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강릉 등 영토확장에 지역공항 이용객 '주춤'
위기감 느낀 항공사 가격경쟁 돌입
[미디어펜=최주영 기자]저비용항공사(LCC)와 고속철도(KTX·SRT) 간 경쟁이 뜨겁다. 올들어 KTX가 강원도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국내 장거리 여행의 대표 주자 간의 고객 확보전이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항공업계는 국내선 수요가 한정된 상황에서 철도 등 타 운송수단으로부터 고객을 얼마나 확보 또는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 올 1분기(1~3월) 기간 KTX와 SRT 주요노선 이용객 집계치.


지난 29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4월 항공시장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저비용항공사의 국내선 운송실적은 421만명으로 전년 동기대비 2% 증가했다. 다만, 4대 주요 공항인 인천(-4.8%), 김포(-2.5%), 김해(-3.7%), 제주(-0.6%)공항 이용객 수는 평균 2%, 최대 5% 줄었다.

반면 이 기간 철도 이용률은 증가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 철도통계에 따르면 올 1~3월까지 경부선을 오가는 한국고속철도(KTX), 수서고속철도(SRT) 여객수는 1000만명이 넘는다. KTX는 780만여명, SRT는 386만3000명 가량이 이 노선에 몰렸다. 수서와 부산을 잇는 SRT의 경우 이용률이 무려 16% 뛰었다.

위기감을 느낀 항공사들은 가격경쟁에 돌입한 모습이다. 김해공항을 모기지로 삼고 있는 에어부산은 최근 부산~김포 항공운임을 1만9900원까지 내렸다. KTX일반석 기준으로 부산~서울 운임정가가 5만9500원인 점을 감안하면 4만원이 더 싸다. 에어부산은 한 편당 최대 50석까지 특가 운임을 제공할 계획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김포~부산노선은 평균 탑승률 80%를 기록하는 알짜 노선인 만큼 고속철도와 항공사 간 경쟁이 가장 치열한 구간”이라고 말했다. 

KTX가 개통한 2010년 이후 이용객이 주춤했던 울산공항도 최근 LCC의 잇단 취항으로 활기를 찾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달 울산공항 출발여객은 3만7537명으로 전년 동기(2만1146명)에 비해 77.5% 증가했다. 이렇다 보니 울산과 김포 간 항공 노선 수요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울산공항에는 대한항공, 에어부산만 취항해 있었지만 이달부터 제주항공이 운항을 시작하면서 3개 항공사가 울산~김포노선에서 주114편을, 울산~제주 노선에서 주50편을 띄우는 규모로 성장하게 됐다.

반면 저비용항공사가 없는 양양공항은 KTX에 밀려 고전중이다. 양양공항이 운행하는 항공편은 부산 김해와 제주 노선을 오가는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 단 1~2편 뿐이다. 반면 KTX 실적은 증가 추세에 있다. 지난해 12월 개통한 KTX 강릉선은 올림픽 폐막 이후에도 일 3000명의 이용객이 방문하는 등 꾸준한 탑승률을 보이고 있다. 평일 18회, 주말 26회 운행되며 주말에는 만차 운항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개항 2년차를 맞는 포항공항의 경우도 포항 KTX 개통 이후 승객이 20% 가량 줄어들어 좀처럼 수요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지난 2월 KTX포항역 이용객은 21만9000명이다. 연간으로는 150만 명을 넘는다. 

공항 이용률의 경우 평균 77% 탑승률을 유지하고 있는 포항~제주를 제외하면 김포노선 탑승률은 40% 중반대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김포 노선을 오가는 항공기의 경우 매회 절반이상이 공석상태로 운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대한항공과 에어포항만 하루 2편 정도 왕복 운항을 이어가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KTX가 영역 확장하면서 지역 공항 이용객이 줄어들기 때문에 항공사 입장에서는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고수하는 것”이라며 “국내선 수요가 한정되어 있는 만큼 철도 등 타 운송수단에서 고객을 얼마나 확보 및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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