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손석희 비판했다는 이유로…언론 자유는 어디로?
검찰과 법원의 무리수는 정의롭지 않으며 선을 넘은 것
   
▲ 조우석 언론인
설마 설마 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jtbc의 손석희를 비판해온 애국 논객 변희재(미디어워치 대표고문)가 구속 수사를 당하는 전에 없던 상황이 발생했다. 이 땅의 언론의 자유는 다 어디로 갔는가? 검찰과 법원이 정말 이럴 수 있는가? 사법폭력이란 아우성이 당장 나올 판인데 대한민국이 아무리 유사(類似) 전체주의 사회로 변질됐다지만, 이건 아니다.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0일 자정 변희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구치소에서 결과를 기다리던 그는 곧바로 수감됐는데, 이 글의 결론부터 말하자. 검찰과 법원의 무리수는 정의롭지 않으며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이걸 납득할 국민은 별로 없다.

우선 명예훼손 관련 피의자가 구속 수사를 받는 경우 자체가 극히 드물다. 대검의 '2017년 범죄분석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명예훼손 범죄자 1만7401명 중 구속된 사람은 15명이다. 0.09%에 못 미치는 확률이다. 더구나 변희재-손석희 사이 갈등은 태블릿PC 조작을 둘러싼 것이다.

1년 반 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사안으로, 사실 확정에 논란의 여지가 많고 정치적 성격 또한 짙다. 이런 사안을 둘러싸고 발생한 명예훼손 문제로 구속 수사라니…. 그건 거의 코미디다. 상식이지만 피의자 구속은 증거인멸 또는 도주가 우려될 때다. 변희재의 경우 잘 알려진 논객이고, 증거 인멸의 염려 역시 전무하다. 

그래서 우리의 의구심은 커진다. 1년 반 가까이 이 건을 두고 관망해오던 검찰이 왜 하필 지금 시점에서 사전 구속 영장을 신청했을까? 타블렛 PC의 진실이 수면 위로 막 올라오려던 찰라 이를 덮으려는 검찰의 선제적 조치의 하나라는 뒷말이 무성하게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일테면 지난 5월 23일 열린 최순실 2심 재판에서 태블릿PC 관련해 국과수 소속의 연구관 나기현이 했던 증언이 결정적이다. 그는 "국과수가 태블릿PC 사용자를 최순실이라고 특정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명료하게 답했다. 최순실이 태블릿PC의 사용자가 아니라는 것인데, 이 입장은 JTBC와 검찰-특검의 입장과 완전히 배치된다. 

   
▲ 최순실 씨의 태블릿PC 관련 보도가 조작됐다고 주장해온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고문이 29일 오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등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 직후 검찰이 빠르게 움직였다는 것은 무얼 말해줄까? 더 놓아두면 진실이 드러날 것이 우려해 액션을 취한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검찰의 태도 변화도 혼란스럽다. 올해 초만 해도 변희재-손석희 일대일 토론으로써 논란을 종결시키자고 제안했던 게 그들 아니었던가?

그게 올바른 태도다. 사법 권력 개입 없이 사태를 마무리하는 해법이었다. 더구나 둘은 토론의 달인이라서 그 자체로 의미 있었다. 손석희가 응하지 않아 결국 무산되고 말았지만, 성사됐을 경우 볼썽사나운 송사를 피할 수 있었고, 진실이 드러났을 것이다. 그리고 안타까운 건 자유한국당의 대응이다. 그 허깨비 당은 지금 대체 뭘 하고 있는가?

아무리 그 당이 박 대통령 탄핵에 부화뇌동 공조했던 전력이 있다지만, 엄연히 당 내에 태블릿PC진상규명위원회가 있다. 그곳을 통해 피의자 사전구속이 과연 올바른가를 묻는 논평 정도는 내놓았어야 옳았다. 그래서 변희재의 구속은 정의롭지 못한 검찰-법원에 더해 제1야당의 직무유기를 새삼 보여주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변희재 구속은 전화위복의 계기다.

두 가지 점에서 그렇다. 우선 이제부터 벌어질 정식 재판을 통해 타블렛 PC의 진실을 빠르게 규명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변희재는 구속된 상태라서 방어권 행사에 차질이 불가피하겠지만, 그에겐 뜻을 함께 하는 동지들이 있다. 어려움을 딛고 차제에 '조작의 달인' 손석희의 실체를 규명하는데 부디 성공하길 바란다.

또 하나. 변희재는 40대 중반이지만, 애국우파 진영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대단하다. 중량감이나 전투력으로 보아 자유한국당 의원 열 명을 합친 것, 그 이상이다. 무엇보다 그는 2012년 대선 당시 'NLL 대첩'의 영웅이다. 그때 세상이 NLL문제로 술렁댔을 때였다.

당시 야당인 민주당에선 억지와 위선을 반복했고, 여당 새누리당 내의 그 누구도 이 사안을 돌파하지 못하고 쩔쩔맬 때 등장했던 놀라운 의병(義兵)이 변희재였다. 그는 좌익 논객 진중권을 사망유희 토론에 불러내 삽시간에 KO를 시켜버렸다. 그건 논객의 싸움을 떠나 대선 판도를 대한민국 대 반(反)대한민국 구도를 만들어내며 대중을 각성시키는데 기여했다.

단 변희재는 성격상 그렇게 원만한 편은 아니며, 분파주의적 태도를 간혹 보인다는 게 약점으로 꼽힌다. 그것도 그만의 책임은 아니다. 아스팔트 우파로 20년 가까이 활동하면서 '가짜 보수' 제도권에 대한 환멸-분노 탓에 형성된 한계라고 나는 해석한다.

일찌감치 자유한국당의 공천을 받아 제도권에 진입한 정치인으로 활동했을 경우 책임감과 시야까지 갖추며 자기 갱신에 성공할 수 있었다. 때문에 그런 그의 이번 구속은 약이다. 스스로 담금질을 하면서 스스로를 성찰하는 계기일 수 있다. 애국우파 진영 전체에도 좋은 결과로 작용할 수 있다. 분열을 반복해온 애국우파가 변희재의 구속 앞에 단결할 수 있다면, 그건 긍정적 사태 변화다. 그런 움직임은 이미 일어나고 있다. /조우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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