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이승우(20·베로나)가 역대급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당찼고 저돌적이었으며 빠르고 날카로웠다. 특히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인 손흥민(26·토트넘)과 멋진 호흡을 보여준 것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축구의 '미래'였던 이승우가 '현재'로 편입되는 순간이었다.

이승우는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온두라스와 평가전에 선발 출전했다.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성인대표팀에 처음으로 선발된 이승우의 데뷔전이었다.

한국은 '가상의 멕시코' 온두라스를 상대로 2-0 승리를 거뒀고, 이승우는 승리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이 압도적 공세를 퍼붓고도 전반 득점을 올리지 못했고, 후반 들어서도 비슷한 양상이 이어졌다. 그렇게 0-0으로 맞서고 있던 후반 14분, 이승우가 온두라스 진영에서 상대 볼을 가로챈 뒤 손흥민에게 좋은 패스를 찔러줬다. 볼을 받은 손흥민은 지체없이 20m 왼발 중거리슛을 날렸고, 온두라스 골문을 뚫으면서 선제골을 작렬시켰다. 이승우가 데뷔전에서 '도움'으로 첫 공격포인트를 올리며 손흥민의 선제골을 이끌어낸 것이다. 이후 한국은 황희찬의 도움을 받은 문선민의 추가골로 2-0으로 이겼다. 

이승우의 이날 활약은 1도움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전반부터 그라운드를 휘젓고 다니며 상대 볼을 뺏고 돌파하고 기회가 생기면 슈팅도 날렸다. 마치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야생마와 같았다.

축구팬들의 환호와 찬사가 이승우에게 집중됐다. 경기 후 이승우에게는 찬사가 쏟아졌다. 신태용 감독은 "이승우는 악착 같고 센스가 있었다. 20세 이하 대표팀에서 같이 있었기 때문에 원하는 플레이를 알아서 잘해줬다"고 칭찬했다. 적장인 카를로스 라몬 타보라 온두라스 감독도 "이승우는 성장하는 선수다. 노련한 선수 못지않게 좋은 기량을 보여줘 주목할 만했다. 이런 어린 선수들은 대표팀의 미래에 아주 중요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승우의 도움을 받아 선제 결승골을 넣은 손흥민은 "승우가 첫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했다. 한 경기에 들뜨지 말고 활약을 이어갔으면 한다"고 칭찬과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이승우는 민첩하고 적극적인 플레이로 공격의 출발점 역할을 해냈다. 주전으로 나설 경우 손흥민에게 쏠린 공격 부담을 덜어줄 수도 있다"고 좋은 평가를 했다. 

한국대표팀은 손흥민이라는, 프리미어리그도 인정하는 세계적인 공격수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늘 손흥민 활용법을 두고 고민이 많았다. 대표팀 경기에서 손흥민이 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아 위축되거나, 그를 주위에서 도와줄 선수가 마땅찮아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것이 문제점으로 부각됐다.

손흥민의 파트너로서 이승우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창의적인 몸놀림, 작은 체구(170cm)에도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파이팅을 갖춘 이승우는 온두라스전에서 손흥민과 패스를 주고받거나, 공간이 생기면 적절히 파고들고 그에 맞춰 서로 패스를 시도했다.

상대가 약체(?) 온두라스였고, 이제 한 경기 둘이 호흡을 맞췄을 뿐이다. 이승우는 의욕에 비해 아직 세밀한 플레이가 가다듬어지지 않아 실수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손흥민의 파트너로 아직은 부족한 면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그럼에도 이승우는 한국 축구팬들에게 모처럼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한국축구의 '미래'가 드디어 '현재' 대표팀으로 합체된 것을 확인한 기쁨이 컸기 때문이다.

이승우가 최종 엔트리에 들어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한다면 잘 할 수 있을까. 모를 일이다. 손흥민-이승우의 월드컵은 어쩌면 이번 러시아가 주무대가 아니라 차기 대회인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러시아에서 한국이 예상 외로 선전하고 둘의 활약이 빛을 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2022년이면 손흥민은 30세, 이승우는 24세가 된다. 부상 없이 꾸준히 현재 기량을 이어가거나 더 키운다면, 둘은 아마 세계적인 공격 콤비가 돼 있을 것이다. 벌써부터 그런 기대감을 갖게 한 이승우의 화끈한 A매치 데뷔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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