에 대해 사원여러분이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혹이 있다면, 이번에 국회에서 합의한 세월호 관련 국정조사를 통해 명확히 밝힐 것입니다.
사원여러분,
KBS의 미래는 여러분에게 달렸습니다. 여러분의 뼈저린 반성에 깊이 공감합니다. 저는 국민들로부터 막중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고 있는 KBS 사장입니다.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드러난 KBS에 대한 모든 질책과 비난에 대한 최종 책임자는 바로 사장인 저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기까지 저의 불찰과 소통부족이 있었음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러분 이제 우리의 소중한 일터와 동료들을 향한 채찍과 칼날을 거두어 주십시오. 그동안 여러분이 토해냈던 울분과 분노를 더 좋은 뉴스, 더 비판적인 뉴스를 만들어내는데 쏟아내 주십시오. 그리고 그 분노와 반성, 뼈를 깎는 고통과 성찰을 통해 KBS를 다시 세우는 계기로 만듭시다. 더 이상의 제작거부와 뉴스파행으로는 세월호 보도로 상처받은 국민들의 이해를 구할 수 없습니다.
이제 그만 제작 거부를 거두어 주십시오. 여러분들이 그동안 지키고 가꾸어왔던 소중한 일터에서 다시 KBS를 혁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십시오. 여러분들의 지혜와 힘이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KBS는 이 고통스런 위기를 뚫고 다시 일어나 예전처럼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는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보직을 내려놓겠다고 한 보직간부들에게도 말씀드립니다. KBS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여러분들의 충정과 고통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여러분에게는 KBS가 그 어떠한 위기 앞에 놓일 지라도 추호의 흔들림 없이 KBS와 그 구성원 그리고 국민들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간부로서의 책임이 있습니다. 그 책임을 여러분들은 저버렸습니다.여러분들의 그동안 못다 한 책임과 의무를, 지금이라도 제자리로 돌아와 혼신의 노력을 다해 이행해 주십시오. 더는 기다릴 수가 없습니다. KBS의 주인인 국민들은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국민들은 지금 KBS의 대한 운영과 의무를 부여받은 사장에게 법과 사규에 따라 불법 제작거부, 불법 파업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KBS 노동조합과 본부노조에게도 당부 드립니다. 지금 우리가 처해있는 위기는 매우 엄중합니다. 자신들의 의견을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으로 표출하려는 양대 노조의 무책임한 행동은 결국 국민들로부터 호된 질책과 비난, 책임추궁 앞에 무릎 꿇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의 제작거부와 뉴스파행으로도 모자라 진정한 KBS의 주인인 국민의 희생을 볼모로 삼아 이루려는 그 어떤 불순한 정치적 목적도 결국엔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양대 노조는 뜻하지 않게 KBS에 닥친 전대미문의 위기를 함께 극복하려는 지혜와 노력을 보이기보다는, 우리들의 소중한 직장을 더욱 깊은 구렁텅이로 빠뜨리려는 극한투쟁과 여론몰이를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KBS 사장과 경영진을 자신들의 의도대로 KBS를 좌지우지 해보려는 과거의 투쟁방식으로는 지금 이 순간에도 KBS를 위해 피땀을 흘리며 뛰어다니고 있는 건강한 상식을 가진 대다수의 구성원들을 이해시킬 수 없습니다.
다수의 침묵하는 사원들은 지금도 KBS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분들은 지금 진정으로 KBS의 장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양 노동조합에게 당부합니다. 이제 저희와 함께 마음을 열어 KBS의 미래를 이야기 합시다. 저를 비롯한 임원진 모두가 여러분과 함께 KBS의 미래를 논의하기 위한 테이블을 열어 놓겠습니다. 어떤 제안도 좋습니다. 미진한 부분을 개혁하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 어떤 제안도 환영합니다.
KBS가 더 많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는 제도 개선책과 고민이라면 그 의견을 경영에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이제 머리를 맞댑시다. 함께 바꿀 수 있습니다. 위기의 KBS를 다시 견고한 반석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기회가 지금 눈앞에 있습니다. 이렇게 만든 소중하고 견고한 성과물들을 후배들에게 함께 전해줍시다. 그것만이 지금 우리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입니다.
노동조합에 다시 한 번 당부 드립니다. 더 이상의 협박과 사실 왜곡은 거두어 주십시오. 만약 이와 같은 경영진의 진심어린 설득과 충고에도 불구하고 양 노조가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저는 그 후에 벌어지는 사태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제는 더 이상 KBS의 주인인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습니다. 법과 사규를 벗어난 그 어떤 행동과 주장도 내부 동료들은 물론, 국민들로부터 지지와 지원을 이끌어 낼 수 없음은 너무나 자명한 상식이 됐습니다.
노동조합은 KBS의 발전을 위한 소중한 동반자입니다. 노동조합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습니다. KBS 사원 여러분께 약속드립니다. 보도본부의 보도독립성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보도독립성 강화를 위한 쇄신 인사를 단행하겠습니다.
KBS 보도에 대한 국민들의 전폭적인 신뢰와 믿음은 그 어떤 정치적 외압과 설득, 협박으로부터도 자유로운 독립적이고도 공정한 보도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습니다. KBS 보도국이 내외부로부터의 어떤 정치적 공세와 협박에도 흔들리지 않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기자협회와 노동조합은 적극 제시해주기 바랍니다. 대화를 위한 테이블에 동참해 주기 바랍니다.
저는 보도책임자와 일선제작자들이 보도의 독립성 강화를 위한 발전방안을 마련해 온다면 과감히 받아들이고 보도와 제작에 대한 책임 또한 스스로 질 수 있는 독립적이고 건강한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온 힘을 쏟겠습니다.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전 보도국장의 왜곡된 주장에 대한 진위 여부도 반드시 규명하겠습니다. 전 보도국장의 발언과 폭로에 대한 진상조사에 대한 형식과 절차를 기자협회와 노동조합이 제시하면 수용하겠습니다.
또 KBS에 대한 보도, 인사 외압 논란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사장이 참여하는 특별공정방송위원회를 노동조합에서 제안한다면 수용하겠습니다. 노동조합과 마주 앉아 KBS에 대한 정치권의 입김과 외압의 실체가 실제로 존재해 왔는지 철저히 규명하겠습니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KBS의 수신료와 미래 발전을 위한 어떠한 논의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협회와 노동조합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겠습니다.
존경하는 사원 여러분,
고통 없는 성장은 없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 또한 없습니다. 뼈를 도려내는 고통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저를 비롯한 KBS 구성원 모두가 이번 기회에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돌아보는 철저한 성찰과 반성 없이는 더 이상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불거진 KBS를 둘러싼 그동안의 모든 혼란과 오해는 이제 종식돼야 합니다. 미래를 향해 새롭게 내딛는 발걸음에 함께 동행해주십시오.
KBS를 해치려는 더 이상의 음모와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단호히 맞서겠습니다.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진정한 KBS의 독립을 이룰 수 있는 일이라면 KBS 내에 존재하는 모든 사규와 관련법을 적용해 다시는 이러한 불법행동이 발붙일 수 없도록 단호히 처벌하겠습니다.
사원 여러분,
저는 취임 후 지금까지 KBS의 발전만을 생각해 왔습니다. 단 한 명의 인사를 할 때조차 혹시 정치적인 이유로 또는 다른 여러 가지 이유로 소외받는 사람은 없는지, 상처받는 사람은 없는지 살피고 또 살피며 탕평인사를 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제 경영의 원칙은 사원행복과 행복한 대한민국입니다. 우선적으로 사원들의 복지를 살폈고 KBS가 국민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경주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제겐 평생 한 번의 입사가 KBS였고, 그 KBS를 평생직장으로 다녔습니다.
제게 무슨 욕심이 더 있겠습니까? 오직 여러분과 KBS라는 조직에 그리고 국민들에게 헌신하고 싶다는 것이 저의 욕심이라면 욕심입니다.
사원 여러분, 세월호 참사로 인해 시작된 KBS의 갈등을 이제는 접었으면 합니다. 우리는 분명 더 나은 미래를 열 수 있습니다. 조직의 갈등을 봉합하고 더 발전된 더 독립적인 공영방송 KBS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 시점에서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공영방송 KBS의 주인이 명령하는 대로 6.4 지방선거방송을 공정하고 정확하게 치르는 것입니다.
사원여러분,
다시 한 번 간곡히 호소합니다. 공영방송이 국가의 중요선거를 최선을 다해 보도, 중계하지 않는다면 공영방송 KBS의 존재의 필요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할 것입니다. 부디 선거방송을 계기로 전원 업무에 복귀해 주십시오.존경하는 4700여 사원여러분 퇴직사우를 비롯한 모든 KBS 가족여러분, 국민의 방송 KBS를 지켜 주십시오. 그래서 진실로 국가와 민족에 봉사하는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게 해 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합니다. 감사합니다. [미디어펜=이의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