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 거의 유일하게 해방촌 상권에 직진출, 이마트24 해방촌점 직영점으로 운영...이마트 계열 수입 제품들 다수, 커피 고객 많지 않아
   
▲ 해방촌에 직영점으로 오픈한 이마트24./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해방 직후 북에서 월남한 실향민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면서 촌락을 이루게 된 마을." 

남산3호 터널을 지나 반포대교로 가는 길에 2차선 외진 길로 들어서야 만날 수 있는 곳 '해방촌'. 과거 유동인구도 많지 않았던지 인도도 아직 없다. 행정구역상 명칭이 따로 있지만 용산동 2가와 소월길로 이어지는 후암동 일부지역을 통상 '해방촌'으로 부르고 있다.

용산 해방촌은 과거 서울의 대표적인 달동네 중 한곳이었고 이촌 향도한 이주민들이 대거 사는 동네였다. 용산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언젠가부터 외국인들도 대거 거주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가 되다보니, 해방촌 일대에는 이국적인 레스토랑과 펍 등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또한 이태원과 경리단길 상권이 크게 뜨면서 해방촌까지 확장돼 이 일대는 한마디로 '핫플레이스'가 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해방촌에는 그 흔한 스타벅스 매장 하나 없고 파리바게뜨 빵집도 없다. 이마트나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기업 유통 매장도 아직 없다. 세븐일레븐과 CU, GS25 등 편의점들이 있기는 하지만 가맹점 형태이며 큰 규모도 아니다. 해방촌 끝 소월길로 올라가는 길에 뚜레쥬르 빵집이 있다. 

아직 대기업들 진출하지 않은 '해방촌'에 신세계그룹 거의 첫 직진출 

대기업들의 손을 타면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보인 이태원과 경리단길에 비해 아직까지 해방촌은 대기업들이 진출하지 않은 곳이다. 해방촌에 가면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타벅스, 맥도날드, 커피빈과 같은 글로벌 브랜드도 없다. 아직까지 개인이 하는 개성있는 레스토랑과 펍, 커피전문점 등을 경험할 수 있고 주말이면 외국인들과 함께 어울려 길가에서 맥주 한잔 할 수 있는 '해방의 공간'이다.

   
▲ 이마트24 해방촌 점. 계산대 한편에 커피 머신이 있을 뿐이다. 바리스타가 항상 있는 것도 아니다./사진=미디어펜

그런 아직까지 '순수한 공간'에 신세계그룹이 얼마 전 편의점 계열사 이마트24를 통해 해방촌에 직진출했다. 

이마트24는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바리스타가 있는 편의점' 콘셉트를 처음으로 선보인 해방촌점을 오픈한다고 알려왔다.

기존 획일화된 편의점과 차별화된 요소로 '커피'를 내세우며 해방촌에 직진출 한 것이다. 

이마트24 측은 "이태원 해방촌이라는 지역의 상징성과 20~30대의 젊은 층 및 외국인 거주비율이 높은 상권 특성에 착안해 바리스타가 있는 편의점을 도입,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마트24 해방촌점이 오픈한 신흥로11길 1은 이전에 '페이브'라는 개인이 하는 카페가 있던 자리다. 이마트24는 직영점으로 진출해서인지 스타벅스 리저브 처럼 '이마트24 리저브'라는 간판을 달았다. 기존 편의점과 다른 차별화된 매장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24 리저브'는 스타필드 코엑스몰에도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24 '바리스타가 있는 편의점' 콘셉트 내세우며 해방촌에 직영점 오픈...이마트 계열 수입제품 다수  

19평 규모의 이 편의점은 해방촌 특성상 수입맥주와 수입과자 등 수입 제품들이 다수 판매되고 있었다. 신세계푸드에서 수입하는 새우 크래커도 눈에 보였고, 이마트 100% 자회사인 신세계엘엔비에서 수입하는 맥주와 와인들도 다수 판매되고 있었다. 노브랜드의 감자칩, 이마트 제품들도 판매하고 있었다. 

이마트24에서 차별화 콘셉트로 내세운 '커피'는 계산대 한편에 커피 머신이 자리잡고 있는 형태였다. 보도자료에서 크게 홍보한 것과는 달리 실체는 그리 차별화 요소로 보이지 않았다. 

바리스타가 항상 상주하는 것도 아니다. 저녁 늦게 이 편의점을 찾았을 때도 바리스타는 없었고 아르바이트 직원이 커피를 판매했다. 커피 기계가 전자동이라 버튼만 누르면 커피를 판매할 수 있다. 가격은 1500원에서 3000원으로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책정했다. 

편의점 안에는 이 매장에서 일하는 바리스타의 '카페바리스타2급' 증서도 비치해 놨다. 올해 초, 이마트24는 자체 내부 심사를 통해 직원 6명을 선발,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교육 과정을 지원했다. 직원 6명은 필기 및 실기시험을 거쳐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 바리스타는 이 매장의 점장으로 활동하면서 원두 및 매장 관리를 맡고 있다. 

매장 안에는 8개 정도의 의자도 배치해 고객들이 커피와 음료 등을 먹을 수 있도록 했다. 휴대폰 충전도 가능할 수 있도록 충전 시설도 테이블에 갖췄다. 다른 편의점과 달리 이 편의점에서는 담배는 판매하고 있지 않았다. 
   
▲ 이마트24 해방촌점에는 지역 특성상 수입 제품들도 많고 이마트 계열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대대적 홍보와 달리 계산대 한편에 커피 머신 있는 정도...'커피' 찾는 고객 많지 않아

저녁 시간 때여서 그런지 이 편의점이 커피 전문 편의점인지 알고 찾아오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주로 간단한 생필품이나 맥주, 안주거리를 사는 고객들이 많았다. 담배를 사러왔는데 없어서 돌아가는 고객도 있었다. 

그만큼 이마트24 측은 이 매장의 차별화된 요소로 '커피'를 내세웠지만, 이를 알고 찾아오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편의점이면 다 똑같은 편의점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그만큼 편의점 브랜드에 대한 고객 충성도는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24 측이 '바리스타가 있는 편의점'을 차별화 요소로 내세운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한다. 다만 '바리스타가 있는 편의점' 로고도 신규 제작했다는 점에서는 향후 이런 콘셉트 매장을 가맹점 형태로 확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 커피 시장 확대와 더불어 바리스타 직업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 그들을 대상으로 편의점 가맹점주를 확대하고자 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바리스타를 꿈꾸는 사람들이 단순 카페 형태 뿐 아니라 편의점도 운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마트24 역시 청년 창업을 비롯해 청년 바리스타를 대상으로 재취업의 기회를 제공해 고용창출에도 기여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마트24는 해방촌점을 2023년까지 계약해 놨다. 5년 뒤 '바리스타가 있는 편의점' 콘셉트 편의점이 어떻게 자리잡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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