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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동력 잃은 보편요금제 "시장에 맡겨라"
이통사, 보편요금제 준하는 요금제 선제 대응
정부 추진 동력 약화…정책 초점 다시 맞춰야
김영민 부장
2018-06-07 13:15

   
김영민 디지털생활부장
[미디어펜=김영민 기자]이동통신사들이 기본 제공량을 파격적으로 확대한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보편요금제의 추진 동력이 약화되는 분위기다.


그동안 이통사들은 정부의 보편요금제 도입에 대해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하지만 보편요금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지난달 11일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통과하자 이통사들은 서둘러 보편요금제에 준하는 요금제를 출시하며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가장 먼저 KT가 지난달 30일 월 3만3000원에 음성통화 무제한, 데이터 1기가바이트(GB)를 제공하는 'LTE 베이직' 요금제를 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요금제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월 2만원대에 음성통화 200분,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보편요금제보다 사실상 더 저렴하고 합리적이라는 평가다. 음성통화가 무제한인데다 선택약정할인율 25%를 적용하면 요금이 2만원대 중반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도 조만간 비슷한 요금제 출시가 유력하다. 보편요금제 우선 적용 대상인 SK텔레콤은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지만 유사 요금제 출시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가 강행하고 있는 보편요금제 도입에 대해 무용론이 나오고 있다. 보편요금제 도입에 대비한 이통사들의 선제적 대응이 본격화 될 경우 도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높아 보인다.


이통사들의 자발적 요금제 개편이 정부의 개입에 의한 강압적 요금 인하보다 모양새는 더 좋아 보인다. 정부가 재단한 요금제의 틀에 맞추기 보다는 스스로 요금제 개편을 통해 다양하고 합리적인 요금제를 선보이려는 노력이 가상하다.


   
규제개혁위원회가 지난 4월 27일 보편요금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해 심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씁쓸함은 가시지 않는다. 내년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를 위해 조만간 주파수 경매에 뛰어들어야 하는 이통사들이 자발적으로 요금 인하에 나선 것이 과연 어떤 후폭풍을 가져다줄지 걱정이 앞선다.


당장 월 몇천원의 통신 요금이 인하된다고 해서 소비자들은 환영할지는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 통신 품질이나 서비스, 향후 5G 등을 감안하면 각종 부작용이 우려될 뿐이다.


특히 정부가 대통령 공약, 지방선거 등을 위해 기업 경영의 자유까지 침해하면서 포퓰리즘식의 무리한 통신비 인하 추진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그동안 경쟁활성화 등 다양한 정책을 펼쳐왔던 정부가 기업의 요금제까지 손을 댄다는 것은 정책적 실패를 인정는 것이나 다름 없다.


통신 요금제는 현재 본인이 사용하는 음성통화, 데이터 등을 감안해 충분히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구조다. 실제로 가계통신비 부담이 큰 이유는 100만원에 육박하는 고가 단말기를 많은 지원금을 받고 사기 위해 고액 요금제에 가입하는 데서 비롯된다.


고가의 스마트폰을 구입한 사람들을 보면 상당수가 활용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또 단말기 지원금을 최대한으로 받기 위해 2년간 고액 요금제를 쓰면서 통신비 부담이 크다고 토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중저가폰이나 중고폰 등을 활용하고 상황이나 용도에 맞게 요금제를 잘 고른다면 통신비 부담은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수 있다.


정부는 포퓰리즘을 위해 요금제까지 직접 설계하는 과도한 개입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 하고 이통사들의 경쟁 활성화를 통해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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