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하늘 기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 지분 1조3000억원어치를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 금융당국의 정책에 일단은 ‘성의’ 표시를 한 셈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삼성생명은 당장 26조8609억원, 삼성화재 역시 3조678억원 규모의 계열사 주식을 더 팔아야 한다.

한 삼성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의 주식을 구매한 것은 10여년 전의 일로 그 이후엔 주식 거래가 없었다. 즉 10여넌 전엔 헐값으로 구매할 땐 문제가 없던 게 지금에 와선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삼성 금융계열사가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한 이유는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때문이다. 현행 금산법은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가 비금융회사 지분을 10% 이상 가질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존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하던 삼성전자 지분은 각각 8.27%, 1.45%로 합산하면 9.27% 수준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이 변수가 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지난해부터 자사주를 소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보유하던 전체 자사주의 절반은 이미 소각했고 나머지는 연내 소각할 계획이다. 

만일 삼성전자가 올해 나머지 절반의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면 두 회사가 가진 삼성전자 지분율은 10.45%로 높아진다. 따라서 10%를 초과하는 주식에 대해 매각을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매각으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부담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바로 ‘보험업법’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해당 법에 따르면 보험사는 계열사 채권·주식을 자산의 3% 이하로만 가질 수 있게 된다.

이때 보유 주식 가치는 금융위원회 고시인 보험업감독규정에 따라 시장가격으로 평가한다. 이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당장 26조8609억원, 삼성화재는 3조678억원 규모의 계열사 주식을 팔아야 한다. 

문제는 관련 법령이 개정되지도 않은 상태라는 것이며, 향후 이와 같은 문제가 일어났을 경우를 방지할 대책도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한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과거엔 문제가 없던 행위라 하더라도 현재에 와서 문제가 생긴다면 바로 잡는 법은 계속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자사주 매입과 관련해 현재 삼성생명·화재와 같은 상황에 대한 대비책이나 규제사항은 마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10여년 전 헐값에 산 삼성전자의 주가가 현재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를 흔들고 있다. 금융당국은 숨통도 트여놓지 않은 채 30조원에 가까운 주식을 ‘알아서’ 매각하라고 한다. 

이것 역시 ‘그때는 맞고 지금은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셈법 아닐까. 금융당국의 해법 끝에 물음표가 남는다면 그것은 옳지 않은 셈법이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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