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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넥센 히어로즈 사태로 본 프로야구 민낯…'비정상의 정상화' 절실
석명 부국장
2018-05-31 20:18

[미디어펜=석명 기자] 넥센 히어로즈가 한국 프로야구에 풍파를 몰고왔다. (이하 '히어로즈' 구단이라 칭함. 히어로즈가 최근 일련의 불미스러운 사태에 말려들면서 메인스폰서 넥센타이어가 입는 손해가 막심하기 때문이다)


히어로즈 구단은 올해 들어 끊임없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이장석 전 대표가 횡령 혐의로 구속돼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수감됐다. 시즌 도중 원정 숙소에서 선수 두 명이 성폭행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런 어수선한 상황에서 최근에는 히어로즈가 그동안 시행해온 숱한 트레이드에서 신고하지 않은 현금, 이른바 '뒷돈'이 오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해 윤석민(kt행), 강윤구(NC행)를 트레이드 시키면서 히어로즈는 선수간 맞교환이라고 발표한 것과는 달리 kt, NC로부터 각각 5억원, 1억원의 뒷돈을 받았다는 것이 KBS의 보도로 드러났다.


이에 KBO(한국야구위원회)는 그동안 히어로즈가 연관된 트레이드 중 발표(KBO에 신고한 계약서)한 내용과 다른 계약이 있는지 전 구단에게 확인했고, 구단들은 뒷돈이 오간 트레이드를 자진 신고(?)했다.


이를 취합해 30일 KBO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히어로즈는 2009년부터 10년간 총 23차례 트레이드를 단행하면서 현금 189억 5000만원을 다른 팀으로부터 받았다. 이 중 KBO에 신고한 액수는 58억원밖에 안된다. 그 차액, 즉 뒷돈 거래액이 131억 5000만원에 이른다.


   
히어로즈의 홈구장 고척돔 내부 전경. /사진=넥센 히어로즈


충격적이지만, 한편으로는 별로 충격적이지 않다. 히어로즈 구단은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전신 격인 현대 유니콘스가 모기업 현대그룹의 재정 악화로 구단 운영을 포기하고 매각을 추진했을 당시 프로야구단을 운영하겠다고 나선 기업이 없었다. 8개 구단 체제였던 당시, 현대 유니콘스가 공중분해되면서 7팀으로 줄어들게 돼 KBO리그는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이 때 투자전문 회사인 센테니일 인베스트먼트가 제8 구단 창단을 선언했고, 현대 선수단 대부분을 인수하며 2008시즌부터 '히어로즈' 야구단으로 리그에 뛰어들었다.


모기업이 없었던 히어로즈 구단은 자체적인 생존 방법을 찾아내야 했다. 새 구단 창단의 조건으로 황금시장인 서울을 연고지로 따냈고, 메인 스폰서를 유치해 구단 명을 빌려주는 식으로 운영비 상당액을 충당했다. 첫 메인 스폰서로 우리 담배가 참가해 '우리 히어로즈'라는 간판을 내걸었으나 담배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거셌고, 히어로즈 구단이 창단 시 약속했던 120억원의 가입비 미납 사태가 벌어지면서 우리 담배는 스폰서를 철회했다.


히어로즈는 새로운 스폰서를 찾느라 동분서주하면서 선수 팔기로 급한 운영비를 메워야 했다. 그 당시 장원삼(삼성행) 이현승(두산행) 이택근(LG행) 등이 현금이 동반된 트레이드로 다른 팀으로 팔려갔고, 넥센타이어가 메인 스폰서로 참여한 2010년에도 황재균 고원준(이상 롯데행), 송신영 김성현(이상 LG행) 마일영(한화) 등이 히어로즈에서 다른 팀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이번에 KBO가 발표한 과거 뒷돈 트레이드 사례를 보면 현금이 포함된 트레이드는 금액을 줄여 발표가 됐고, 현금 없이 선수간 맞트레이드를 했다고 발표됐던 트레이드에도 뒷돈이 건네졌음이 밝혀졌다.


히어로즈가 선수 팔기로 구단 운영비를 벌던 시절, 이미 발표된 트레이드 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야구관계자나 팬들은 별로 없었다. 분명 뒷돈이 오갔을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그리고 그 소문은 사실로 확인됐다. 히어로즈를 제외한 9개 구단 가운데 히어로즈와 트레이드를 하며 뒷돈 거래를 한 팀이 8팀이나 됐다. SK 와이번스를 제외하면 모든 팀이 그랬다.


트레이드 신고시 거짓만 없었다면, 프로야구 팀이 선수를 다른 팀에 좋은 값으로 파는 것 자체는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선수를 키워서 팀에 여분의 전력이 생기면 적당한 몸값으로 팔아 돈을 버는 것은 오히려 권장할 만한 일이다. 그게 프로다.


장원삼을 2008년 삼성으로 트레이드하면서 히어로즈가 선수 한 명 끼워 30억원을 받기로 했을 때 그 트레이드 자체가 무산됐다. 당시엔 히어로즈가 창단 가입비 분남금을 못내고 있을 때였고, 구단 운영비를 위해 선수를 마구 팔면 전력 불균형을 초래해 리그가 위태로워진다는 것이 삼성을 제외한 다른 6개구단의 트레이드 반대 논리였다. 이로 인해 KBO는 트레이드를 허락하지 않았다. 히어로즈가 급한 돈을 마련해 분납급을 내고 난 뒤인 2009년 장원삼은 '예정대로' 다시 삼성으로 팔려갔다.(신고액은 20억원이었지만 35억원이 건네진 것으로 이번에 드러났다)


그렇다면 장원삼의 현금 포함 트레이드를 반대했던 다른 팀들은 정말 리그 불균형 문제를 걱정하는 순수한 마음이었을까. 아니라는 사실이 이후 실시된 히어로즈와 다른 팀들(물론 SK는 빠져야 하겠지만)의 트레이드에서 뒷돈 거래가 있었다는 것을 보면 자명해진다. 그저 '이웃이 땅을 사 배가 아팠을' 뿐이다. 다른 팀들도 필요성이 생겼을 때, 뒷돈을 줄 여유가 있었을 때 실제 그런 트레이드를 했다.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겠지만, 중소 벤처기업이 좋은 기술을 갖게 됐을 때 대기업의 대응법이 연상된다. 대기업이 자체적으로 인재를 키우고 연구에 매진해 좋은 기술을 개발하면서 경쟁을 하지 않고 자금력을 동원해 벤처기업의 기술력이나 인재를 빼가는 것과 별로 차이가 없어 보인다.


히어로즈에서 유능한 선수를 빼가는 팀들이 하나 둘 늘어갈 때, 프로야구판에서는 필요한 선수를 히어로즈에서 데려오지 못하는 팀들에 대해 '프런트가 무능하다', '선수 확보에 돈을 쓸 줄 모른다'는 말들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즉, 히어로즈 사태가 이번에 드러난 것처럼 심각한 지경에 이른 데는 다른 구단들 역시 공범이나 마찬가지 역할을 해온 셈이다.


히어로즈 구단이 창단 초창기 이런 어려움(선수 팔기로 운영비를 충당하는)을 딛고 포스트시즌에 단골 출전하는 강팀이 되자 이장석 전 대표는 미운오리새끼를 벗어나 '빌리장석'으로 칭송받기도 했다. 그렇게 선수 유출을 많이 시키고도 화수분처럼 좋은 선수들을 발굴하고 키워내 강팀으로 만들었으니 놀랄 만하다.


하지만 모래 위에 쌓은 성과 같았다. 법정에서 밝혀졌듯 이장석 전 대표는 겉으로는 구단의 내실을 다지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횡령 등으로 구단의 근간을 스스로 흔들었다. 히어로즈가 쌓을 수 있는 모래(자금)를 다른 팀들이 뒷돈으로 어느 정도 채워준 측면도 있다.


KBO는 트레이드 뒷돈 거래와 관련해 전수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관련자나 구단에 대해 상벌위원회를 열어 합당한 징계를 한다는 방침이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어떤 고통이 따르더라도, 이번에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10개 구단 체제로 양적 팽창을 하고 관중수가 늘어나는 달콤함에 취해 질적으로 건전한 리그를 만들어왔는지 다함께 반성해야 한다. 


'비정상'을 그저 관행으로,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으로 넘겨온 것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반성하지 않는다면 KBO리그의 '정상화'는 요원하다. 팬들이 진짜 열 받으면, 비난조차 거두고 프로야구를 외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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